서울 민자도로 4곳 통행료 최대 13% 인상…경기도는 동결이지만 ‘혈세 낭비’ 논란

일산대교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산대교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서울 주요 민자도로 통행료가 지난 7월부터 최대 13% 올랐다. 통상적인 물가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통행료가 인상된 민자도로는 용마터널, 강남순환로, 서부간선지하도로, 신월여의지하도로 등 4곳이다. 하반기에 각종 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이라 서울 시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도는 일산대교, 제3경인고속도로, 서수원~의왕 고속도로 등 민자도로 3곳의 통행료를 동결했다.

지방은 민자도로 통행료 인상에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경상권 지역의 통행료에 변화가 있다. 일단 창원~부산간 민자도로 통행료가 지난 4월부터 인상됐고 5년째 동결되고 있는 울산대교 통행료는 내년 3월까지 1년간 동결된다.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는 내년 인상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행료를 인하 또는 할인을 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거가대교의 휴일 통행료가 20% 할인되고 있는 데 이어 지난달부터 마창대교 출퇴근 시간 통행료도 20% 할인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통행료 갈등을 빚는 등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또 서울 남산1·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를 두고는 파열음도 나오고 있다. 혼잡통행료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 또는 아예 인상하느냐에 대한 결론이 연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월여의지하도로에 뿔난 인천시민 
국회의원까지 나서 “인상 철회” 요구

올해 하반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주요 민자도로 4곳의 통행료가 올랐다. 서울시는 오는 12일부터 버스요금을 300원 인상키로 했다. 10월 7일부터는 지하철 요금도 150원 올린다. 각종 요금의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며 서울 시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민자도로 4곳의 통행료가 올랐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서울특별시 민자도로 통행료 인상 의견 청취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해당 청취안은 용마터널, 강남순환로, 서부간선지하도로, 신월여의지하도로의 통행 요금을 각각 100원 내지 200원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요금 인상은 원안대로 하지만 요금 인상 시기는 하반기(7월)로 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며 “당초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민자도로 4곳의 요금을 인상하고자 했으나 시의회가 하반기 요금 인상을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하반기에 요금 인상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통행료를 인상한 4곳은 서울 시민 상당수가 이용하는 곳으로, 하루 이용 차량 수는 26만 8000대다. 용마터널의 경우 소형차 기준 통행료는 현재 1500원에서 1700원으로 200원 올랐다. 강남순환로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 신월여의지하도로는 2400원에서 2600원으로 200원, 서부간선지하도로는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 인상됐다.

하지만 2021년 4월 개통된 신월여의지하도로의 경우 정치권까지 나서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특히 신월여의지하도로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요충 도로인 데다 개통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요금이 올라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신월여의지하도로는 최대 19만대가 이용하는 국회대로와 신월IC의 상습 정체를 분산시키기 위해 완공됐지만 2025년 연말까지 진행되는 제물포길 상부공원화 사업으로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인천시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유료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인천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월여의지하도로의 통행료 인상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교흥·유동수·박찬대·허종식·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기자 회견을 통해 “당초 신월여의지하도로 개통으로 경인고속도로와 국회대로 접속부의 고질적 교통 체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극심한 출퇴근 정체로 유료도로 기능을 못하는 데다 상부인 국회대로 도로 일반화 및 공원 조성사업으로 교통 체증이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통행료 인상까지 결정돼 인천 시민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요금 인상으로 경인고속도로와 신월여의지하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 시민들은 연간 168만원을 도로에 쏟아붓게 된다”며 “인천 시민 입장에서는 극심한 도로 정체를 감내하는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충격에도 불구하고 가계 부담까지 심화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민자도로 통행료 동결한 경기도
도민 혈세로 민자 적자 메우기 논란

경기도는 일산대교, 제3경인고속화도로, 서수원~의왕고속화도로 통행료를 200~4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심의했으나 동결을 결정했다.

경기도는 지난해에도 이 3개 민자도로 통행료를 인상하려 했으나 도의회 반대로 동결된 바 있다. 일산대교는 2017년, 제3경인은 2019년, 서수원~의왕은 2018년 각각 마지막으로 통행료가 인상됐다.

지난해부터 급격한 물가 상승에 따른 통행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서 민자 사업자들이 전 차종에 걸쳐 100~400원의 통행료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2023년 통행료 조정 신고서’를 경기도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통행료 동결 내용을 담은 의견 청취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해 동결이 결정됐다.

고태호 경기도 도로정책과장은 “일산대교 등 민자도로 3곳의 통행료 동결은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서민 경제의 고충을 감안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내년 이후 도 재정 현황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통행료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자도로 통행료 동결에 대해 “경기도민의 혈세로 운영사의 적자 구조를 메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통행료 동결로 3곳의 민자도로 물가 인상분이 적용되는 운영사의 수입 감소분은 도비로 보전하게 된다. 지난 4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의 1년간 수입 감소분은 모두 1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는 경기도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요금 동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동결 결정이 ▲이용자의 부담을 도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린다는 점 ▲민자 협약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다음 민자 인프라 사업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영 경기도의회 의원은 “통행료 인상을 하지 않으면 경기도가 3곳 민자도로에 매년 181억원 가량의 경기도 돈을 사업 운영사에 보전해줘야 한다”며 “재정이 좋으면 얼마든지 보전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1400만 경기도민을 위해 통행료 보전이 맞는지, 인상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이번 민자도로 통행료 동결과 별개로 해묵은 일산대교 논란도 해결해야 한다.

이미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시가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해 ‘공동 대응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사업 시행자 지정을 취소한 공익 처분에 불복해 일산대교 측이 제기한 행정 소송에 대한 1심 재판은 일산대교 측이 승소했고 이에 경기도가 항소한 상황이다.

일산대교는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 1.84㎞를 잇는 한강 가장 하류에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다리로 2008년 5월 개통했다. 한강을 건너는 다리 중 유일한 유료 대교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21년 10월 26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무료 통행을 위한 공익 처분을 결재했고 이후 운영사가 반발하면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경기도가 고양‧김포‧파주시와 공동으로 일산대교의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 대응책 마련을 위한 공동 추진단 본 협의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경기도가 고양‧김포‧파주시와 공동으로 일산대교의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 대응책 마련을 위한 공동 추진단 본 협의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통행료 전쟁’ 전국으로 확산
“정부 책임 민간 사업자에 맡긴 격”

통행료 인상과 이에 따른 갈등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4월부터 창원~부산간 민자도로 통행료를 소형차 기준 100원 인상했다. 이 도로의 통행료는 실시 협약에 따라 매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변동분’을 반영해 사업 시행자인 경남하이웨이㈜와 주무관청인 경남도가 협의해 결정한다.

소형·중형차는 각각 100원 인상돼 소형 1100원, 중형 1600원으로, 대형차는 200원 인상돼 2100원으로, 경차는 소형 자동차의 50%인 55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경남도의 이번 통행료 인상 결정은 2018년 인하 이후 5년 만의 재인상으로, 2013년 개통 이후 두 번째 인상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통행료 인상 시기가 예측보다 앞당겨져 올해 통행료 인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통행료 인상 시기를 늦추기 위해 사업 시행자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나 사업 시행자는 그동안 협약통행량 미달로 적자가 누적돼 통행료 동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물가 변동에 따른 인상 요인을 통행료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그 차액을 사업 시행자에게 매년 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점, 이번 소비자물가지수변동분을 반영해 인상되는 통행료는 재정고속도로 통행료 대비 1.16배로 전국 유료 민자도로의 평균치인 1.45배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 등을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울산대교·접속도로 통행료는 지난 4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1년간 동결된다. 울산대교 통행료는 2015년 6월 1일 개통한 이후 2017년 한차례 인상을 제외하고 5년째 동결돼 왔다.

울산시는 지난 2월 말 울산대교 민간 운영사인 울산하버브릿지㈜로부터 울산대교 통행료 조정 신청서를 제출받아 통행료 인상 요인과 지역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울산시는 이번 동결 조치로 시민의 교통비 부담 경감과 관광객 증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가 울산하버브릿지에 보전해줘야 할 비용은 지난해 통행량과 염포산터널 무료화 이후 늘어난 통행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연간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진행된 거가대교의 휴일 통행료와 마창대교의 출퇴근 시간 통행료 할인도 도마에 올랐다.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의 통행료를 두고 잘못된 민자 사업을 지자체와 지역민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지자체에 맡겨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사단법인 마산포럼은 지난달 17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거가대교와 마창대교는 정부가 지자체에 떠맡긴 민간 투자 사업”이라며 “정부가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마산포럼은 이어 “마창대교 통행료를 7월부터 평일 출퇴근 시간에 20% 할인키로 했지만 교량을 이용하는 도민이나 시민이 직접 낼 통행료를 도비와 시비로 내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거가대교 역시 운전자가 통행료를 내고 운영 수익 부족분은 경남도와 부산시가 부담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의 해법 마련을 위한 정부 주도의 용역 실시가 우선돼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 잘못을 바로잡고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시민 서명운동, 헌법소원심판청구 등 할 수 있는 시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갈등 국면
통행료 폐지냐, 요금 인상이냐

서울 남산터널의 혼잡통행료를 두고 미묘한 갈등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시는 남산 1·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 정책 효과 등을 확인키 위해 지난 3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2개월 동안 통행료를 면제하다가 지난 5월 17일부터 혼잡통행료 징수를 재개했다. 서울시는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유지·폐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연내 최종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일시정지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강남 방향의 혼잡통행료를 면제한 1단계 때는 약 5.2%, 강남과 도심 양방향 모두를 면제한 2단계 때는 통행량이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혼잡통행료를 재징수한 지난 5월 17일부터는 면제 전과 유사한 규모인 7만 5270대로 통행량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광민 서울시의회 의원은 “1996년에 도입돼 27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남산 1·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 제도는 교통량 감소 효과 미흡, 다른 혼잡 구간과 지역 대비 징수 형평성 문제, 한양도성 내부로 진입하는 차량뿐 아니라 나가는 차량도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이중과세 문제 등으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서울시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나타난 이번 실험 결과를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낡은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면죄부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오히려 혼잡 통행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통해 “혼잡통행료를 물가 인상과 환경 변화를 반영해 인상해야 한다”며 “징수 범위를 도심 진입 차량으로 확대해야 하고 징수 범위도 사대문 안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닌 강남, 여의도 등 다른 혼잡 지역으로 넓혀 증가하는 서울의 교통 수요를 관리해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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