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사진=SK에코플랜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사진=SK에코플랜트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계가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일찍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건설사가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건축‧토목 사업에서 탈피, 이제는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SK에코플랜트가 그 주인공이다.

SK에코플랜트의 변화는 박경일 대표이사(사장)가 주도하고 있다. 회사가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 변경 후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경일 사장은 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투자전략·M&A 전문가…환경·에너지사업 ‘광폭 행보’

박경일 사장은 2021년 10월 SK에코플랜트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SK텔레콤 경영기획팀장·전략기획실장, SK주식회사 PM전략실장·SV추진담당·행복디자인센터장 등을 역임하고, SK에코플랜트 사업운영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그해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가치로 ‘ESG’를 설정하고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 기업과의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의 체질 개선 중심에는 박 사장이 있었다. 박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시대의 흐름을 담아 비즈니스를 바꿔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신속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수 있는 전략으로 M&A 카드를 꺼냈다.

박 사장은 2021년 SK에코플랜트에 오기 전에 SK그룹에서 투자전략과 M&A 담당 전문가로 활약했다. 2021년 초 SK에코플랜트의 사업운영 총괄로 부임하고 나서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구사했다. 볼트온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업종이 유사하거나 관련성 높은 기업을 계속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인수한 종합환경플랫폼기업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이용해 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21년 새한환경과 대원그린에너지, 도시환경 등 폐기물 처리업체 9곳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인수와 말레이시아 종합환경기업 센바이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어센트엘리먼츠 지분인수도 진행하며 환경과 에너지분야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의 이웨이스트(E-waste) 기업인 테스(TES)를 연결기준 1조2000억 원가량 주고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E-waste는 수명이 다한 전기·전자제품으로, 배터리와 태양광 장치 등도 포함된다. TES는 총 21개국에서 처리시설 43곳을 운영하며 관련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박 사장의 환경·에너지사업 확장 행보는 SK에코플랜트의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작년 3분기 누적(1~9월) 매출은 전년 동기(4조8942억원)보다 33% 증가한 6조51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매출(2조2846억원)은 전년 동기(1조469억원)보다 2배를 넘었다.

지난해 에너지 사업도 전년 동기(3080억원)의 4배를 상회하는 1조3573억 원가량이다. 특히 2022년과 달리 작년에는 해외 에너지사업(1조601억원) 부문에서 매출을 실현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연료전지 사업을 적극 확장해 나간 영향이다. 작년 3분기(7~9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4% 성장한 2조586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 늘어난 1209억원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엔지니어링, SK오션플랜트 등 자회사의 실적 개선 영향으로 매출이 늘었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건설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과 플랜트 부문이 실적을 견인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주택사업도 순항…수도권 리모델링 사업지 수주 잇따라

SK에코플랜트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2년 리모델링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서울, 인천, 경기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연이어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경기 군포시 산본 충무주공2단지 2차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도급액은 1863억원 규모이다. 이번 리모델링 수주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1기 신도시 지역까지 진출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 해 도시정비영업팀에 리모델링 사업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후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 부개주공3단지(2300억원) 수주를 시작으로, △용인수지 뜨리에체 아파트(1924억원) △이촌 우성아파트(1565억원) △산본 충무주공2단지 2차(1863억원) 등 총 4개 리모델링 사업지에서 총 7700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리면서 서울 수도권 주요지역과 1기 신도시 지역까지 수주 행보를 넓히고 있다.

◇ 올해 기업공개 준비 박차…투톱 체제 가동

SK에코플랜트는 이런 체질 개선과 실적 상승을 발판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모집금액 1000억원의 4배가 넘는 4350억원 상당의 자금을 모았다.

박 사장은 이전에도 신년사를 통해 기업공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2022년 새해는 SK에코플랜트가 성공적인 IPO 달성을 위한 준비를 완성하는 해”라고 말했다.

다만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IPO가 미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장 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예비심사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장동현 SK 부회장을 사내 이사로 합류시키며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했다.

장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 후 SK텔레콤에서는 경영기획실장과 전략조정실장, 마케팅 부문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이후 2014년 SK플래닛 사업 총괄에 오른 뒤 SK텔레콤 대표와 SK㈜ 대표를 거쳐 대표이사 사장에서 부회장까지 승진했다. 박경일 사장과 장동현 부회장은 각자 의결권을 지니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행사하게 된다.

두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해 사업성장과 재무 안정성 확보를 함께 꾀할 예정이다. 올해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와 ‘재무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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