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국가들 이미 수소경제 구축에 주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가운데)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가운데)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수소경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추진한 에너지 정책이지만 윤석열 정부도 ‘에너지 신산업’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실 윤 정부 들어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개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수소경제의 운명이 위태롭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원전에서 생산한 청정수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수소경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수소경제에 ‘올인’하고 있고,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수소 공급망에 국제 표준을 설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때 ‘재계 수소동맹’까지 맺었던 한국도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 시점이다.

400㎞ 수소 파이프라인 건설 중인 중국
중국 대응 위해 손잡은 일본과 유럽연합

수소시장은 생산·유통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2030년 이후 급속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30년을 기점으로 수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해 탄소중립 목표 원년인 2050년에는 1년 중 78일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수소로 충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딜로이트 2023 글로벌 그린수소 전망’ 리포트도 청정수소 시장이 2030년 6420억달러(약 885조원)에서 2050년 1조 4000억달러(약 192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맞먹는 수치로, 전 세계 국가들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다.

특히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는 2022년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에너지를 국가 중점 육성 과제로 부각시켰다. 또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수소를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채택하면서 수소차 보급, 그린수소 생산 등 2035년까지 전 산업의 수소 활용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은 네이멍구 자치구인 울란차브에서 베이징으로 수소를 수송하는 400㎞가 넘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시노펙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으로, 제1기 사업이 완공되면 연간 10만톤의 운송 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연간 50만톤의 운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과 EU도 중국의 파상적인 수소에너지 중장기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EU 집행위원회 에너지부는 최근 수소 연구개발(R&D)과 안전 관련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 수소연료전지 차량에 핵심 요소인 수소 순도 기준과 같은 구체적 지침을 2040년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용호 한국 딜로이트그룹 리더는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수소산업의 진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수소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강력한 지원으로,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과 함께 수소산업의 전반적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수소협력 대화’ 이달  출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손 뻗는 재계

우리 정부도 국내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을 이어오며 국내 기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국내 수소전기차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수소협력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지난 14일 서울에서 ‘제1회 한-일 수소협력 대화’를 개최했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21년 9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15개 기업이 참여해 출범한 재계 수소동맹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당시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4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유통까지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고 지난 9일 밝히기도 했다. 인수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과 관련된 설비, 자산뿐만 아니라 R&D 및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 곳으로 모아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넥쏘 후속 모델을 내년까지 출시하고 발전, 트램, 항만, 선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비차량 분야에서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개조해 만든 수소지게차로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현대로템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전기트램도 개발하고 있다.

SK는 액화수소 생산을 시작으로 블루수소·청정수소까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 중 하나로 SK E&S는 지난달 8일 인천 서구 원창동에서 액화수소 플랜트 준공식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약 3만톤의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수소버스 약 5000대를 1년 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SK E&S는 국내 액화수소 생산 사업자인 효성·두산과도 손을 잡았다. 이들 3사는 향후 액화수소 물량 교환, 보유 재고 교류 등에 협력해 액화수소 수급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SK E&S는 액화수소 보급을 위해 인천에 국내 첫 액화수소 충전소를 열었고, 부산·청주·이천 등 전국 40여 곳에 충전소를 설치해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철강 기업 5곳은 액화수소 운반선의 핵심 기자재인 화물창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포스코, 현대제철 등 조선·철강 5개사와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이 ‘액화수소 선박용 재료 시험 표준화 공동연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액화수소 운반선 설계 및 건조를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액화수소 환경에서의 재료 물성 실험 결과 공유 및 데이터 공동 활용, 액화수소 화물창 설계·제작 관련 국제 표준화를 추진한다”며 “한국이 차세대 수소 운반선 시장을 선점하는 기술적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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