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할인지원 행사를 연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한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할인지원 행사를 연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한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정점을 지난 것으로 인식됐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물가 둔화세가 정체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까지 불거지면서 확산됐던 물가 정점론은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에 예상했던 시기보다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크게 후퇴했다.

최근 집계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로 6.4%를 기록해 월가의 사전 예상치인 6.2%를 웃돌았다. 또한 전월비로는 0.5% 올라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미국의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물가는 7개월 연속 상승폭 자체는 둔화됐으나 올해 들어 기대했던 수준에 비해 차츰 더디게 내려오고 있다.

근원 물가는 헤드라인 물가보다 경직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5.6%, 전월비 0.4%로 모두 각각의 예상치인 5.5%, 0.3%를 웃돌았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CPI에 비해 더욱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역시 예상보다 높게 집계됨에 따라 잠잠했던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부문별로는 인건비나 임금과 연관성이 큰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여전히 높았다. 결국 지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던 `디스인플레이션’이 `재화` 부문에 국한된 것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물가가 예상에 비해 안정 국면으로의 진입이 지연됨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일정 및 최종금리에 대한 전망 역시 크게 강화되고 있다.

연초 물가 안정세 진입을 근간으로 빠르게 확산됐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단기에 걸쳐 역시 빠르게 약화됐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1분기 전후로 마무리된 이후 이르면 하반기에 경기 둔화를 근간으로 1~2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 자체가 물가 지표를 기점으로 인상 지속과 인하로의 전환은 어렵다는 쪽으로 변했다.

사실 연초부터 가파르게 진행됐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채권시장이 과거의 관성에 따라서 형성된 측면이 컸다.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국면을 항상 롱 포지션(매수세) 확대의 기회로 삼았던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에서 이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재료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보다는 이른바 ‘밀어붙이기’ 스타일로 인하 기대가 확산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성급하게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 물가 여건이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물가 상황으로는 지속되기 어려웠던 인하 기대는 가파르게 되돌림을 보였고, 시중금리 역시 하락 폭이 가팔랐던 만큼이나 급히 상승했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다시 그 상한이나 기간을 늘리는 과정으로 전개됨에 따라 부각된 이슈도 있었다. 이는 다름 아닌 국가별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경제나 물가 환경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된 것이다.

이와 같은 통화정책 차별화에 대한 기대의 중심에는 한국과 캐나다가 있었다. 

우선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 일정을 빠르게 진행했던 국가로, 동시에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시기 역시 다른 국가보다 앞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행은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비록 열린 결말의 형태로 물가 문제에 대한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하는 형태로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연준발(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했다는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부여가 가능한 결정이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앞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됐고, 국가별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총 300bp에 이르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결코 작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이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과 같이 공격적으로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한국의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는 물가 현안에 충실했던 대응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의 물가 상황을 놓고 보더라도 통화당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닌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월간 값을 기준으로 6.3%가 가장 높은 수치였다. 한때 9%를 웃돌았던 미국과 단순히 비교하더라도 물가에 대한 부담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물가 여건에 대한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비스 물가 역시 한국은 미국에 비해 상승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추세 역시 둔화된 모습이다. 결국 국가별 경기나 물가 여건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 폭이 결정된다고 가정할 때 충분히 설득력을 갖춘 기준금리 동결로 평가할 수 있다.

캐나다는 한국보다 앞서 보다 명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중단을 공식화했다. 지난 1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4.25%에서 4.50%로 25bp 인상한 직후 자신들의 물가 경로 전망을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의 중단을 시사했다.

물론 인상 중단이 ‘조건적’이라는 중앙은행 특유의 수사(修辭)는 유지했지만, 과거 미국 연준과 대체로 정책 경로를 동일하게 유지해 왔던 특성을 감안하면 캐나다 만의 차별화된 통화정책 행보로 해석 가능하다고 하겠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고 고점이 월간 7.9%로 미국에 비해 절대적인 수치가 낮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경제 펀더멘털 여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미국과 차별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시중금리는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일정이 지연되는 국면, 다소 과도하게 형성됐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의 되돌림 등으로 인해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한번 높아진 물가가 중앙은행들의 물가 목표 수준까지 뚜렷하게 하향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상황 역시 최근 물가 지표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적잖은 통화당국들이 이미 자신들의 물가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릴 만큼 올렸다”는 인식을 공고하게 하고 있어 향후 국가별 통화정책 차별화 기대가 본격화될 여지도 상당하다. 그만큼 중장기 추세적으로 시중금리는 하향 안정화 경로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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