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사 비용편익 분석 없이 국토부 자체 판단 인정...용역사 대신 객관적 검증단 수용할까?

[주간한국 박철응 기자]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왜 윤석열 정부 들어 종점을 변경해 추진했는지, 그 이유가 핵심이다. 사적 이익, 즉 대통령 부인 일가가 소유한 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였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궁극적인 규명 사항이다.

의혹을 살만한 정황들이 켜켜이 쌓여있으나 당장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유를 찾으려면 추진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세세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논란이 불거진 후 종점 변경 이유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설명이 달라졌거나 납득되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으며, 이는 곧 진상 규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라 할 수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초 "양평군에서 최우선으로 요청한 강하IC를 반영하여 최적의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공개한 양평군의 타당성평가 협의 요청 회신 공문을 보면, 예비타당성(예타)안의 양서면 종점을 유지하면서 강하면 운심리 인근 IC 신설을 '1안'으로 했으며, '2안'은 강상면 종점으로 바꿔 강하면 왕창리 인근 IC 신설을 제시했다. '3안'은 1안과 2안 노선의 사이로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교량을 신설하는 안이었다. 

사업비 줄이는 '예타 보안안' 있었다
원희룡 "(종점 변경안) 전해 들은 것"

이를 두고 국토부는 양평군의 요구가 '강하면 지역 IC 신설'인데 예타안이 강하면을 통과하지 않으니 노선과 종점을 남쪽으로 내린 강상면 종점 대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었다. 3개의 안 중에서 강상면 종점안을 택일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작성한 사업현황 문서에서는 '검토 1안(예타 보안완)'이 등장한다. 강하면과 인접한 수청 IC를 설치하면서 양서면 종점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양평군의 '1안'과 유사하다.

국토부는 이 안에 대해 '광주시, 양평군 통과 구간 출입시설 설치로 관계기관, 지역 주민 민원 예방', '고교각 교량 최소화 및 집단 주거지 저촉 배제로 민원 예방', '기타 비용 감소로 사업비 감소' 등을 특징으로 들었다. 부정적 요소는 환경성과 접근성 불량 등을 제시했다. 예타안의 문제점을 다수 해소하고 사업비도 줄일 수 있는 안이지만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는 강상면 종점안을 '최적안'으로 삼았던 것이다. 

국토부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입장 중 하나는 용역업체의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랐다는 것이다.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가 지난해 용역 과업을 시작한 지 50일가량 후인 지난해 5월 강상면 종점안을 내놨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시기적으로 선후 관계에 의문을 갖게 했다. 당초 국토부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7월에 양평군이 강하IC를 설치해달라고 해서 강상면 종점안을 정한 것인데, 이미 두 달 전에 용역업체가 종점안을 강상면으로 바꿔 제시했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강상면 종점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업비가 더 들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증가하니까 편익 측면에서 더 낫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용역업체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아니라 국토부의 자체적인 판단과 '추론'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기(용역사)서 그렇게(강상면 종점안이) 더 낫다고 보고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관은 거기에서 받은 걸로 계속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고 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저는 전해 들은 것이지, 용역사를 제가 직접 만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또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에게 "(강상면 종점안 변경) 근거를 용역사로부터 보고 받아서 장관께 전해준 것이 아니고, 가공된 국토부의 자체 계산으로 했다는 것이냐"고 추궁하자 이 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원 장관은 "편익의 핵심이 교통량이고, 그 다음 비용 부분을 보고받았기 때문에 'B/C(비용편익 분석)도 잘 나올 것이다'라는 그런 추론을 해서 저희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공사비 일부 계산 잘못" 시인
'백지화' 무색...내년 예산 123억 반영

이 국장은 "그 당시에 보고드릴 때는 교통량이 40%가 더 늘고 공사비는 5% 정도밖에 늘지 않기 때문에 더 경제성이나 이런 부분이 유리할 것이다라는 그런 보고를 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통량에 대해서는 예타안의 경우 IC 신설을 반영하지 않고 강상면 종점안에만 반영했기 때문에 교통량이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도 국토부의 추산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 많다. 연장이 2km가량 늘어나고 교량도 더 많이 건설해야 하는데, 사업비가 1조 7695억원(예타 노선)에서 1조 8661억원으로 5.5%(966억원)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용역사가 다 알고 있고, 용역사가 답안지를 썼지 않느냐. 그걸 자꾸 전달하는 우리한테 설명을 하라고 그러니까 오해가 자꾸 생기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용역사를 직접 불러 물어보자고 했다. 추가적인 자료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있는 자료는 다 제출했다고 한다, 물론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이라고 했으며, 이 국장도 "공사비와 관련된 내용에 일부 계산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곧 국책 사업의 결정 과정에 민간 용역업체가 절대적인 작용을 했으며, 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거에는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토부는 뒤늦게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용역사와 논의해 예타안과 대안의 B/C를 최단시간 내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민기 국토위 위원장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사전타당성 조사를 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 했던 것을 배제하고 48일 만에 최적안을 바꾼 용역사를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하는 등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원 장관은 다른 전문가 검증단에 맡기자는 의견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원 장관은 지난 7월 초 전면 백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이후 '조건부 중단' 등 표현으로 바꿨다. 지난해 예산안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123억원이 편성되면서 어떤 방식이 됐든 사업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모든 문제가 해소되면 대안이든 원안이든 어떤 형태든지 도로는 개설돼야 한다"면서 "지역 주민을 위해서는 교통 분산을 통해 혼잡도를 줄이고 교통 편의도 제공하고, 기왕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사안이기에 어떤 안이든지 도로는 개설돼야 해 내년에 일단 설계비를 반영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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