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 백 년 앞 내다보고 세워야"
"상암동 소각장, 폐기물 정책 답 아냐"
"폐기물량 줄이는 정책의 대전환 필요"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4일 마포구청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마포구청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4일 마포구청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마포구청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눈앞이 깜깜했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생활 쓰레기를 태울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선정했다는 ‘날벼락’ 소식을 듣던 당시를 이같이 회고했다. 박 구청장 취임 62일만의 일이었다.

박 구청장은 이후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 신설 철회를 요구하며 여러 대안을 들고 서울시와 협의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 된 채 입지선정 1년만인 지난 8월 말 소각장 신설이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는 기존 마포 소각장 부지 옆 2만1000㎡ 필지에 하루 1000톤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소각장을 건립하고 2027년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된다면 37만 마포구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질 수 없었던 만큼, 첫 소식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길 수일 째. 박 구청장은 어느 날 새벽 양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아파트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닥부터 살펴봐야 싶었다. 취임하던 그날, “구청장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서울시가 제안한 신규 소각장 설립은 폐기물 정책의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 1년 동안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의 개·보수를 통한 성능 향상과 유가보상제도를 갖춘 자원 순환 공간인 '소각제로 가게' 등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답 없는 외침도 벌써 1년째지만, 박 구청장에게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되레 박 구청장은 "환경정책 역시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소각장 신설을 통해 폐기물을 처리하려는 서울시의 행정을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4일 마포구청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마포구청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4일 마포구청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마포구청 제공

▶ 취임하자마자 상암동 소각장 문제를 마주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당황했다. '마포구를 발전시키고, 구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시작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상암동 소각장 문제가 터지니 눈 앞이 깜깜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1000톤 규모의 소각장이 2026년 말 완공되고, 750톤 규모의 기존 소각장이 2035년 철거되면 약 9년 동안 마포구에서는 하루 1750톤의 쓰레기가 소각된다. 이는 서울시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의 55%에 이르는 양이다.

어느 날 새벽 잠자다 일어나 빨간 고무장갑을 양손에 끼고 아파트 내에 마련된 분리수거장을 찾았다.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쓰레기가 늘어나는 만큼, 소각장 수를 늘리면 된다'는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환경정책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세워야 하는 정책을 가장 쉽고 편리한 '소각'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일한 행정이 아닌가 싶다."

▶ 서울시가 왜 마포구에 신규 소각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나?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인다면 소각 쓰레기를 감량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난 1년 동안 여러 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 부지 때문인 것 같다. 1970년대 서울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로 인한 쓰레기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마포구 일대를 강제수용한 바 있다. 1990년대 생태 복원작업을 거쳐 난지도는 공원으로 재탄생했지만, 15년 동안 1톤 트럭 1억1000만대 분량이 매립되면서 한동안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었다. 이제는 상암동이 그 타깃이 됐다.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로 또다시 마포구에 소각장을 세우려는 것은 지역적 형평성과 주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 행정'이다.”

▶ 쓰레기 감량을 위해 서울시에 제안한 정책은 무엇인가?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을 개·보수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미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 있는 민간 소각장의 경우 성능 개선을 통해 설계용량 대비 약 130%까지 소각하고 있다. 하지만 마포자원회수시설의 경우 2005년 첫 가동된 뒤 18년째 시설 개선 없이 저성능·저효율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당시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 등 젖은 쓰레기를 혼합 배출하는 방식에 맞춰 고화력 소각로로 설계돼 젖은 쓰레기 대신 플라스틱 등 화학성분이 다량 포함된 쓰레기를 처리하면 소각로가 과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소각 성능을 78% 정도로 감량 운용하고 있다.”

▶ 다른 방안도 제안했는지?

“대표적으로 '소각제로가게'를 제안했다. 이는 전국 최초 유가보상제도를 갖춘 자원 순환 공간이다. 구청 광장 앞에서 시범운영 중인데 재활용품을 세척하는 것을 비롯해 분리배출과 분쇄, 압착 등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리 가능 품목도 비닐, 유리병, 종이, 캔, 플라스틱, 의류 등 18종에 이른다. 자원 관리사가 상주하고 있어 분리배출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품목에 따라 책정된 보상가격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고 있어 호응도 높은 편이다. 선진적인 쓰레기 감량 모델로 조명받으면서 서울시 재활용 분리배출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를 벤치마킹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이를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한다면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 △생활폐기물 성상 분석(64.3% 이상 재활용 가능) △지역 내 사업장 폐기물 분리배출 단속 △일반 가정 대상 분리배출 홍보 강화 △생활폐기물 혼합 배출 단속 강화 △종량제 쓰레기봉투 폐지 또는 비용 인상 등 생활 쓰레기가 올바르게 분리배출 돼 재활용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폐기물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방법을 제안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4일 마포구청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마포구청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4일 마포구청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마포구청 제공

▶ 서울시의 반응은 어떤가?

“미온적이다. 기존 소각장의 운영 실태부터 파악하기 위해 마포자원회수시설의 소각 방식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마포구는 쓰레기를 소각하기에 앞서 소각 쓰레기 감량이 먼저라는 판단으로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37만 마포구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예견됐었던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는 수수방관하다 2026년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 기한이 임박한 지난해 주민들과의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상암동에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4일과 21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입장 철회를 촉구하면서 강행 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행정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삶과 직결된 폐기물 정책은 더욱더 그렇다. 서울시가 계속해서 1차원적인 해결법에만 몰두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 서울시가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구청장은 구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들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과 함께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쓰레기 소각장을 반드시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시는 마포구민들도 건강하게 살 건강권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가질 주거권을 가진 서울시민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37만 마포구민의 울분과 분노에 찬 목소리가 더 커지기 전에 서울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소각장 의존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마포구가 수없이 제안했던 폐기물량 자체를 감량하는 근본적인 폐기물 정책으로 대전환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