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열린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영결식에서 리 전 총리 부인인 청훙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열린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영결식에서 리 전 총리 부인인 청훙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죽음은 중국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정치적 경력에서 시진핑을 제치고 중국 주석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던 이가 명목상의 2인자로 전락하고, 60대의 나이에 돌연 사망한 사례는 중국 정치 경제 분야에서 적잖은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퇴진한 리 전 총리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에 비춰보면 중국 현대 정치사에서 누구보다도 아쉬움이 많았을 수밖에 없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던 이가 리 전 총리다. 후진타오는 자신의 계파인 공청단 소속인 후진타오를 다음 주석으로 밀었지만 장쩌민 전 주석 계열의 상하이방은 이에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중국 공산당 초기 주요 인사들의 자제들의 집단인 태자당에 속한 시 주석이 주도권을 잡는다. 그래도 2013년 시 주석, 리 전 총리의 통치구도가 시작됐을 때도 이 전 총리의 몰락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

리 전 총리는 정치인이면서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통상 정치는 주석이, 경제는 총리가 나눠서 관리하는 중국 통치 체제 하에서 최적의 인사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리 전 총리는 자신의 경제 철학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시 주석이 취임 초부터 정치는 물론 경제까지 장악하고 나서 입지가 축소됐다.

시 주석 체제 하에서 중국 경제가 개혁 개방과 성장 중심의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런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리 총리는 2013년 3월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에서 '시장 중심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자신의 임기인 10년간의 경제 과제로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친 시장적인 행보를 예고했던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시장 개방 등 구조 개혁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 전 총리는 물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 은행 감독위원회 주석 등과 함께 중국 경제의 키를 쥐고 있던 개혁 성향의 인사들은 시 주석의 집권 기반이 강화되며 차례로 낙마했다.

이들의 존재감이 줄어들자 시진핑 정부는 경제를 탄압했다. 문화혁명의 잔재 속에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경제가 기반을 닦고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다가선 상황에서 시 주석은 오히려 경제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부정부패 단속을 앞세웠지만 시장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시 주석의 의도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와 이를 가능케 한 독점금지법이다. 정부는 알리바바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개정했다. 시 주석의 규제는 사교육 시장에도 찬바람을 불러왔다. 치솟는 사교육비를 잡겠다면서 사교육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단행했다.

결과는 확실했다. 시 주석 집권 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기업 가치는 수직 하락했다. 시장은 사교육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도 냉담하게 반응했다. 대다수 중국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시장 논리보다는 철저히 집권 기반 강화를 위한 행보는 결국 시 주석의 3연임과 사실상의 독재를 완성케 했다.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태자당은 공청단 출신에게 집권을 허용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리 총리 계열 인사들의 집권과 함께 중국 경제가 다시 회복될 기회가 있었을 수 있다.

경제를 책임진 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든 정치는 중국에 상당한 상처를 남겼다. 경제 부진이다. 시 주석이 집권 후 '중국몽'을 선언하며 개혁이나 개방이 없는 경제로도 중국의 일류 국가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어쩌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것일 수도 있다.

대형 인터넷 기업을 옥죄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사교육비를 잡아 부모들의 인심을 샀을 수는 있지만, 신성장 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확대를 제한했다. 혁신 기업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중국 청년들은 취업 난에 빠져있다. 이제 중국에서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미 중국 젊은이의 절반이 실업자라는 통계까지 나와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철저한 통제로 일관했던 중국 정부의 대응은 중국 경제의 기반을 흔들었다. 벌써 2년째로 접어든 부동산 침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형 건설 기업의 위기는 부채 문제와 한계 기업의 위기로 확산 중이다. 안 그래도 우려가 많았던 그림자 금융의 상황은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다. 자금줄이 마른 채 부채가 폭증한 지방 정부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시 주석은 취임 초에 모두가 잘 산다는 중국을 만들겠다면서 ‘공동 부유’를 인민들에게 약속했다. 경제 성장 둔화는 이런 약속을 어렵게 한다.

최근 국제 통화 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실질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5%에 그치고 내년 4.2%, 2007년 이후에는 3%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8%대의 성장률을 관리하던 시절은 이제 없다. 이런 상황은 아직은 경제 불균형이 심각한 중국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소득 불평등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더 커졌다. 도시 가구 중 상위 20%의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은 하위 20%의 6.3배에 이른다. 이는 198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리 전 총리도 코로나19 상황 중이던 2020년 5월 한 달에 1000위원(약 18만원)으로 생활하는 이가 6억명에 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의 소득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비록 공산당 일당 지배하에 있다고 해도 중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민들의 불만이다. 불평등이 사회 불안을 촉발한다면 공산당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구권에서는 시 주석이 리 전 총리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경력한 언론 통제를 한 것도 이유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 주석이 리 전 총리의 장례식장에서 머리를 숙였다고 하더라도 베이징 시내에서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왕 야추 프리덤 하우스 중국 연구 책임자는 “중국 인민들은 리 전 총리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시 주석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을 내보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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