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에 나선다. 지난해 첫 만남 이후 1년여 만이다.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릴 이번 회담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시 주석의 방미는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비록 양자 회담이 아니라 다자회담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당시도 시 주석은 유엔 총회와 맞물려 미국으로 향했다. 이후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으로 향했다.

어찌 보면 이번에는 시 주석이 미국으로 향할 차례였던 셈이다. 물론 최근의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애당초 국빈 방문과 같은 환영은 기대할 수 없다. 다자회의가 열린 덕에 미국 땅에서 만남이 성사된 것뿐이다.

미·중 양국은 여러 차례 밀고 당기기 끝에 두 정상의 회담을 성사시켰다.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났고,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을 만났다.

지난해 첫 만남이 양측 외교라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 후 열렸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공방은 치열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차분하게 준비가 이뤄졌다.

두 정상 모두 소기의 성과가 필요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이번에도 크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일 년 앞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갈등으로 미국의 국력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집권 3기 시작 후 본격화하고 있는 경제 부진이 부담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더딘 경제를 되살리려면 미국과의 갈등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올해 회담이 성사된 것도 당장의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꾸준한 대화 채널을 유지한다는 측면으로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점에서 양국 간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채널을 개설하는 데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당초 중국이 이 부분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입장을 선회했다고 알려진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극적인 성과는 없겠지만 소폭의 성과는 점쳐볼 수 있다. 양국 간 상업 항공편 운항 확대, 미국이 고심하는 펜타닐계 마약 원료에 대한 중국의 규제 등도 거론된다.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부소장은 "두 정상이 회담에 매우 사업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해야 할 이슈가 많지만 대화하지 않는 것보다는 대화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전망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상황을 관리하면서 점진적인 성과를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양측의 최근 갈등 양상이 다소 둔화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관계는 갈등이 극대화됐다. 연초에는 중국의 정찰 위성 논란이 미국을 흥분시켰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시 중국은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양측을 자극하는 큰 이슈가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큰 무리 없이 성사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측도 이번 회담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의 합의를 강조한 것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두 정상은 미·중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해선 안 되며 소통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시 주석도 마냥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기는 부담스럽다. 중국 경제 성장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 경제의 호조에 비하면 중국 경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중국이 연간 8% 성장을 자랑하던 시대는 끝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올해 5.4%, 내년 4.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갈등이 심화했던 호주와의 관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은 변화의 신호탄이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에 참여했고 미국의 핵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했다. 호주는 역내에서 중국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두둔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경제 보복에 나서며 수년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었다. 최근의 변화는 양국의 갈등이 상호 간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이는 향후 미·중 관계도 어느 시점에는 개선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인의 마음을 되잡아야 한다. 시 주석은 샌프란시스코 방문 중 미국 기업인들과 만날 것으로 전해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수백 명의 기업인이 시 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들의 혼란을 다잡고 추가적인 투자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사상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미국 대기업의 이탈을 막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다만 미국 내 여론이 시 주석에게 어떻게 반응할지는 변수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는 친중 시위대, 반중 시위대가 각각 시 주석 방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미 라이 등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의 석방을 중국 측에 요구하라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시 주석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중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미국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새로 시행된 '반(反)간첩법'도 논란거리다. 중국은 지난 7월 국가안보 및 국익과 관련된  '모든 서류와 자료, 기사'를 단속 대상으로 하는 고강도의 반간첩법을 발효시켰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및 컨설팅 기관 갤럽이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는 중국의 엄격한 규제로 활동에 제약을 받은 것이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의 경쟁도 예상된다. 인도 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미국과 역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은 APEC 회원국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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