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국 위안화.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에 이어 중국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023년은 주요 2개국(G2)가 모두 한 해에 신용 등급 하락 경고를 받은 해가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국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햐향 조정했다. 향후 중국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한 것이다. 현재 중국 국채 신용등급은 A1이다.

무디스는 2017년 중국 국채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낮춘 후 6년간 유지해 왔다. 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지면 무디스의 중국 신용 평가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다.

등급하락 예고는 중국만에 한하지 않는다. 무디스는 홍콩 마카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했다. 중국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중국에 종속된 홍콩과 마카오이다 보니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무디스는 중국이 경기 침체와 부동산 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진단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측은 이번 조치에 실망했다며 경제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데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도 수요가 줄며 중국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화는 내수 침체로 이어지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건설사인 헝다그룹이 도산 위기에 처하며 수많은 피해자가 나왔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대응 조치도 신용평가사의 우려와 연계된다.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정부 부채 확대를 야기해 중국 신용등급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방만한 경영을 해왔던 국유기업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지방정부는 각종 사회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차입을 해왔다. 지방정부가 이들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중앙정부의 손을 빌려야 한다. 부동산 침체로 지방정부의 주요 수익원이던 토지 매각도 어려워졌다. 이미 판공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이 지방 정부에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디스는 지방정부와 기타 국유기업에 대한 예상되는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며 중국의 재정에 광범위한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중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중국 재무부는 중국 거시경제가 지속해서 회복하고 있다면서 무디스가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과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일갈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는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5.4%로 예상된다. 2010년대 연간 8% 이상 성장하던 상황이 재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028년에는 중국 성장률이 3.5%로 내려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재정 악화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든 것도 서방의 우려를 자극한다.

이번 경고가 단기간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중국 경제가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만큼 신용 등급 하락 이슈의 영향이 서방국가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신용등급이 하락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투자금을 빼내기도 어렵다.

국제관계에서의 영향은 다르다. 중국 경제 악화는 중국에 의존해온 국가들에 부정적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자국 중심의 거대 경제권으로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저개발 국가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해당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가 주춤해지면서 외교적으로도 갈등이 생길 여지가 충분하다.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중국에 일대일로 탈퇴를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그런 예다. 중국이 약속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효과도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간 대대적인 봉쇄 조치를 진행하고 경제 악화로 투자가 부진해지자 나온 결론이다.

이탈리아는 서방 국가 중 일대일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온 바 있다. 중국과의 왕래가 잦았던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렸던 저개발국가들도 이자와 원금 상황부담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대일로 개발 협력을 비방하고 훼손하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며 진영 간 대립과 분열 조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일대일로 탈퇴 사례가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7월 현재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과 협력하는 국가는 152개국이다. 중국이 지금껏 일대일로에 투입한 자금도 1조달러에 달한다. 일대일로가 실패하면 중국의 피해도 크다.

마침 올해는 일대일로 10년이 되는 해였다. 10월에는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10년을 기념하는 정상회의도 열렸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주도한 일대일로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지만 영국 BBC 방송은 일대일로에 대한 중국의 도박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을 개선했지만,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대한 부채 탕감을 거부하면서 반감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당국이 추진했던 부채함정의 외교가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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