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미국 정가가 새해를 앞두고 공화당이 추진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으로 어수선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이번 사안이 실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적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세에 몰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또 다른 골칫거리를 만나게 됐음이 분명하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결의안을 처리했다. 이번 결의는 집권 민주당과 공화당의 날 선 대결이었다. 찬성 221표 대 반대 212표로 양당의 의석수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당 대 당’ 차원의 대립이었던 셈이다.

이번 결의안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관련 조사를 공식 승인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공화당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세입 위원회, 감독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위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 개시는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신임 의장인 마이크 존슨이 의사봉을 두드렸다. 메카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과의 연합 전선에 의해 낙마한 후 정식 조사 승인이 미뤄졌지만 이변은 없었다.

공화당 측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확보한 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 부통령이던 당시 아들 헌터가 해외사업에 관여해 부당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고 이를 탄핵 조사로 연계했다.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 측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표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공화당이 주도한 이번 표결이 근거 없는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하면서 시간 낭비라고 역설했다.

다만 이번 조사 개시가 바이든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탄핵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소추와 심리로 나뉜다. 탄핵의 사전 절차인 소추는 하원이, 소추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심리를 상원이 맡는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탄핵 소추를 결정할 수 있지만, 상원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2021년 1월 민주당이 다수이던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결의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던 것과 정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하원은 민주당이 주도했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다.

심지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최종 확정되려면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미국 의회 의석을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 차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도 미 상원은 민주당이 과반에서 단 1석 차이로 다수당이다.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가 공화당 쪽에 서야 바이든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탄핵 조사 개시는 내년 1월 미국 대선 경선 시작을 앞두고 기선 잡기로 볼 수 있다. 공화당 측은 공식 조사가 시작되면 백악관 측도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백악관은 하원이 탄핵 조사를 공식화하지 않았던 만큼 조사가 불법이라고 반박하고 정보 공개 압박을 거부해 왔다. 이제 공식 조사가 가능해진 만큼 백악관도 조사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원하는 부정의 증거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의회 조사관들이 4만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헌터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거론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공화당 측 증인들도 이를 인정했다. 지금까지 3명의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당한 적이 있지만 해임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의회 난입을 유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공화당 의원들도 탄핵에 신중하다. 자칫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합주나 양당 지지 세력이 백중세를 보이는 지역 의원들이 조심스럽다.

공화당 더스티 존슨 의원은 “영수증이 없으면 하원의 탄핵 시도가 제한 될 것”이라고 했고 역시 공화당 소속인 켄 벅 의원도 “공화당이 ‘보복 탄핵’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권자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지난 10월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중 57%가 바이든 탄핵에 반대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당시보다도 10~14%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안심할 수 없다. 결국 공화당이 노리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에 대한 조사에 이어 하원에서 탄핵이 성사될 경우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을 즈음해 공화당이 하원에서 탄핵을 시도한다면 후보에 몰릴 유권자들의 관심을 희석할 수 있다.

마침 공화당이 노리는 목표도 민감한 주제다. 공화당은 헌터 바이든이 중국과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을 벌이며 당시 부통령이던 아버지의 후광을 누렸는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중국은 현재 미국의 이익과 첨예하게 맞물린다. 미국 외교의 난제이기도 한 두 나라와 바이든의 연관성을 부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선거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도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예산 편성을 막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중국과의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면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 분명하다.

영국 일간 더 가디언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시기에 탄핵 조사가 이뤄지면 바이든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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