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2년을 끌어온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은 2024년에 어떻게 흘러갈까.

이제 전쟁이 발발한 지도 3년이 된다. 일전 일퇴를 거듭하던 전쟁은 서방의 지원이 끊기며 전선이 정체되고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방 측이나 러시아 모두 현 상태에서 휴전을 모색한다는 조짐도 관측된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의회에서 발목 잡혀 있는 상황에서 내년 미국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한다면 국제질서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해 시도했던 봄철 대공세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쪽으로 상황이 전개됐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서방 진영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되자 이제는 러시아가 기세를 올리는 모습이다. 물론 러시아 역시 전쟁 물자 부족인 것은 매한가지인 만큼 전황이 급격히 달라질 가능성은 작다.

이런 상항에서 미국 정부는 지난 12월 27일(현지시간) 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2024년을 불과 며칠 앞두고 결정된 올해 마지막 지원이다.

지원 품목은 방공용 군수품과 여타 방공체제 구성품,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하이마스)용 추가 탄약, 155mm 및 105mm 포탄, 탄약 1500만 발 이상이다. 이번 지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미국 의회가 이미 승인했던 예산의 올해 마지막 집행분일 뿐이다.

오히려 내년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야당인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50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 번째 방미에 나서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공화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친이민 정책을 수정해 이민 개혁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발목을 걸고 있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할수록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실책론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하려는 셈법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번 지원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지키는 것을 돕는 것이 미국 안보 이익의 진전"이라며 의회의 행동을 촉구했지만, 공화당이 이런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작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의 올해 마지막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유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되는 러시아의 침략에 계속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규모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기는 어렵다.

상황이 꼬이는 것은 유럽도 매한가지다. 유럽연합(EU)도 55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추진 중이지만 여기에도 ‘빌런’이 있다. 헝가리다. 헝가리의 친러시아 정권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물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번번이 반기를 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면초가 상태다. 러시아를 몰아낼 듯했던 기세는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낼 포탄도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의 지원이 없다면 공무원 급여와 연금도 지급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430억달러의 재정 적자를 겪고 있다.

서방의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했던 러시아는 다시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한 동부지역의 도네츠크 최전선인 마린카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전쟁연구소(ISW)도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월 대반격에서 수복했던 지역을 러시아군이 다시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은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전황이 어느 일방에 우세하게 급격하게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서방이나 러시아 측 모두 휴전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바버라 캔체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전쟁학과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이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양측이 휴전 협상을 타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돌파구가 없다"며 "워싱턴과 브뤼셀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이클 클라키 전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 연구소 사무총장도 "러시아가 공세에 나설 장비와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결국 2024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미 변화를 위한 행보도 나타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하며 평화 협상에 대해 논의했음을 밝혔다. 교황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분쟁을 종식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은 현재 정체된 전선에 만족하며 휴전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미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휴전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과 유럽도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을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하고 협상을 통한 휴전을 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물론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자국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의할지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여론조사기관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이달 실시한 조사에서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위해 영토를 양보할 수 있다는 응답은 19%에 달했다. 전쟁의 피로감은 영토 사수 의지를 약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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