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위협하는 예멘 후티 반군.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홍해 위협하는 예멘 후티 반군.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2024년에도 세계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상황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두 사안에 대해 미국이 모두 관여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중동 국가 간의 갈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사태의 조기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2월 9일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국적과 관계없이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후 실제 행동에 나섰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하면서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상황은 후티가 이스라엘을 핑계로 선박들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후티 반군의 서방국가 선박 공격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도 요동치는 등 악영향이 확산하고 있다. 곡물 8%, 해로를 통한 원유 12%, 천연가스 8% 등 전 세계 해상 교역의 약 15%가 홍해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후티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석유다.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지난 3일 국제 원윳값은 3%나 치솟기도 했다.

후티 반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 해상 항로의 핵심인 수에즈 운하와 중동에서 출발한 유조선들의 통로인 홍해를 노려왔다. 후티는 이번에도 드론과 소형 보트, 미사일 등을 동원해 민간 선박은 물론 타국 해군함정도 공격 중이다.

선박들이 후티의 공격을 피하려면 수에즈 운하 항로 대신 아프리카대륙 남부 희망봉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로 인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세계적인 물류 난맥이 불가피해진다.

이미 주요 해운업체인 머스크가 지난달 아프리카 우회 경로를 이용을 발표했고 다른 해운사들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영국의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도 홍해를 피해 원유 운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유가를 흔드는 불안 요인은 후티만이 아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 의해 제거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 중 폭발이 일어나 1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며 불안 심리를 더욱 가중시켰다.

미국도 후티 반군에 대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이나 미사일을 격추하고 선박도 침몰시켰다. 미국은 이번에도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한 동맹국과의 공조를 추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함대인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발표했다.

미국은 후티 반군이 지난달부터 약 25차례 상선을 공격했다고 파악했다. 후티는 미국의 경고에도 무인수상함정(USV)까지 동원해 상선을 공격하고 나섰다. 후티의 USV 공격은 이란 폭발 사고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브래드 쿠퍼 미국 중동해군 최고사령관도 USV공격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했을 정도다.

모하마드 레자 아쉬티아니 이란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다국적 함대 구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이란은 후티 반군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하며 미국과 반목 중이다.

알리 바크바르 아흐마디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후티 반군 대변인과 만나 후티 반군의 최근 군사행동이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응한 용감한 행동이라고 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란은 해군 함정도 홍해로 파견했다.

미국이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공격하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반대한다. 후티와 사우디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후티는 최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휴전을 협의 중이다.

미국과 호주·바레인·벨기에·캐나다·덴마크·독일·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뉴질랜드·싱가포르·영국 등 13개국은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후티 반군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대화를 통한 해법도 뾰족한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같은 날 후티 반군의 홍해 항해 선박 위협 문제를 논의하는 공개 회의를 개최했지만 역시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기는 어렵다.

핵심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충돌을 먼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후티 반군이 내건 명분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공격 대상을 레바논으로까지 확대하는 상황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동으로 향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행동인 셈이다.

블링컨의 중동 방문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블링컨은 터키, 그리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서안지구, 이집트를 방문한다. 중동 연관 국가들 대부분을 방문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확산으로 인한 국제 여론의 악화와 함께 미국이 이스라엘만 두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내 반발도 심상치 않다. 미국 교육부 정책 고문인 타리크 하바쉬는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가 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사임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정책에 반대해 사임한 두 번째 행정부 관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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