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더그 버검 전 공화당 경선 후보들이 22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더그 버검 전 공화당 경선 후보들이 22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막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를 정하기 위한 경선이 시작됐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조기에 확정되며 일찌감치 본선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열린 두 번의 경선에서 연이어 낙승을 거뒀다. 그의 본선행에 경쟁자가 없음은 분명해졌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사퇴했고, 분전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경선 완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선의 판도가 사실상 결정되는 3월5일 '슈퍼화요일'도 의미를 상실했다. 트럼프는 이미 공화당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

민주당에서도 고령 논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을 대신할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2020년의 상황과 대조된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 승기를 잡지 못하고 수모를 겪었다. 당시 바이든은 부진을 거듭하다 2월 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기사회생했다. 이후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당 내부에서 집안 정리가 이뤄졌다.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피터 부티지지, 버니 샌더스 등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은 승리를 위한 발판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통상 미국 대선은 양당의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공식 확정한다. 전당대회는 사실상의 출정식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 열린다. 전국적인 선거 분위기를 일으키며 여세를 몰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올해는 공화당이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19일~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의 출정식은 예년의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조기에 선거판이 뜨거워지는 것을 바라는 모습이다. 특히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대결을 반기며 선공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뉴햄프셔 경선 승리 직후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수석고문과 제니퍼 오말리 딜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재선 캠프로 보냈다. 두 사람은 지난 선거에서도 바이든을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다. 미 정가에서는 바이든의 가장 큰 자산을 트럼프에게 승리했던 경험으로 꼽는다.

바이든은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막말을 앞세운 트럼프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바이든은 조기에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시작하며 자신이 유약하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을 깨뜨릴 수 있다. 아울러 일찌감치 민주당 지지 세력을 집결해 역전을 노릴 수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민주당이 트럼프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 낙승을 하면서 선거 구도가 일찌감치 확정되는 시나리오를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도 조기에 공화당 경선을 마무리할수록 선거 자금 조달에 여유가 생긴다. 당내 경쟁자들을 비방하는 데 사용할 자금을 본선에 쏟아부을 수 있다. 장기간 당내 경선을 이어가는 것은 트럼프가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유권자들이 두 후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번 미국 대선이 유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들로 치러질 것도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몬머스 대학교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절반이 바이든과 트럼프에게 모두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지만 결국은 다시 두사람 중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 지난 25일 발표된 로이터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의 열세가 여전했지만, 유권자들의 67%가 두 사람의 대 재결에 피곤함을 내비쳤다.

최근까지도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뒤진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졌지만, 본선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고 변수가 불거질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의 경우 사법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변수가 예고된 셈이다.

이 때문에 선거 전략을 어떻게 세우냐가 중요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측이 바이든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한 원인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싫은 후보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한다는 분석도 확보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조기에 시작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트럼프 메시지를 내보내 트럼프의 실체를 모르는 유권자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바이든은 뉴햄프셔 경선 후 버지니아주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을 유달리 강조했다. 이 역시 트럼프를 직접 겨냥한 승부수다. 바이든은 대법원을 보수 절대 우위로 만든 장본인인 트럼프가 낙태권의 자유를 빼앗은 장본인이라고 몰아세웠다. 바이든은 심지어 오는 3월 7일 예정인 국정 연설에 낙태를 거부당한 여성을 초청했다. 이를 통해 낙태에 관대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아 본선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으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불러올 수 있는 역풍에 대한 차단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선거판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양자 대결이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측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트럼프 측 지지자들이 민주당이 이번 봄부터 대대적인 비방광고에 나설 것임을 예상하고 맞불을 놓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은 민주당이 상반기에만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주에서만 3억 600만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를 향해 공화당이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헤일리 지지자들에게는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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