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왼쪽에서 둘째)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왼쪽에서 둘째)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네 갈래로 창당을 추진하던 신당 세력이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9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신당을 추진해 오던 ▲이준석-양향자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김종민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조성주 대표의 새로운선택, ▲민주당 탈당파 원칙과상식의 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4개 세력이 하나의 정당으로 4월 총선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는 4개 세력의 이름들도 엇비슷해서 어느 당이 누가 하는 당인가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서야 ‘개혁신당’이 제3지대를 대표하는 단일 정당임을 알 수 있게 됐다.

저조한 지지율이 낳은 공멸 위기…통합 합의 이끌어

그동안 신당 세력들의 지지율은 바닥을 면하지 못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2월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21%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신당들의 지지율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4%, 개혁미래당(조사 후 새로운미래로 개명) 1%로 각각 나타났다. 국민의힘 후보(33%)와 더불어민주당 후보(35%) 당선을 선택한 응답자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고, 무당파 부동층의 지지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음이 나타난 것이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거대 양당을 싫어하고 제3세력을 지지하는 층이 20%대를 넘고 있지만, 4개 세력의 개별 지지율 총합은 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거대 양당에 등을 돌리고 제3지대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층이 20%를 넘는 상황에서도 각 신당 세력들의 지지율이 저조한 현실은 공멸의 위기의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국민의힘에 있을 때 이준석은 뉴스의 주인공이었고 ‘이준석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10%대 이상을 나타냈지만,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준석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보수정당 세력 뉴스의 중심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들어선 대신 이준석은 더 이상 뉴스를 생산해낼 힘이 달리는 모습이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들었던 새로운미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민주당의 대표를 지냈던, 그리고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와 후보 경쟁을 벌였던 이낙연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을 탈당하고 나니 함께 하는 의원들 숫자도 몇 명 되지 않았고, 지지율이 이준석 신당에게도 뒤지는 군소정당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니 4개의 신당세력들은 서로 간의 이질성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통합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대 양당정치에 식상한 부동층 정서에 부합…투표 행태가 ‘벽’

통합된 개혁신당이 총선에 미칠 영향은 두가지 차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다. 우선 소극적인 차원에서는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주는 유·불리의 영향이다. 여야 양당 가운데 어느 쪽의 표를 더 잠식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적극적으로 보자면 개혁신당이 단지 기존 정당들의 경쟁에 영향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 독자적인 바람과 파괴력을 낳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그런 경우였다. 여야 거대 정당 사이에서도 38석을 얻어 기염을 토했던 국민의당의 사례는 제3지대 신당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동시에 그 이후에 있었던 실패의 트라우마를 동시에 남겨준 역사로 남았다.

먼저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의 표를 더 많이 갖고 갈 것인가. 이에 따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팽팽한 승부를 벌일 총선의 판세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최근 이낙연 대표가 ‘최소한 30석 당선’을 목표로 제시했듯이 개혁신당 후보가 당선되는 지역들도 나타나겠지만,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개혁신당 후보들이 얻는 표의 성향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개혁신당은 양당의 표를 공히 잠식하되 민주당의 표를 더 많이 갖고 갈 가능성이 크다.

뉴스1이 갤럽에 의뢰해 2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인천·경기지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2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3지대 후보 당선’을 선택한 사람 중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들은 13%,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은 10%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지층이 좀 더 많이 제3지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념 성향별 조사에서도 ‘제3지대 후보 당선’을 원한 보수층은 16%인데 비해 진보층은 20%, 중도층은 27%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이 제3지대 개혁신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개혁신당의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반윤석열’의 기조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애가 될 수 있다. 결국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개혁신당으로 유입될 층이 더 많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국민의힘 보다는 민주당에게 부담스럽다는 의미가 된다.

굳이 여론조사 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민주당에게 또 다시 국회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 위에서 지지층의 결집도가 높게 나타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내부의 호불호가 엇갈려서 아직까지도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는 이재명 후보가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층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민주당을 ‘이재명 당’으로 굳혀버리는 선택을 했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도 제3지대의 개혁신당이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한다면 민주당 대신 개혁신당을 찍을 층이 일정 비율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국민의힘의 참패를 낳았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와는 선거 환경이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당시에는 표심이 ‘윤석열 심판’에 나섰다고 한다면, 이번에 여권에서는 윤석열은 보이지 않고 한동훈이라는 새로운 얼굴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반면에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그에 맞설 뾰족한 쇄신의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의 소극적 지지층과 중도층에게는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혁신당을 지지할 선택지가 생겨난 것이다. 전반적인 총선 판세는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치렀을 때 민주당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던 지형과는 많이 달라졌다. 개혁신당의 참전도 그러한 변화에 한 몫을 하고 있음을 민주당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한쪽을 유리하고 불리하게 만들려고 창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바람을 일으켜서 거대 양당이 정치를 독점하던 시대에 파열음을 내고 종언을 고하도록 만들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물론 지금의 정치환경과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를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진영 간 혐오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층이 워낙 많기에 그 가능성을 닫을 이유는 없다. 개혁신당이 하기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실 노선으로 따지면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극단주의적 진영 정치를 동시에 비판하는 개혁신당의 노선이 가장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라는 것이 이성적인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것만도 아니고, 거대 진영에 속하려는 집단주의적 정서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에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1+야권3’의 이질적 구성, 당내 정책갈등 조정이 과제

지금 개혁신당에 주어진 최우선적 과제는 이질적인 세력들이 급조해서 만든 ‘잡탕 정당’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명실상부한 하나의 대오를 갖추는 일이다. 실제로 통합 선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상당한 반발들이 이어졌다. 당장 이준석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과 탈당 행렬이 격하게 나타났다. 이준석 신당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보수정당 지지자들이었는데, 야권 성향인 민주당 탈당 인사들과 합당하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냈고 민주당 당 대표까지 지낸 이낙연 전 대표와 손잡은 데 대한 반감이 크게 표출됐다.

개혁신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제3지대 합당에 대해 비판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개잡탕밥 안 먹는다”, “어이없다. 도대체 당원 설문조사는 왜 한 거냐”, “선대위원장이 이낙연이라니”, “합당시 탈당한다”, “류호정, 배복주를 위해 비례투표 할 수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격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 지지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에펨코리아’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특히 최고위원 구성에서 민주당 출신 3명, 이준석 개혁신당 출신 1명으로 구성하기로 함에 따라 당의 주도권이 민주당 출신들에게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보수적 지지층 사이에서는 팽배해졌다.

이에 이준석 대표가 지지층 반발 진화에 나서야 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국 단일 기호를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단일 기호 확보다. 전국 단위 기호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5석을 조기 확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이 대표는 “당명이 개혁신당으로 결정되는 것은 개혁신당 중심으로의 통합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3세력이 합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서 기존 개혁신당의 주도성을 인정받은 것임을 강조했다. “김철근 사무총장이 그대로 사무총장을 하는 걸로 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아마 후속 인선을 보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지지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정당 출신의 인사들과 민주당 출신의 진보 성향 인사들이 당을 함께 하는 데 따른 이질성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 개혁신당의 젠더 정책이다. 이 대표는 더 이상 구조적인 여성 차별은 없다며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에서 ‘이대남’ 노선을 선도해 왔던 정치인이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계열의 여성계에서는 ‘공공의 적’처럼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의당 출신의 류호정 전 의원은 그와는 정반대로 이 대표의 이대남 노선을 비판해온 페미니스트이다.

이준석 대표는 “류 전 의원의 주장이 개혁신당 내에서 주류적인 생각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가능성이 약하다고 본다. 하지만 류 의원이 여기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막을 수 있는 방법론이 우리에게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또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새로운선택에 소속된 류 전 의원의 참여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젠더관이 당내에서 주류적 생각이 될 수는 없음을 못박은 것이다.

이에 대해 류 전 의원은 “페미니즘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곳에서 독자세력으로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첨예한 갈등일수록 절제하고 공존하려는 태도를 갖겠다”며 당내 갈등을 빚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젠더 정책과 관련해 류 전 의원에 대한 미묘함을 토로했지만, 사실 다른 야권 출신 신당세력들에게도 이준석의 정치는 그 이상의 곤혹스러움을 안겨주는 대상이다. 보수정당의 대표였다는 정치 이념적 성향은 차치하고라도, 이준석의 정치는 분열을 조장하는 ‘갈라치기’ 정치라는 인식이 특히 야권과 여성계에서는 상당히 자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대로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이대남 전략을 내걸어 ‘남녀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막상 대선 결과, 그에 반발한 ‘이대녀’들의 결집에 따라 별 효과를 보지도 못했다. 이 대표는 세대포위론도 내걸었다. 2030 세대 가운데서 2030 남성층과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 노년층을 묶어 민주당 지지층인 40~50대를 포위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또한 세대 간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이재명 후보에게 간신히 이기면서 이준석의 이대남 전략이나 세대포위 전략은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도 정면으로 대립하면서 ‘약자들에게만 강하다’는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의 지지층은 야권 출신 신당들과의 통합에 반발했지만, 반대로 야권 출신 신당들의 지지층은 ‘여성혐오’와 ‘약자혐오’의 정치를 해온 이 대표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노선과 스타일을 둘러싼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만든 개혁신당은 4개 신당세력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도 5%도 되지 못하는 당 지지율을 갖고 총선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하기는 역부족이었고, 다른 3개 신당세력들도 개혁신당과 통합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세력이 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선거에서는 누가 옳은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표를 더 많이 받는가가 중요하다. 이 대표의 정치와 야권 출신 3개 신당세력의 여러 이질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통합에 합의하게 된 것은 '각자도생하다가는 4월 총선이 정치적 무덤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통합 선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통합 개혁신당이 조정과 합의를 거쳐야 할 정책적 쟁점들은 많다. 이미 이준석 대표 시절의 개혁신당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며 대신 “65세 이상 노인층에게 월 1만원, 연간 12만원을 교통카드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대한노인회 등 노인층의 반발이 거셌고, 이 또한 노인들에게 지하철 적자의 책임을 돌리는 갈라치기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새로운선택의 경우는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아질 때까지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유지”하고 ‘수도권 위주의 무임승차 복지를 지역교통에도 적용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빠르면 2030년부터 공개채용을 통해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병역을 필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며 “한쪽 성별만 부담했던 병역을 나머지 절반이 조금씩 더 부담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겨냥한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혁신당의 통합 과정에서는 아직까지 정책적 차이에 따른 논란과 갈등은 생겨나지 않았다. 차이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하자는 통합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통합 이전에 새로운선택이 발표한 ‘제3지대 통합정당 최소강령’이나 원칙과상식이 발표한 ‘빅텐트 통합을 위한 최소강령’에도 이준석 개혁신당의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비판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가 워낙 강경한 반페미니스트이자 이대남 노선의 주창자였기 때문에 앞으로 갈등 쟁점들에 대한 원만한 조정과 합의가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마도 젠더 문제에 대한 개혁신당의 정책적 입장 정리는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내부 논의 사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모호하게 우회해 갈 가능성이 크다.

개혁신당의 숙제는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어떻게 국민의 피부에 와닿게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개혁신당 지도부는 설 연휴였던 지난 11일 첫 회의를 갖고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와 김종민·이원욱 의원, 금태섭·김용남 전 의원 등 6명은 회동을 갖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브리핑을 한 이원욱 의원은 "위성정당은 가짜정당"이라며 “거대 양당의 꼼수 정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제3정당이 이번에 만들어졌는데 그런 꼼수를 다시 보여주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원칙과 상식을 잃는 행위”라며 “이번에 설령 지지율이 20~30%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이 불리한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춰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데 대한 차별화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꼼수’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며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구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불리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은 나름 신선한 결단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주자 부재한 개혁신당…막판 사표방지 심리 막아야

유권자들에게는 묘한 행태가 있다. 평소에는 거대 양당의 진영 정치를 비판하면서 제3지대 정당이나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을 많이 한다. 낡은 정치가 식상해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의 당연한 욕구다. 그런데 막상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의 진영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인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서 이탈해 부동층으로 존재하고 있는 20%대가 넘는 층에 대해 양당이 미치는 영향력의 자장권은 생각보다 강하다. 부동층이 됐다가 선거 막판에 가서 다시 거대 양당 가운데 한쪽 지지로 이동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제3지대 신당에 투표를 하면 사표(死票)가 될 것에 대한 우려다. 기왕이면 자신이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 유권자들의 심리다. 그런데 제3정당의 후보를 아무리 지지해도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충성도가 낮은 유권자는 당선 가능한 거대 양당 사이에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 이유는 특정 정당의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투표 때문이다. 어느 정당과 후보를 특별히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꼴만은 보고 싶지 않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때의 투표 행태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들도 많았고, 반대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윤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 후보를 찍은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대선 결과는 윤 후보가 이 후보 비토 분위기의 수혜를 더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에서 대중적 인정과 합의를 받는 차기 대선주자가 부재한 현실은 총선에서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표를 끌어올 만한 ‘얼굴’이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준석도 이낙연도 ‘대통령 후보감’으로 인정받으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굳이 약점부터 따지자면 수십 가지는 될 개혁신당이다. 그래도 상대를 악마로만 여기며 정치를 전쟁처럼 하는 거대 양당정치에 대한 환멸이 워낙 큰 시기다. 제3지대 신당의 바람이 불 수도 있는 환경이니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제3지대’의 의미는 양쪽의 중간이 아니라 제1지대와 제2지대를 동시에 넘어섬을 의미한다는 것을 개혁신당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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