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사진=시프트업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사진=시프트업

[데일리한국 장정우 기자]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국내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수의 게임 개발에 참여해 이용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창세기전2 외전 템페스트’, ‘창세기전 3’, ‘마그나카르타’, ‘블레이드 & 소울’ 등에서 여러 아트워크를 선보였으며 특유의 화풍으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는 '블레이드 & 소울'의 아트 디렉터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을 때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13년 시프트업을 설립했다.

2년6개월의 개발 끝에 출시한 첫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에는 주요 캐릭터 일러스트를 직접 담당했다. 이 게임은 2D 일러스트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추가한 ‘라이브 2D’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워 국내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AAA급 게임 지향하는 IP 개발에 집중

시프트업의 첫 게임인 '데스티니 차일드' 사진=시프트업
시프트업의 첫 게임인 '데스티니 차일드' 사진=시프트업

시프트업은 '데스티니 차일드'의 성공에 멈추지 않고 신규 IP(지식재산권) 발굴에 나섰다. 개발 난이도가 높고 기존에 없었던 장르와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IP를 목표로 했다.

그 일환으로 2019년에 ‘프로젝트 니케’(현 '승리의 여신: 니케')와 콘솔 게임인 ‘프로젝트 이브’(현 '스텔라 블레이드')를 동시에 공개했다. 당시 서브컬처(하위문화)와 슈팅 요소(총싸움)를 조합한 게임을 내놓거나, 국내 개발사가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김 대표는 “상업적으로 무난한 게임만 만들면 당장은 쉽게 성장하고 돈을 벌지라도 길게 갈수 없다”며 험난한 길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당시 공개된 2개의 게임 모두 업계의 관심을 모으는 타이틀로 성장했다.

2022년 11월 출시된 '승리의 여신: 니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진행된 업데이트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톱10 안에 안착하며 장기 흥행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4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텔라 블레이드 사진=SIEK
4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텔라 블레이드 사진=SIEK

오는 4월26일 출시 예정인 '스텔라 블레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콘솔 게임 기업인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에서 공개된 첫 영상은 100만 조회수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지난해 11월 SIE와 ‘플레이스테이션5’ 유통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국내 게임 최초로 소니의 세컨드 파티(투자 및 지원을 받고 특정 플랫폼에 독점 출시) 파트너사로 합류하게 됐다.

지난달 7일부터 예약 주문이 시작됐으며 △플레이스테이션 한국 스토어 사전 예약 1위 △플레이스테이션 북미 스토어 사전 예약 2위 △미국 아마존 플레이스테이션5 베스트셀러 2위 △일본 아마존 플레이스테이션5 매출 3위 등을 기록해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게임업계에서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난이도 높은 도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공해왔다는 것은 김 대표의 의지와 역량을 보여준다.

◇ 2조원 기업가치로 성장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프트업 사진=시프트업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프트업 사진=시프트업

시프트업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텐센트의 자회사가 위메이드의 시프트업 지분 4.1%를 800억원에 매입해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IMM인베스트먼트와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가 평가한 약 1조원대에서 1년사이 2배 규모로 증가한 성장세이며, 2020년 라인게임즈가 보유 지분을 매각했을 때를 비교하면 10배가량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는 2022년 9월과 11월 두 차례 시프트업을 방문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글로벌 지원군에 합류했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5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올해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 기술과 인재에 투자하는 시프트업

3D 스캔 시스템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시프트업 사진=장정우 기자
3D 스캔 시스템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시프트업 사진=장정우 기자

시프트업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 덕분으로 평가된다. 2021년에는 매출액의 90%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사내에는 3D 스캔장비를 도입해 퍼포먼스 캡처가 가능한 스튜디오를 설치했으며 다수의 그래픽 리소스(자원)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스텔라 블레이드의 그래픽과 액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수 콘텐츠와 업계를 선도하는 최신 기술은 인적 자원의 역량이 최우선된다는 신념으로 회사의 성장 속도에 맞춰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C(Chief) 레벨' 인사로 두고 있다. 기존 C레벨인 민경립 부사장(CSO), 이형복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인상 최고인사책임자(CHRO), 조성래 최고디자인책임자(CDO)와 함께 지난해 상장 전문가인 안재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시프트업은 AI 조직 신설과 함게 김태훈 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사진=시프트업
시프트업은 AI 조직 신설과 함게 김태훈 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사진=시프트업

또 AI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실리콘밸리 출신의 개발자 김태훈 팀장을 영입했다. 그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의 개발자 출신으로 ‘챗GPT’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앞으로도 시프트업은 게임 AI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작하는 모든 게임의 캐릭터와 NPC(Non-Player Character)의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현실적이고 몰입도 높은 게임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고 게임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우수 공학도들과 산학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포스텍과 국내 최초로 학사 학점이 인정되는 ‘오프 캠퍼스’ 구축을 위한 협력을 진행했다. 카이스트(KAIST)와도 단기 및 장기 인턴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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