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X럭스컨설트’, 2024 스위스 시계산업 리포트
상위 4개 브랜드가 스위스 시계산업 50% 이상 차지
일부 브랜드 독점 ‘양극화’ 가속
롤렉스‧파텍핍립‧오데마피게‧리차드밀 등
개인 소유 브랜드 실적 큰 폭 성장
스와치, 3배 넘는 매출…‘문스와치’가 효자
바쉐론콘스탄틴, 10억 스위스프랑 클럽 첫 진입
IWC ‘끝없는 하락’, 파네라이 인기도 시들
하이엔드 인디 브랜드, 50위권 첫 진입
럭셔리 스마트워치도 판매 상승

사진=롤렉스 홈페이지
사진=롤렉스 홈페이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미국의 글로벌 투자사 모건스탠리와 스위스 컨설팅 회사 럭스 컨설트(LuxeConsult)’가 매년 스위스 시계산업 동향을 발표하는 2024 리포트에서 롤렉스(Rolex)101억 스위스프랑(151760)의 매출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모건스탠리X럭스컨설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해동안 롤렉스는 134만 개의 시계를 생산했다. 판매 실적에 힘입어 롤렉스는 소매 시장 점유율 30.3%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7.5%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한 까르띠에와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오메가, 파텍필립, 오데마피게, 론진, 리차드밀, 바쉐론 콘스탄틴, 브라이틀링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 브랜드 중 럭셔리워치가 아닌 중저가 시계로 론진과 티쏘가 올라 있는 것도 주목된다. 티쏘의 경우 PRX 제품군 및 코로나 이후 중국 시장 재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스와치(Swatch) 그룹이 19.4% 매출을 기록하며 리치몬트 그룹(18.7%) 추월에 성공했다. 스와치는 지난 2021년보다 3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만개가 넘게 팔린 문스와치의 폭발적 인기 덕분이다. 문스와치는 브랜드 매출의 73%나 차지했다. 이로써 브레게, 블랑팡, 자크 드로즈 등 럭셔리 워치 라인의 저조한 판매 실적 공백을 메꿀 수 있게 됐다.

롤렉스와 자매회사 튜더(Tudor)가 스위스 시계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 반면, 스와치와 리치몬트(Richemont) 같은 대기업은 각 브랜드의 매출을 합쳐 전체 매출의 3분의1을 차지했다. 여전히 세계의 시계시장은 롤렉스-스와치-리치몬트, 그리고 파텍필립과 오데마피게라는 단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시장의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2023년 스위스 시계브랜드의 시장 점유율 20위권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롤렉스 30.3%

2. 까르띠에 7.5%

3. 오메가 7.49%

4. 파텍필립 5.6%

5. 오데마피게 4.9%

6. 론진 3.4%

7. 리차드밀 3.1%

8. 바쉐론 콘스탄틴 2.7%

9. 브라이틀링 2.4%

10. 티쏘 2.5%

11. IWC 1.9%

12. 위블로 1.9%

14. 예거르쿨트르 1.7%

15. 태그호이어 1.7%

16. 에르메스

17. 튜더

18. 파네라이

19. 불가리

20. 쇼파드

모건스탠리X럭스컨설트의 2024 리포트에 의하면 미국, 유럽, 중국은 경제적 지정학적 역풍과 수요 불확실성으로 명품산업 전체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23년 스위스 시계산업은 또 다른 기록적인 역대급 해로 마감했다. 수출은 2022년 대비 7.6% 증가해 시계 1690만 개당 267억 스위스프랑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2023년 수치와 예상 매출액, 도매 가치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장의 전반적인 양극화로, 5~10대 브랜드가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위 4’인 롤렉스-파텍핍립-오데마피게-리차드밀 등의 개인 소유 브랜드 실적이 가장 좋았다. 또한, 상위 4개 브랜드인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 오데마피게가 전체 스위스 시계산업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스위스산 시계 판매량의 75%13개 브랜드, 90%25개 브랜드가 차지하면서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구매 몸살로 화제가 되고 있는 롤렉스에게 2023년은 기록의 해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100억 스위스프랑의 장벽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까르띠에 시계가 처음으로 오메가 매출을 넘어서 2위를 차지한 게 주목된다. 매우 근소한 차이지만 정통의 시계강자 오메가를 추월했다는 건 시장의 상징성이 매우 크다. 오메가는 26억 스위스프랑 매출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20227.8%에서 20237.49%로 감소했다.

8위에 오른 바쉐론콘스탄틴은 10억 스위스프랑 클럽에 처음 진입해 브랜드 사상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2017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브라이틀링의 매출과 순익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나 브라이틀링의 프리미엄 부문은 정체되고 있다. 브라이틀링은 2023년 매출 성장률이 1%에 불과하고 판매량도 마이너스(-4%).

가방 등 패션 쪽에선 최고의 인기지만 시계 애호가들에겐 비인기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2023년엔 인상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무려 16위를 차지한 것도 눈에 띈다. 패션시계가 아닌 성능 좋은 기계식 무브먼트에 집중하며 시계애호가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 루이비통도 에르메스의 이러한 전략을 따르고 있다. 루이비통은 최근 쿼츠와 기계식 무브먼트(인하우스)를 중심으로 시계 전략에 변화를 가하고 있다. 보급형 무브먼트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제조비가 많이 드는 인하우스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집중하며 시계 애호가들 공략에 나선 것이다. 얼마 전 출시한 루이비통의 대표 시계 컬렉션 땅부르(Tambour)가 무려 19000스위스프랑(2860만원)의 가격대로 나온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제 루이비통도 본격적인 수집가용 시계 브랜드의 위상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물론 이전의 땅부르 오토매틱도 고가의 피게무브를 탑재했었다.

반면 IWC는 매출이 13%나 감소했고 파네라이 인기도 하락했다. 관계자들 및 몇몇 세계의 유명 시계 전문 매체들은 IWC가 경쟁업체들에 비해 적절치 못한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IWC의 애매한 가격 포지션으로 기존의 시계애호가들 조차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이엔드 인디(독립) 브랜드의 인기 상승도 주목된다. ‘모건 스탠리X럭스컨설트리포트에 따르면 처음으로 FP 주른(37), H. Moser & Cie.(38), 그루벨 포시(49) 3개의 브랜드가 상위 50위 안에 진입했다. FP 주른은 대기업 샤넬이 20%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있다.

한편, 스마트워치의 도약도 눈에 띈다. 2023년 한 해 동안 14000만 개의 스마트워치 중 고가의 럭셔리 스마트워치가 8000만 개 이상 팔렸다. 한 해동안 총 총 1690만 개에 달하는 스위스 시계가 판매된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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