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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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픈 곳 없이 다 아픈 '신체화 장애'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면서 치료가 빨리 되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하고 무엇을 좀 더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심리적인 불안이나 부정적인 감정 등의 스트레스가 신체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심신증’(心身症), 즉 신체화 장애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도 하고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다고 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많이 답답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런 질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신체화 장애 환자분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면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은 과열된 뇌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몸이 이완되고 신경이 릴랙스되는 시간입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 하거나, 자다 깨다 반복해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낮에 자고 밤에 깨는 생활을 한다거나 했을 때,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지 못해 근육이 긴장되고 굳어서 통증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신체화 장애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불면증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 때문에 통증 감각이 더 예민해지니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충분히 자고 질 좋은 수면이 이루어지면, 신체화 장애 치료는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다음날 온 몸 통증이 훨씬 심해진다는 것을 신체화 장애 환자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규칙적인 수면과 양질의 잠은 치료의 기본입니다.

햇볕

낮 시간에 충분히 햇볕 샤워를 하면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D도 보충될 뿐 아니라 교감신경이 항진돼 나타나는 불안, 긴장, 우울 등의 여러가지 부정적인 정서들을 안정시킬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진료할 때 참고하는 혈액검사 수치를 보면, 신체화 장애 환자들의 비타민D가 정상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온몸 통증이나 불안, 우울, 긴장 등의 이유로 외출을 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치료에 도움 되니 꼭 햇볕을 쬐어야 하고 비타민D를 복용할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충분히 햇볕을 쬔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통증이 가라앉지는 않지만, 깊은 잠을 자게 하는 멜라토닌이 뇌에서 분비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양질의 잠과 면역력 증진, 그리고 정서적인 안정감, 이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햇볕입니다.

장내 유익균

신체화 장애 환자들을 진찰해보면, 대부분 허약하고 아주 예민하며 면역력은 바닥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면역력인데요. 제가 강조하는 섭생법 중 하나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라는 것입니다. 장에는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하고 있으니 면역력을 올리려면 장내 유익균을 늘려야 합니다.

신체화 장애 환자들은 당장의 통증이나 증상 개선에는 신경 쓰지만, 면역력을 키우는 노력은 게을리하기 쉽습니다.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좋은 방법은 유산균을 매일 섭취하는 것, 그리고 발효음식을 즐겨 먹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소염 항생제나 패스트푸드는 장내 유익균을 소멸시키게 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식사

교감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사 시간도 규칙적인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하고, 식사의 구성은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입니다. 채식은 혈액을 맑게 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주며, 교감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모범 식단입니다. 가능하다면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많이 늘려서 식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로컬푸드를 먹는 것도 권합니다. 원산지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동해온 식품은 신선도가 떨어지고 보관을 위한 약품처리도 돼 있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출하된 식품을 먹는 것이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데 도움됩니다.

맨발 걷기

제가 치료했거나 치료 중인 신체화 장애 환자들이 '맨발 걷기'와 한의 치료를 병행한 후 치료효율이 높아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맨발 걷기 이후에 잠을 더 잘 자고 통증 민감도의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봤기 때문에, 치료 초기 환자들에게 여건이 허락된다면 적극적으로 맨발 걷기를 병행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치료에 도움이 되려면 꾸준히 하루 30~40분 이상은 걷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

신체화 장애의 원인이 바로 스트레스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여러가지 신체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신체화 장애입니다. 무엇이든 결정할 때 조금 손해 보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마음 편안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증상 회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시크릿. 생활습관만 바꿨을뿐인데, 직장인 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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