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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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한참 받았던 때는 과거이고, 이제는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는데 왜 지금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심신증'(心身症·마음의 병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병증)이라 불리는 신체화 장애 환자들이 이 질문을 가장 많이 합니다.

정신적으로 한참 힘들 때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 시간을 겪으면서 몸이 점점 상해가는 것을 몰랐던 것이고, 힘든 시간을 보낸 후에 결국 이런 저런 원인모를 통증과 질병들이 나타난 후에야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법이지요. 이런 이유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체화 장애 증상들은 화병, 불면증, 섬유근통, 원인모를 전신의 통증, 시린몸, 상열감, 다한증, 공황장애, 신경성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 암, 뇌혈관질환, 그리고 심혈관질환 등입니다.

성격 문제인가요

신체화 장애 환자들 중에는 몸이 아픈 원인을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어서 좋고 나쁨을 탓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몸을 상하게 하기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분들은 적극적으로 스트레스 해소 기전을 스스로 찾아보셔야 신체화 장애로 인한 증상들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분도 작은 스트레스에 쉽게 분노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심혈관, 뇌혈관질환 등의 신체화 장애로 인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런 분들은 평소 수승화강 치료를 통해 상열하한(上熱下寒·위로는 열이 뜨고 아래는 차가운 병적인) 상태를 바로 잡는 것이 신체화 장애 증상들로 인한 폐혜를 예방할 수 있는 길입니다.

환경 문제인가요

신체화 장애로 내원하는 환자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배우자나 부모, 자녀 또는 회사 내 인간관계, 지역사회의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내원하시는 분도 있지만 전혀 짐작도 못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은 몸이 아픈 것만 생각해서 제게 내원하기 전에 통증이나 내과 치료 등 증상완화 치료에 치중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살면서 겪어온 다양한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자율신경 균형을 깨뜨려 다양한 신체화 장애 증상들로 고생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치료의 방향을 바로잡는데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몸의 증상들에만 집중했던 치료를 마음의 치료로도 확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리고 마음이 아픈 것이 몸을 상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상황이 되는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거나 단순화하는 노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돈 문제인가요

신체화 장애 환자들 중 많은 분들이 과거에 사업 투자나 주식 투자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 또는 사기 피해 등으로 인해 손실을 입어 크게 낙심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업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낮밤으로 뛰어다닌 자영업자나 사업가들도 신체화 장애 환자들이 많습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울화, 상열, 불면, 긴장, 근육통, 관절통, 만성염증 등의 다양한 증상들이 생깁니다. 물론 검사에선 이상이 나오지 않는 신체화 장애 증상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억울하게 입은 경제적인 손해로 인해 발생한 울증(鬱症)이 대사 순환을 막고, 자율신경기능을 망가뜨리게 되며, 차차 시간이 흐른 뒤에 다양한 신체화 장애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몸을 돌보면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마음의 병이 원인이 돼 몸이 아프게 되는 다양한 신체화 장애 증상들을 치료할 때 몸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치료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마음속 응어리, 분노, 울화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마음을 위로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 상황도 안정되고 인간관계도 회복됐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면 몸은 점점 더 아프게 되기 때문입니다.

몸에 나타나는 증상 완화에만 집중하지 말고 몸 속 구조를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수승화강 상태를 회복하는 치료입니다. 한의원에서 한약과 약침으로 치료하며, 얼굴과 상체로 올라간 열을 아래로 내려가게 해 시리고 냉한 하체는 따뜻하게, 상체는 시원하게 돕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생활 속에서도 수승화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복식호흡과 명상은 가장 좋은 생활 속 수승화강법입니다. 깊고 느린 호흡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훈련하면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리고 어깨가 가벼워지며 깊은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신체적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면, 정신적으로 활력이 생기고 마음 회복도 빨라집니다. 몸을 돌보면 마음이 건강해지는 법이니까요.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시크릿. 생활습관만 바꿨을뿐인데, 직장인 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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