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안병용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완승이고 국민의힘의 참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패배다.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 그대로 나왔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약 36% 정도 되는데 여기에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을 곱하면 국민의힘이 확보한 의석수와 일치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강한 선거 구도였다. 윤 대통령 심판론으로 흘러가면 백약이 무효였던 선거였다. 총선 참패에 대해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은 무엇이었을까. 윤 대통령이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전한 총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였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오는 목소리의 핵심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 질책을 정말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비례대표 당선자는 “용산에서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가 강한데 이제 그런 모습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 결과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야권 승리로 끝난 정치 사회적 배경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 진단해 보자.

이번 총선을 통해 결정적으로 두드러졌던 문제는 소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끝까지 부담을 줬던 이슈는 ‘의정 갈등’이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 후반부 집권 여당이 반등하는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특히 최소 2000명까지 정원을 늘리겠다는 보건 당국의 방향과 대통령의 의지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지대로 의대 정원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자 했다면, 미리 두어 달 전에 의료계와 소통하는 노력을 파격적으로 전개했다면 의대정원 갈등이 악재가 아니라 호재가 되지 않았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시된 최종 성적표를 보면 지역구 총 254개 의석 중 민주당이 161석이고 국민의힘은 고작 90석에 그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더 처참하다. 서울에 걸린 48개 의석 중에서 37개는 민주당 당선 지역이고 고작 11개 지역만이 국민의힘이다. 경기도는 총 60개 의석 중에서 민주당이 거의 대부분인 53석을 석권하고 국민의힘은 겨우 6개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그림1).

무엇보다 총선 참패의 결정적 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 25~29일 실시한 조사(전국 2509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p), 응답률 4.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6.3%에 머물렀다. 부정 평가는 더 내려가 60.7%로 나왔다(그림2).

이번 선거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이 중요했던 이유는 선거 구도가 ‘한동훈 대 이재명’이 아닌 윤석열 심판론으로 되돌아온다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 36%를 국회의원 수 300명과 곱하면 정확하게 108석 당선자가 나오는 것만 봐도 대통령 지지율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총선 과정에서 그리고 선거 결과로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정권 심판’이 지배한 선거였다는 점은 보수와 진보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집권당 내부균열 감지된 총선결과....경제혁신 과제 난관 

총선 결과를 추가로 분석해 보면 ‘윤-한 충돌과 이-조 협력’이다. 총선 직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역학 구조는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고 압도적이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발언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김 비대위원 마포 출마 지원으로 윤-한 충돌이 시작됐다. 물론 그 이전에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윤-한 갈등은 본격적인 시작의 전주곡이었다. 김 비대위원은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프랑스 혁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이 드러나며 폭발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명품백 논란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실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갈등이 시작됐고, 이후 수일간 한 위원장과 대통령 측 인사 간 회동 등을 거치면서 갈등은 계속 증폭됐다.

지난 1월 21일 “대통령이 (한 위원장 사퇴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 30분 만에 한 위원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튿날엔 사태를 촉발한 김 비대위원이 “저는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 후 이황물의(이종섭 황상무 물가 의대증원) 등의 이슈로 윤-한 갈등이 공식화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 진영 결집 정도는 점차 느슨해지고 낮아졌다. 심지어 보수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과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층이 ‘윤파’와 ‘한파’로 나뉘어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투표 동력도 떨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어떻게 나타날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지난 10~11일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국민’, ‘조국’, ‘정부’, ‘민주당’, ‘국민의힘’, ‘정치’, ‘이재명’, ‘국회의원’, ‘국회’, ‘사전투표’, ‘한동훈’, ‘승리’, ‘여사’ 등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국민’, ‘지지’, ‘지원’, ‘호소’, ‘조국’, ‘대한민국’, ‘국회의원’ 등으로 나왔다(그림3).

윤 대통령의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등장하는데 그만큼 조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퇴진’ 주장이 부각됐고, 여사라는 연관어를 보면 선거에 결정적인지 여부를 떠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평가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의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호소’가 등장하면서 어려운 선거 판세로 인식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윤 대통령의 빅데이터 연관어로 ‘한동훈’이 등장하지만 한 위원장의 빅데이터 연관어에는 ‘윤석열’이 등장하지 않는다. 집권 여당 내부 균열 역시 감지된 총선 결과다.

108석의 집권 여당과 192석의 야권 지형은 22대 국회의 기본적인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의회 비중이 축소된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 혁신 과제들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 모양새다.

우선적으로 ‘민생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다양한 민생 정책을 주제별로 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3개월 정도 진행되는 동안 국민 경제 활동과 산업 구조 개편에 지대한 영향을 줄 많은 계획들이 발표됐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1월 1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본격화와 철도·도로 지하화 추진(1월 25일) ▲그린벨트 해제(2월 21일) 등이 토론회에서 강조된 대표적 지역 숙원 사업이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에서 약속한 정책의 예산을 다 합하면 900조원이나 된다면서 맹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총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 예산 심의에서 거대 양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많은 정책 계획을 윤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쏟아냈지만 정작 국회 심의를 통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총선 결과로 인해 두번째 지적될 문제는 ‘경제적인 이념 편향성’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지나치게 친기업적이며 일반 노동자들, 즉 근로자들의 노동 인권은 깡그리 무시당하고 있다며 성토하는 반응이었다. 노동 개혁도 시장 유연성을 강조하기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근로자 중심 법안에 더 무게가 실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생업에 쫓기는 영세 기업인들과 소상공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살필 겨를조차 없다”며 “500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광주에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외쳤는데, 그 호소를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총선 참패로 국회에서 거대 야권이 수용할 것이 만무해졌다.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보다 강화된 노동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된 노란봉투법 재추진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노란봉투법 재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으로 확대하고, 쟁의행위(파업)를 이유로 한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내용이 골자다.

부동산 및 금융 활성화 정책 역시 총선 결과로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 중에 있는 부동산 공급,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같은 과세 혜택 그리고 금융투자세 폐지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추진 계획도 브레이크가 걸릴 위기다.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도 지난 21대처럼 ‘여소야대’ 지형이 펼쳐지게 된다. 주요 정책 상당수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는 부동산 공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핵심 정책인데다 폐지 자체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있는 상황이어서 야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에 대해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민주당은 2025년 시행을 공약으로 각각 내세우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연간 기준 수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양도차익에 대해 20%를 과세한다.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2023년 시행을 목표로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오는 2025년까지 시행이 한차례 유예됐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큰손들이 증시를 이탈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게 된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고소득층을 위한 ‘부자 감세’라며 2025년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는 202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이스라엘 폭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지속되고 있는데 여소야대 국회가 정치적 쟁점화가 될 경우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수습형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에 대한 관심↑ 

총선 참패로 인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어수선하다.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서 윤 대통령이 차기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참패를 수습하고 3년이나 남은 국정 동력을 회복하는 데 있어 누가 국무총리가 될지 그리고 새로운 비서실장으로 누가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국정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리 후보로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등이 거론될 정도다. 그러나 정치권 속설로 언론에서 하마평에 오르면 거의 발탁되지 않는다는 공식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대 야당의 임명 동의 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인선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빅데이터는 윤 대통령의 총선 수습형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대해 어떤 반응일까. 캐치애니로 지난 11~14일 기간 동안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봤다. 국무총리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비서실장’, ‘정부’, ‘인사’, ‘총리’, ‘국회’, ‘야당’, ‘장관’, ‘인선’, ‘국민’, ‘민주당’, ‘세월호’, ‘윤석열’, ‘정치’, ‘이란’, ‘위원장’ 등이 올랐다. 비서실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인사’, ‘민주당’, ‘장관’, ‘국민’, ‘국회’, ‘조국’, ‘총리’, ‘윤석열’, ‘야당’, ‘정치’, ‘인선’, ‘국민의힘’, ‘정부’, ‘특검’, ‘수사’ 등으로 나타났다(그림4).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모두 민주당 관련 연관어가 매우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어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사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같은 기간 동안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파악해봤다. 국무총리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최선’, ‘참패’, ‘분통’, ‘무시하다’, ‘기대’, ‘추천하다’, ‘압승’, ‘패배’, ‘부담’, ‘폭주’, ‘우려’, ‘최악’, ‘위기’, ‘비판’ 등으로 나왔다. 비서실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최선’, ‘참패’, ‘분통’, ‘패배’, ‘비판’, ‘경고하다’, ‘어렵다’, ‘논란’, ‘반발’, ‘압승’, ‘신중’, ‘폭주’, ‘우려’ 등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국무총리가 긍정 42%, 부정 57%로 나왔고 비서실장은 긍정 40%, 부정 57%였다(그림5).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는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제대로 해야 할 인물로 보인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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