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현지시간) 베네치아 비엔날레 현장에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평화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4월 17일(현지시간) 베네치아 비엔날레 현장에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평화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에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발화지점은 이스라엘과 이란일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전쟁을 하고 있으나 그동안 인접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과 여러차례 전면전 또는 국지전을 치렀다.

지금은 북부의 시리아 레바논과 가끔 포격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다른 아라비아 반도의 국가들과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아랍 나라들은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적대해봐야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고, 무엇보다 군사력에서 이스라엘을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라비아 반도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까지 추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가자지구의 하마스 세력이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한 것도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를 저지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스라엘에 군사적으로 위협이 될 이슬람 국가는 페르샤 만 건너편의 이란이다. 이란은 이스라엘보다 인구는 17배 많고, 땅덩어리는 80배나 큰 나라다. 석유매장량이 세계 2위로 석유 달러도 풍족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위협인 것은 이란도 이스라엘처럼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 간의 직접적인 대결은 자칫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활약하는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3일 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 및 미사일 300여 기로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처음 당한 일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전시내각 회의를 열어 이란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고, 6일 만인 19일 이란의 핵무기개발 핵심지역인 이스파한의 군사시설을 향해 보복 공격을 결행했다.

세계가 긴장했다. 이스라엘의 이스파한 공격으로 이란의 핵시설이 파괴되고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분명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에 치명적인 피해를 안기지는 않았다. 핵시설 주변에 대한 공격에 그쳤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앞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진영은 물론 사우디 요르단 등 아랍권의 합동 대응으로 무력화됐다. 이란이 쏜 드론과 미사일의 99%가 요격됐다고 이스라엘이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요격 성공을 평가하면서 이스라엘의 ‘승리’라고 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해 섣불리 반격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란의 반응이었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반격에 대해 이란은 피해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아무런 피해가 없다’, ‘장난감 수준’이라고 했다. 이란의 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새로운 공격을 하지 않는 한 이란도 새로운 대응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지난 13일 공격 직후에도 “이스라엘이 반격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반격이 있고 나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태의 확산을 원치 않는 자세가 확연하다.

이런 자세로 인해 두 나라의 치고받기가 계산된 공격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 이란의 공격은 자국 무기성능의 저급성만 드러났고, 이스라엘은 방어무기의 우수성 및 동맹의 견고성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의 반격은 이란의 방공망을 뚫고 목표물에 대한 근접 공격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훨씬 계산된 공격에 가까워 보인다.

이스라엘은 1981년 7월 이라크의 오시라크 핵기지의 원자로를 공습으로 파괴한 적도 있다. 당시 이란과 이라크는 전쟁 중이었고 이란은 자국 편에 선 이스라엘의 오시라크 폭파 작전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가 이슬람 국가의 핵무장 저지임을 어느 나라보다 잘 안다. 이스파한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사실은 이란에는 비상사태다.

이란이 확전을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2000km 이상 떨어진 이란 본토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의 99%가 요격당했다면 다시 공격해봐야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불과 50km 이내의 단거리에서 50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불시에 발사했을 때도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민간 지역은 못 지켰어도 핵심적 군사시설은 지켜내 즉각적인 반격이 가능했다.

이란에 유리한 것이라곤 이스라엘이 2만㎢밖에 안 되는 좁은 국토 안에 군사시설을 밀집 배치하고 있어 집중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반면 이란은 광활한 국토에 군사시설을 분산배치 했지만, 이스라엘의 고성능 고정밀 무기는 분산배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지난 13일 발사된 이란의 미사일 중에는 이스라엘 도착 전에 요격된 것도 있다. 만약 이란의 핵미사일이 그런 식으로 요격되거나 탄착된다면 엉뚱한 아랍 나라들이 핵 폭격을 당하는 사태도 발생, 커다란 국제분쟁의 소지도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두 나라는 핵전쟁에 대해선 함부로 떠벌리지 않는다.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에 이스라엘 내각의 한 장관이 가자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가 국내외적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란도 북한처럼 핵보유국 인정을 받고자 하는 나라지만 핵 위협 수준은 ‘이스라엘의 도발 정도에 따라 핵의 평화 목적 엄수 원칙을 변경할 수 있다’가 고작이다.

이에 비하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의 핵 공갈은 난폭하다. 김정은은 핵무기 사용을 헌법에 명기했고, 핵전쟁 상대로 한국 및 미국, 일본을 지목해 놓고 있다. 푸틴은 자신이 도발한 대(對)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차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마구 살상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 자국민을 살상하면 핵무기를 쓰겠다고 협박한다. 북한과 러시아 간에 무기 밀거래가 이뤄지면서 두 사람의 핵전쟁 막말도 더욱 거칠어졌다.

중동사태에서 우리가 유의할 것은 작년 10월 7일의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집중 공격이다. 남북한 간의 대치 상태에서 가장 개연성이 큰 공격패턴이기 때문이다. 휴전선으로부터 40km에 불과한 거리에서 북한이 1000여 문의 장사정포나 다른 미사일로 공격해올 경우 우리의 방공망이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이스라엘처럼 민간인 희생을 무릅쓰고 지켜낸 보복능력으로 즉각적인 반격에 나설 수만 있다면 아무리 핵전쟁을 입에 달고 사는 북한의 김정은도 결코 전쟁을 도발할 수 없다. 도발의 낌새를 찾아내 사전 제압하는 킬체인 체제의 고도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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