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6차 수출·수주 외교지원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6차 수출·수주 외교지원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 국은 여러 요인들로 인해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그 중 한국은 경제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강의 기적’이란 말이 괜히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수출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은 1964년 1억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2011년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수출대국으로 성장했다.

내수가 열악했던 탓에 모든 관심은 수출로 집중됐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돈을 벌어 규모를 키워왔다. 그 결과 수출기업이 다수 포함된 코스피는 2023년말 기준 시가총액이 2126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수출기업들의 확장에 비례해 한국의 경제 규모도 급격하게 확장됐다.

수출 실적을 10년 단위로 끊어보면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22억달러에 그쳤던 수출은 10년 단위로 617억달러, 3497억달러로 증가했다. 물론 규모가 커진 만큼 연평균 성장률은 다소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수출 성장률은 4.1%로 경제 성장률 이상을 기록했다.

주요 수출품은 60년대 가발, 의류 등에서 1970~80년대 선박, 철강 등 중화학제품, 1990년대 이후부터는 반도체, 전기차 등 하이테크 제품으로 변화했다. 반도체는 총 수출에서 매년 15% 내외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수출 집중 전략으로 국가별 수출 순위는 꾸준히 개선됐다. 총수출과 무역 규모는 2023년 기준 세계 8위다. 수출 규모는 전세계 수출의 2.7%를 담당하고 있다. 수출 10위권 내 국가는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한국, 홍콩에 불과하다.

각 시대의 경제성장률 변화를 보면 수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는 한국 경제의 최대 호황기였다. 실질 성장률이 9%를 상회할 정도로 고성장을 이어갔다. 그때는 소비와 투자가 활황을 보여 수출보다 성장 기여도가 컸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난 이후에는 결국 수출이 성장 회복에 가장 중요하다는 게 증명됐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한 가운데 수출은 모든 항목 중 기여도가 가장 높은 1.4%포인트로 확인됐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기업들도 동반 성장했다. 2023년 공정자산총액 기준으로 삼성, SK, LG, 현대차 등을 대기업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중 반도체를 다루는 삼성과 SK는 최근 10년 동안 그룹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2배가량 성장했다. 가전, 자동차, 철강, 선박을 다루는 그룹도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기업이 커진 것은 동일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기업 규모도 자연히 확장된다.

물론 한국 수출이 끊임없이 호조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 2010년대 후반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전세계 무역시장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가 보호무역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도 일부 훼손됐다. 그 결과 보호무역주의와 관련된 보이지 않는 벽이 더욱 두꺼워졌다. 수출 주도형 경제를 구축한 국가들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도 한국 정부는 수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28일 ‘2024년 범부처 수출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 따르면 작년 6322억달러로 역대 3위를 기록했던 수출 실적을 올해는 역대 1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나 모든 부처의 역량을 수출에 집중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우리의 수출 시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주력 품목과 목표 시장을 선정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계획도 공개했다. 주력 수출시장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아세안이 더해졌고,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공급망 관련 제품을 비롯해 탄소중립, 디지털, 인구구조, 수주산업에도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산업별로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집중함과 동시에 수출기지로써 평택공장 증설과 용인특화단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차전지는 2027년까지 포항에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핵심소재 공장을 구축할 것이다. 전기차는 울산, 화성에 2025년까지 전용공장을 만들고, 광명공장에선 일부 공정을 전환할 계획이다.

다행히 올해 3월까지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선박, 바이오헬스 등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품목은 현 정부가 수출 활성화 정책을 지원할 수 있기에 전망도 긍정적이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의 대중 견제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AI 기술 발달로 한국산 반도체 수요가 높아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선박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촉발된 관심이 친환경 선박 수요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신규 수주 모멘텀이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바이오헬스는 한국의 새로운 수출 동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이 바이오 분야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확대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한국은 수출이 가장 중요하다. 수출보국(輸出報國)이란 말이 있다. 우리 제품을 외국에 팔아 나라에 보탬이 된다는 뜻이다. 나라가 성장한다면 기업도 당연히 커 나갈 수 있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수출이 우리 증시에 미칠 영향력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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