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통' 시작한 윤대통령, 민감한 현안들 성과 나올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동 결과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윤석열 정권 임기 들어 제대로 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없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만으로 환영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회동에 대한 상징적인 평가 외에도 국민들이 우려했던 정치권 불통이 해소될 계기를 만들었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만남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풀리지 않던 정치권의 민감한 현안들이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고 있다.

회동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을 수정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태원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의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 반대 속에 야당 주도로 지난해 6월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면서 같은 해 말 본회의에 부의된 바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양자 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을 때는 합의나 절충에 도달하기 힘들었던 현안에 대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이번 회동의 가장 큰 취지는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민의 수렴이다. 지난 2년간 이 대표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고 기소가 이뤄진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대통령실이 만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총선 결과는 ‘소통’을 강조한 까닭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4월 25일 영수회담 협상에 대해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사전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든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고, 이 대표 또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고 마찬가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며 ”이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형식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국정 전반에 대해 풍요롭고 다양한 대화를 해달라는 국민 여론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의 첫 번째 목적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임기 2년이 다 돼 가도록 국정 파트너인 야당 당수의 의견을 직접 만나 경청하고 조율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의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느라 민생과 관련해 국가원수와 머리를 맞댈 여유가 없었다.

국민들은 불안한 상태다. 총선 참패로 108석의 집권 여당을 쳐다보기가 애처롭고 175석의 거대 정당인 야당이 ‘특검법 정국’에 몰입돼 민생 돌파구를 주도해 나갈지도 의문스럽다. 심각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효과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 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결정적 이유는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윤 대통령은 남은 3년 임기 동안 ‘여소야대’ 국회가 지속되는 유일한 대통령이 된다. 의회 권력을 잃게 되면 아무리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 하더라도 국정 운영이 매우 힘들어진다.

4월 2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매장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장면이 TV로 보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2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매장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장면이 TV로 보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이후 국정운영의 관건은 '대통령 지지율'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22~26일 실시한 조사(전국 2518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 2.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0.2%로 곤두박질쳤다. 부정 평가는 더 올라가 66.9%로 나왔다(그림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철저하게 ‘윤석열 심판론’으로 빚어진 결과라면 총선 이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더욱 중요해진다. ‘25%의 법칙’이라고 해서 만약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이 25% 아래로 내려간다면 국정 동력이 마비되는 ‘레임덕’(Lame Duck, 권력누수) 상태에 빠지고 만다.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태가 지속되는 국정이라면 윤 대통령이 기댈 에너지는 ‘국민 여론’, 즉 국민의 지지밖에 없다. 192석이나 되는 야권에 대항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관련된 조사에서 부정적인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소통’이 가장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부각된다.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의 소통 방법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다. 물론 소통의 빈도가 매우 낮았다는 점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는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혹독한 평가 속에서 총선 참패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소통’과 함께 적극적인 정책 승부수를 던지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 민주당이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175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가져갔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18~19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는 조금 올라간 35.8%로 나왔다. 선거에서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해 108석을 확보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 중반이라면 민주당은 50%대 중반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로 나타났다. 선거 기간 거의 내내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대체로 40%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직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낮다(그림2).

게다가 60석이 걸린 경기도에서 거의 대부분인 53석을 쓸어 담았지만 경기 지역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선거 당선자가 발언해서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임에도 국민들의 두 정당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윤 대통령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는 해석이 더 와 닿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정책적 소통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시도가 더욱 절실해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 영수회담의 의미와 국민들의 평가는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 위기 국면 돌파의 디딤돌이 되는 결정적 이유는 다른 야권 세력의 다양한 요구까지 포함해 이 대표와 협의하는 자리가 됐다는 의미다. 만약 윤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 만나는 자리가 됐다면 소통의 범위는 넓어졌을지 몰라도 국정 운영에 대한 성토장 성격을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영수회담 전에 이 대표는 조국 대표와 별도의 자리를 가졌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지난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중식당에서 저녁 6시 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식사를 겸한 비공개 회담을 했다고 양당이 발표했다. 양당은 회동 뒤 “두 사람이 수시로 의제와 관계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다”며 “공동의 법안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과 처리 순서 등은 양당 정무실장 간의 채널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양당이 추진하는 특검법, 특별법에 관해서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검찰개혁 관련 논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분석해보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유독 의제를 강조했다. 과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까. 민주당이 강조하는 의제에 대해 민심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지난 4월 21~27일 연관어를 도출해봤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현금’, ‘특검’, ‘회복’, ‘기준’, ‘가격’, ‘재정’, ‘비용’, ‘돈’, ‘소상공인’, ‘추가’ 등으로 나타났다. 특검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진상규명’, ‘국정조사’, ‘패스트트랙’, ‘임기’, ‘범죄’, ‘검사’, ‘윤석열정부’, ‘mbc’, ‘국방부’, ‘대변인’ 등으로 나왔다. 두 키워드에 대한 공통적인 빅데이터 연관어로 ‘민주당’, ‘총선’, ‘국민’, ‘대표’, ‘대통령’이 올라왔다(그림3).

빅데이터 연관어로만 봐도 25만 원 지원금이나 특검 관련 내용은 용산 차담회 시간 내에 결과를 도출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합의나 결과가 당장 나오기 힘든 의제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영수회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연관어를 도출해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국회’, ‘수석’, ‘국민’, ‘정부’, ‘의장’, ‘국민의힘’, ‘특검’, ‘대변인’, ‘정치’, ‘특검법’, ‘위원장’ 등으로 나왔다. 이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윤석열’,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수석’, ‘국회’, ‘국민’, ‘특검’, ‘정치’, ‘정부’, ‘야당’, ‘대변인’, ‘특별법’, ‘국민의힘’, ‘의장’ 등으로 나타났다(그림4).

주목할 점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빅데이터 연관어가 거의 동일하게 나올 정도로 영수회담에 이목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회동의 결과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합의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모두발언부터 작정하고 15분간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간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은 경청하고 비공개 회의 때 장시간에 걸쳐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표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은 약 13조원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취지였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물가와 금리, 재정 상황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사실상 거부했다. 범야권 차원에서 제기한 채상병 해병대 특검법은 이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거론했지만 비공개 회담에서는 충분하게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가장 뜨거운 감자는 ‘해병대 특검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영수회담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어떻게 나타날까.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영수회담에 대해 파악해보니 ‘민주당’, ‘이재명’, ‘국회’, ‘윤석열’, ‘특검’, ‘국민’, ‘수석’, ‘정부’, ‘더불어민주당’, ‘야당’, ‘특별법’, ‘정치’, ‘국민의힘’, ‘대변인’, ‘의대’, ‘의장’, ‘원내대표’, ‘처리’, ‘위원장’, ‘현안’, ‘거부권’, ‘조국’, ‘기조’, ‘수사’, ‘지원’, ‘교수’, ‘조사’, ‘박성준’, ‘김건희’, ‘비서실장’, ‘상병’, ‘인식’, ‘의사’, ‘여사’, ‘민정’, ‘형식’, ‘인사’, ‘공감’, ‘진성준’, ‘국가’, ‘정원’, ‘정진석’, ‘가족’, ‘반대’, ‘한동훈’, ‘정무’, ‘사기’, ‘전세’, ‘경제’ 등으로 올라왔다(그림5).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용산 회동에서 나온 대부분의 주제가 연관어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에 대한 첫 번째 평가는 ‘소통’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의 정책적 소통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으로써 끊임없는 정치적 충돌과 반목으로 이어졌다. 결국 피해를 입는 가장 큰 주체는 다름 아닌 국민이다. 총선 결과를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결정적인 태도 변화는 이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성과’다. 이태원 특별법 합의가 대표적인 결과다. 만나야 어떤 성과라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세 번째는 ‘지속’이다. 어떤 소통이라도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야당과의 소통·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오늘 만남은 ‘정치 복원’이라는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도 회담 후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두 분이 의미 있는 출발을 통해 소통과 대화, 협치를 이어가자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회담 말미에 제가 다음번에는 형식·장소 구애 없이, 배석자 없이 만나시는 건 어떠냐고 말씀드렸더니 두 분 다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여야 지도자 사이의 만남, 소통, 협치 이런 것들이 여러차례 선보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게 만남, 소통, 협치가 필요한 결정적인 이유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교전으로 중동 위기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크림반도에서는 계속해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강(强) 달러 흐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특검법만 고집하거나 여야 간 대치 국면으로 몰아간다면 민심은 또 한 번 분노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시국에 국가 경영을 주도해 나가야 할 국가 정상과 다수당 대표의 만남은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회동의 가장 큰 목적은 다름 아닌 바로 ‘민생’이다. 민생이 민심이고 민심이 천심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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