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무대에 선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AP 연합뉴스
콘서트 무대에 선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AP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 마이클 조던, 톰 크루즈, 마이클 잭슨, BTS, 테일러 스위프트.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슈퍼스타다. 그들은 체육 혹은 예술 분야의 독점적인 재능과 매스컴의 발달 덕분에 국경을 넘는 전 세계적인 명예와 부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테일러 스위프트는 전례없는 인기와 영향력을 보여주며 지난해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2017년 이미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음에도 재차 선정됐을 만큼 그녀의 파급력이 상당하다.

실제로 미국의 하버드 대학뿐만 아니라 뉴욕 대학, 텍사스 오스틴 대학 등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삶, 인생관, 그리고 그녀의 음악에 관한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 불과 35세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전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린 시절부터 기타 연주 등 음악에 관심을 가졌고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르는 이른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그녀는 불과 17세였던 2006년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컨트리 앨범으로 데뷔해 첫 주에 3만 9000장이 판매되며 빌보드 톱 컨트리 음반 차트에 무려 8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데뷔 이래 17년이 된 현재까지도 그녀는 최정상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1집부터 10집에 이르기까지 단 한 개의 앨범도 실패하지 않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다. 현재진행형의 전설로서 매일 기록을 써내려 가는 스위프트는 지난 3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비틀스’의 기록을 뛰어넘기도 했다.

타임지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콘서트 등을 통해 연간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최초의 인물이 될 것”이라며 “그녀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공연할 때마다 방문객이 급증해 경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스위프트(Swift)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용어인 ‘스위프트노믹스’나 그녀가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방문객이 급증해 경제 효과가 창출된다는 의미의 ‘테일러 효과’와 같은 신조어 역시 테일러 스위프트의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타임지 올해의 인물이 된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정치·문화적 파급력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평가될 만큼 대단하다. 인스타그램에서만 2억 8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스위프트는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한 명이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공연 중 발언만으로도 적게는 수백만명, 많게는 수천만명까지 움직일 수 있는 슈퍼스타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권자 등록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하루 만에 3만 5000명의 유권자가 신규 등록을 하기도 했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부에서 다음달 시행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젊은 투표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달라고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부탁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영향력을 체감한 미국 정치권에서는 오는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테일러 스위프트를 잡는 쪽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스위프트는 수백만명의 지지자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녀의 모금 호소는 조 바이든에게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 외에도 여러 외신들은 이번 대선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상당수의 표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뉴스위크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18%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35세 미만 청년층에서는 10명중 3명이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으로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주장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과거 몇 차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며 정치적 의사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줄곧 그녀를 비난했고 대선을 앞둔 현재 각종 음모론에 시달리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을 일컫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국방부 소속 비밀 요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팬층을 확장하고 있다” 등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는 주로 사랑, 이별, 우정, 자아 발견, 성장 등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 많은 팬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실제로 2016년 그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맞서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굴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담은 앨범 ‘레퓨테이션’을 발매했다. 또한 7집 앨범 ‘러버’에서는 성별에 따른 사회의 이중잣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미스 아메리카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는 등 인권 분야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에도 BTS나 블랙핑크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아티스트가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SES와 보아가 최초로 해외 진출을 한 뒤로 채 30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BTS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유엔(UN)에서의 7분 연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유니세프와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러브 마이 셀프’ 음반 연작을 발매하고 2년간의 판매 이익을 유니세프에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블랙핑크가 찰스 3세 영국 국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블랙핑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전세계적 인식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대영제국훈장은 영국 사회에 기여하거나 정치·경제·문화예술·과학·스포츠 등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인물에게 수여되며, 과거 문화예술 분야 수여자로는 비틀스, 가수 아델 등이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문화 강국이 됐다. 한국의 콘텐츠와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은 세계로 수출될 만큼 최고의 수준이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K팝’(K-POP) 문화가 단순히 노래뿐만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끼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BTS와 블랙핑크가 그러했고, 미국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러했듯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와 상반되는 좋지 않은 소식이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대형 엔터테이먼트 기업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볼썽사납다. 경영진 간 싸움으로 인한 피해는 회사의 시가총액 하락뿐만이 아니다. 국내 및 해외 팬들의 애정이 곧 매출로 직결되는 K-POP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밖에서 볼 때 마치 경영권 분쟁으로 보이는 집안 싸움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단견적인 행동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도 테일러 스위프트같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아티스트를 많이 육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 K-POP 산업의 밝은 미래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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