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폐업 증가와 함께 상가 공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상가의 공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의 폐업 증가와 함께 상가 공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상가의 공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의 다른 말이다. 개인이 사업주체라는 점에서 출자자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법인과 다르다. 다수의 자본을 모아 사업의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 법인 설립의 목적이기 때문에 자영업은 영세한 경향이 있다.

회사를 의미하는 ‘컴퍼니’(company)라는 말은 ‘한솥밥을 먹는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동고동락하고 때로는 일을 함께 함으로써 생계를 도모한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회사는 주주가 출자비율만큼만 책임지는 주식회사로 발전한다. 대규모 주식회사가 주도하는 미국식 경제를 법인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 일제시대 중국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산업화가 추진됐다. 일본의 필요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균형잡힌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나마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산업화는 박정희 정부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 정부의 전략은 수출 제조업 위주의 소수 대기업에게 자금과 세제혜택을 몰아주는 것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가 됐고, 이들이 주도하는 수출 대기업과 내수 위주의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됐다.

강소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영세한 편이다. 중소기업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큰 업체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은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중소기업 정도의 자본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자영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안 되는 규모의 시장을 놓고 다수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보면 기업은 경쟁자를 흡수하면서 성장하고 경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자영업자는 몰락해 노동자로 신분이 바뀐다. 2018년 기준으로 자영업자 비율은 우리나라가 21.0%로 미국(6.2%), 독일(8.8%), 프랑스(10.9%), 영국(13.8%)에 비해 크게 높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이 단기간에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자영업자가 상당비율로 잔존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고 비정규직의 처지가 열악하다보니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았다. 외환위기 당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창업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도 줄고 있다. 1993년 27.3%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8.2%로 살짝 올랐으나 2019년 20.7%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2003년의 카드 대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큰 충격을 줬다. 불황은 특히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줬다. 직원을 고용한 고용주 대비 자영자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자영업 내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부터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는 불의의 일격을 가했다. 봉쇄에 가까운 영업제한 조치와 소비 감소는 자영업자에게 매타작이나 다름없었다. 대출에 의존해 수명을 연장하기에 급급했다. 정부의 금융지원이 있었으나 크지 않았고 그마저 만기연장이 종료되면서 한계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산소마스크가 벗겨진 것이다. 지난해 외식업체 폐업률은 21.52%에 달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335만명의 자영업자가 1112조원의 대출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에 비해 금액이 51% 늘어났다. 지속되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및 불황으로 갚을 길이 막막하다.

현재 자영업에 있어서 두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첫째는 프랜차이즈 확산으로 자영업의 조직화와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 둘째는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장악하면서 자영업을 통제하는 플랫폼의 등장이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다수의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브랜드와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맹본부는 자본력과 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우세한 위치에 있다. 이를 무기로 가맹점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가맹본부는 영업에 필요한 재료는 물론 소모품과 냉장고, 오븐 등 내구재를 필수 품목으로 지정해 가맹점에 구매를 강요하기도 한다. 브랜드의 통일성을 명분으로 하지만 시세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판촉을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고 수수료를 가맹점이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지적된다.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에서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가맹점주 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등록하고 가맹본부에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가맹본부가 거부하면 시정조치가 취해진다. 가맹점주 단체가 난립하고 협의 요구가 난무할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가맹점주와 본부는 같은 배를 탄 입장이고, 가맹점주는 전 재산과 다름없는 자본을 투자한 상태이므로 본부가 흔들릴 정도의 요구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맹점주 단체가 난립하더라도 가장 규모가 큰 단체와 우선 협의하도록 돼 있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본부가 협상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시위가 빈발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해 처리하기도 쉬워진다.

플랫폼의 경우에는 높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플랫폼 시장은 과점화돼 있어 협상력이 높고 스마트폰이 전 국민에게 보급된 오늘날 플랫폼 이용은 필수적이다. 자영업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책정한 수수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을 위한 광고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노출에서 밀려 매출에 타격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제정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경쟁 플랫폼 이용제한, 최혜대우를 금지하려 했으나 사업자의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 혁신을 저해하고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역차별당할 것이라는 논리에 부딪혔다. 그러나 부당한 행위에 대한 규제가 어째서 혁신을 해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혁신을 저해했다는 얘기는 없고 재벌 등 거대사업자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제한하는 최소한의 저지선으로 작용했다. 경제의 상당부분이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는 오늘날 이에 상응하는 법이 제정되는 것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사태와 사업형태 변화에 따라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질서 있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정글의 법칙에 맡겨 놓고 마침내 출현한 독점 사업자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자영업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결국 어디엔가 취업해야 할 것이다. 간병·가사·돌봄·교육 등 사회 서비스가 늘어나야 하며 비정규직의 대우와 지위가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들을 수용할 공간을 마련하는 노력 없이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방치하면 그 대가는 엄청난 혼란과 비극이 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 정책연구 담당(상무보) ▲KT그룹 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 정책 전문가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