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매입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규모도 엄청나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부터 5월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기업에 20.6조원이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도 상승세다. 천수답(天水畓: 물 공급을 빗물에 의존하는 논이란 뜻으로 주식시장에선 내국인보다 외국인 수급에 민감하다는 의미로 사용) 특징에 부합한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3월 26일 장중에 2779.40포인트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외국인 순매수로 원/달러 환율이 대폭 하락한 이달 16일에는 2750포인트를 다시 상회했다. 그 결과 향후에도 외국인의 한국 주식 사랑이 이어질 것인지에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샀을까? 배경이 궁금해진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 유무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외국인은 투자 방식에서 내국인과 차이가 있다. 내국인은 양호한 업황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집중한다.

반면 외국인은 종목도 중요하지만 ‘주식시장’ 자체의 매력도를 분석한다. 투자 범위가 한국이란 국가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인이 들어온 것은 한국에 다른 나라보다 더 매력적인 부분이 존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런 근거가 다양한 투자지표에서 포착된다.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은 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to Book-value Ratio)을 통해 알 수 있다. PBR은 분자에 시장가치인 시가총액, 분모에 장부가치인 자기자본으로 구성된다. 동 수치로 시장가치가 장부가치에 비해 싼 지 비싼 지를 알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기준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PBR은 1.0배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PBR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개인투자자에게 큰 아픔을 안겨줬던 홍콩 증시가 유일하다. 산업 측면에서 경쟁 관계에 놓인 대만, 일본은 PBR이 각각 2.4배, 1.5배로 한국보다 높다. 한국 증시가 상대적 관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저평가된 상황이다. 특히 주가가 낮았던 연초에는 저평가 매력이 더욱 높았을 것이다.

자기자본을 이용해 1년에 얼마나 벌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도 참고 대상이다. 한국의 ROE는 8.7%다. 타국 대비 낮은 수치다. 일례로 대만은 ROE가 13.8%다. 새로운 신흥경제대국인 인도는 ROE가 15.8%에 이른다. 일본도 ROE가 9.4%로 한국보다 0.7%포인트 높다. 다만 ROE를 볼 때는 PBR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ROE가 높은 국가는 주식의 시장가치가 높게 평가되더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익을 많이 내면 낼수록 시장가치가 장부가치를 상회할 수 있는 것이 투자의 세계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타국보다 현재 ROE에 적합한 PBR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현재 ROE인 9.4%보다 PBR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고평가 상태란 뜻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과연 고평가된 시장을 선호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저평가된 시장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집이 일정 부분 이해된다. 참고로 대만은 현재 ROE에 PBR이 부합하나 인도는 일본처럼 고평가되어 있다.

또 다른 투자지표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Price to Earnings Ratio)과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의 전월대비 증가율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2개월 선행은 현 시점으로부터 향후 12개월까지의 전망치를 관찰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12개월 선행 PER은 향후 12개월까지의 이익 전망을 기반으로 현 주가가 싼 지 비싼 지를 판별하는 지표다. 12개월 선행 EPS 전월대비 증가율은 지난달과 이번 달의 각 시점에서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의 변화율을 계산한 수치와 같다. 결국 PER은 저평가 유무를, EPS 증가율은 성장 강도를 각각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12개월 선행 PER이 10.4배를 기록하고 있다. 현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10.4배 수준이란 뜻이다. 12개월 선행 EPS는 지난달에 비해 6.3%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경쟁국인 대만은 PER이 17.4배로 한국보다 높은 반면, EPS 증가율은 1.6%에 불과하다. 일본은 PER 15.4배에 EPS 증가율 0.8%를 기록 중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한국은 대만과 일본보다 주가는 싸고, 이익의 성장 강도는 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라면 저평가된 고성장 국가의 주식을 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한국 증시가 타국보다 투자매력이 높은 국면이 영속될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현 시점만큼은 매력도가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이 벤치마크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으로 정보기술(IT) 비중이 37%에 달한다. IT 업황에 따라 전체 주가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엔비디아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요가 폭증해 한국 IT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AI 활용을 위해선 엔비디아 칩과 함께 한국 반도체 칩도 이용해야 한다.

이런 흐름은 결국 한국 IT 기업의 이익 성장과 주가의 추가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체 시장도 같은 궤적을 그리게 될 것이다. 이때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안 살 이유가 있을까?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흐름은 합리적인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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