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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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연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탠퍼드대학교 신경과학과 토니 와이스 코레이 교수는 인간이 80년 이상을 산다고 할 때 만 나이를 기준으로 34살, 60살, 78살에 급속하게 늙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34살에 이르면 노화와 관련한 단백질 수치가 갑자기 높아지는데, 이때 체중이 늘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 발병을 높이는 단백질이 많이 발현됩니다.

남녀 모두 마흔 살에 다가갈수록 근육량이 빠지며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한의학에서도 마흔부터는 오장육부의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도 나쁜 습관은 그대로

30년 동안 진료실에서 만나온 분들은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고 자율신경실조, 시린몸, 화병, 신체화장애, 만성통증, 체력저하 등 다양한 이유로 진료실을 찾아옵니다. 그런데 치료를 아무리 해도 회복이 늦는 분들이 가끔 있어 애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랜 기간 건강하지 못한 습관을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불규칙한 수면, 가공식품과 자극적인 식사, 음주, 담배, 운동 부족 등의 습관을 계속 유지해 왔다는 것인데요. 이런 분들은 아무리 약을 먹고 약침을 맞고 여러가지 치료를 해도 애를 먹게 됩니다. 치료를 받더라도 본인이 관리를 해야 하는데, 한약 먹고 침을 맞기는 해도 잠을 충분히 자지 않고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면 치료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을 유지하더라도 20~30대 초반까지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니까 습관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다가 40대가 돼 어느 날부터인가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종일 피곤하고 점점 잔병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제서야 병원 출입이 많아지고 챙겨먹는 건강식품과 이런저런 약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생애주기 변수가 가장 많은 3040

미혼 여성 30-40대는 생애주기 특성상 결혼, 임신, 출산이 건강에 변수가 되는 시기입니다. 육체적으로도 체중이 10~20㎏ 이상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나이고, 여성 호르몬의 변화도 가장 많은 나이입니다. 실제로 출산을 많이 한 여성일수록 관절염 발생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5㎏ 늘어나면 평지를 걸을 때는 20㎏,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35㎏의 하중이 무릎에 가해진다고 합니다.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임산부의 경우, 대개 몸무게가 10㎏ 정도 늘어난 상태이므로 걸을 때는 40㎏,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70㎏의 하중을 각각 무릎이 견뎌야 하는 셈입니다.

너무 바쁜 40대, 그러나…

미혼일 때는 생각 못했던 결혼 후 스트레스, 육아 과정에서 경험하는 심신의 고단함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어도 육아를 오롯이 혼자 담당하는 아내가 아직도 많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면, 바쁜 직장 생활과 집안 대소사, 아이들과 가족까지 돌보느라 인생의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고 있는 40대들은 가족들만 돌보느라 시간이 없어 식사도 대충 때우고 운동도,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흔히들 남성이 식사를 제대로 안 챙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식사를 제대로 안 챙기는 여성들도 정말 많습니다. 심지어 주부들도 그렇습니다. 식사 때는 됐고, 배는 고픈데, 만들어 먹을 여유가 없으니 냉동식품을 데우거나 바나나 하나만 먹는 식으로 한 끼 때우는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궁암,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에 계속 노출이 됩니다.

요즘 40대 출산율이 100% 증가했다는 통계만 봐도 출산과 육아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2030의 출산 육아도 몸에 무리가 가는데, 여성호르몬이 점점 부족해져가는 40대의 임신, 출산, 육아는 얼마나 무리가 많이 갈까요.

완경 이후의 50년

이렇게 몸의 노화는 30대 중반부터 시작되는데, 기존의 좋지 않았던 생활 습관을 고치지 못한 채로 이러한 생물학적인 변화를 맞닥뜨린다면 몸의 노화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병원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치료비로 돈을 쓰게 되는 셈입니다.

40대는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는 완경 이완기, 여성 노화의 최후 방어선입니다. 완경을 향해 달려가는 기간이라는 의미의 완경 이완기인 40대에 완경과 완경 이후 50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백세시대 완경 이후에 살아가야 할 50년이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흔이 건강을 재정비해야 하는 바로 그때입니다. 바로 지금 바꿔야 이후의 50년이 달라집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시크릿. 생활습관만 바꿨을뿐인데, 직장인 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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