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재정투자로 '생산과잉-가격하락' 악순환 우려
농산물 수급불안정, 정책지원과 생산자 인식변화 필요
농산어촌소멸 위기, 생산자 협동조직 육성 통해 극복
'2024 쌀페스타' 쌀소비 촉진과 산업화로 ‘새로운 기회’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데일리한국 윤정희 기자] "마을단위나 품목별로 우리 농업의 규모를 키우고 식품산업화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농산어촌 소멸 위기에 대한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어업위) 장태평 위원장의 조언이다. 이를 통해 우리 농산어촌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농어업위는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협의하고, 국가와 국민경제의 기반인 농어촌 지역발전 및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발족한 대통령 직속 기구다.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 첫 위원장에 임명된 장 위원장은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농어업·농어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

장 위원장은 우리나라 ‘수출 1000억 달러’ 기둥산업인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에 견줄 수 있게 식품산업을 고도화해 10년내에 1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열정을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최근 기후변화로 농산물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장 위원장에겐 고민거리다. 올해 사과 가격 급등은 사과꽃 개화기에 저온현상이 발생해 수분이 일어나지 않아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장 위원장은 “일시적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 등 수급대책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급 불안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지원과 생산자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주요 농산물에 대해 1500억원 규모의 수급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요 농산물 가격이 연초 대비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농산물 생산단계에서 재해예방 시스템과 수급 관측 시스템을 강화하고 꽃가루은행 자급률 확대, 생육관리 실태 점검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장 위원장의 조언이다. 생산기반 확보, 생산성 제고, 유통구조 효율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측에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함께 판매가 어려운 비규격 농산물을 수매해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2020년 976만명이던 농어촌인구는 2050년 845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농어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농가 52.6%, 어가 48.0%로 전체 고령인구 비율인 18.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장 위원장은 “초저출산, 인구절벽 현상으로 청년들이 도시로 집중되면서, 농어촌이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면서 “농어업 경영주체의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농어촌의 노령화는 소득격차 급증으로 이어져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1995년 도시소득 2277만원에 비해 농가소득이 2180만원으로 차이가 미미했지만, 2015년에는 도시소득 5780만원에 비해 농가소득이 3721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낮아졌다. 2026년에는 도시소득이 8373만원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농가소득은 4194만원에 그쳐 도농간 소비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 높은 소득을 좇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 위원장은 “농산어촌 소멸과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혼재되어 사용되는데,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라며 “지자체 인구는 늘어도 그 지자체 안의 농산어촌 인구는 급속히 줄어드는 곳이 있다. 지방 소멸은 도시와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개념이 들어있어 ‘농산어촌 소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의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농어업 생산성이 낮아지고, 높은 인건비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상"이 바로 농산어촌의 소멸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올해 농어업위의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농산어촌 소멸 대응 위한 협동조직의 역할과 모델 개발’도 포함됐다. 실제 사례는 경북 문경의 ‘늘봄영농조합’이다. 공동영농, 경영혁신을 통해 많게는 3배까지 소득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 생산자 협동조합인 ‘제스프리’도 연구대상이다.

장 위원장은 “생산자단체인 협동조합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을단위나 품목별로 우리 농업의 규모를 키우고 식품산업화로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충분히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한 규제를 낮추고, 데이터 기반의 인력수급 정책을 통해 지역별·업종별·품목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농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의료·문화 시설을 확충하는 데도 열정을 쏟고 있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장태평 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올해 농어업위는 ‘수출 1000억 달러 식품산업 기반 조성’, ‘쌀 수출 산업화를 위한 정책’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간척지를 이용한 쌀 수출 산업화가 시도되고,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쌀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위원장은 “예로부터 우리는 쌀을 신성시해 ‘밥’으로만 먹어왔다. 쌀에 포함된 다이어트에 유리한 ‘저항성 전분’이나 각종 기능성 성분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쌀을 식품 가공원료로 적극 연구해 양보다는 품질 위주로 전환, 수출 다변화를 이뤄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의 쌀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한해 농업생산량 60조원 중 쌀은 9조원을 차지하지만, 소득면에선 20%를 차지하는 우리 농가의 중요한 작물이기 때문이다. 쌀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다이어트 식품 등 가공원료로서의 쌀의 무한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장 위원장은 “K-푸드, 가공식품인 떡볶이, 김밥, 한과, 고추장, 막걸리와 전통주 등은 이미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며 “농식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기능을 정부가 대신하는 ‘농식품 수출진흥법’을 만들어 수출 활성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국민 쌀소비 촉진을 위해 이달 28~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24 대한민국 쌀페스타’의 주최 기관의 수장으로서 장 위원장은 “오래도록 이어져 온 쌀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 농업문제의 절반이 해결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민은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다.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전문농업경영인이 늘어나도록 농업정책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쌀가격 하락과 과잉 재고는 범국민 쌀소비 촉진으로 소비를 늘려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그동안 급감하고 있는 쌀소비도 지난해 쌀페스타 이후 완만하게 줄어드는 모양새로, 올해엔 쌀소비 감소세를 멈추는 것이 이번 쌀페스타의 목표다.

쌀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곡관리법'에 대해서 장 위원장은 "정부 재정 투입으로 생산과잉, 가격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지금은 쉬어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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