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된 대출 관련 정보. ⓒ연합뉴스
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된 대출 관련 정보. ⓒ연합뉴스

울퉁불퉁한(bumpy) 흐름으로 일컬어지는 물가 불안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인상으로 물가 문제를 대응할 만큼 대응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는 있지만, 좀처럼 물가가 안정을 찾지 못함에 따라 혹시 금리가 다시 인상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불거지고 있다.

5월 초 집계됐던 일련의 물가 지표들은 이처럼 혼란한 시장의 눈치보기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들쭉날쭉한 동향들을 이어갔다. 실제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예상대로 전월보다 소폭 둔화된 반면, 생산자물가(PPI), 수입물가는 예상을 상회하며 물가 불안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4월 헤드라인과 근원 CPI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3.4%, 3.6% 상승해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헤드라인 기준 올해 처음으로 상승폭을 축소했고,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의 방향성을 확인했다. 자동차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2.6% 하락하며 CPI 상승률에 -0.07%포인트 기여했다. 최근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 기업들의 재고 축적에 따라 재화 물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생산자물가(PPI)의 경우, 전월대비 0.5% 상승하며 컨센서스인 0.3%를 상회했으나, 전년 동월대비로는 2.2%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의 물가 이슈의 절대적인 방향만큼은 둔화 및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눈에 띄게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어낼 정도는 아닌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차트로 확인하더라도 3%대 중반에서 꽤 오랜 기간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2% 물가 목표를 적시하고 있는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는 국면들이 지속 중이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이처럼 혼란한 물가에도 적어도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에 그 방향성은 인하일 것이라는 확신을 수익률곡선을 통해 강화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기조적인 방향성에는 확신이 선 모습인데 반해 "언제, 얼마나"와 같은 세부 각론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묘한 현실이 현재 시중금리의 동향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내러티브라는 판단이다.

수익률곡선은 경기에 대한 사전 예측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대표적인 채권 지표다. 여기서 수익률곡선은 편의상 장단기 금리 간의 스프레드로 표현되는데, 두 금리의 격차가 축소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향후 경기가 나빠지거나 침체로 빠졌다는 높은 통계적인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수익률곡선은 평탄화).

하지만 최근 고착화된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과거만큼 큰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경제가 큰 둔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탄탄하게 성장 경로를 이어가면서 수익률곡선의 선행적인 경기 예측력에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이래저래 대중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수익률곡선의 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곡선은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채권시장의 예상을 시사하는 지표로서의 의미는 여전히 확고한 편이다. 향후 기준금리의 변화에 따라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간의 차별화된 반응이나 움직임이라는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익률곡선은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어떻게 기대할까? 단기적으로(1~2개월 전후)는 다소나마 혼선을 나타내고 있으나, 추세적으로(3개월 이상) 채권시장에서는 꾸준히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즉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국면에서는 축소(수익률곡선 평탄화)를 보이는 반면, 인하 또는 인하를 기대하는 국면에서는 확대되는(수익률곡선 스티프닝) 모습을 나타낸다. 현재 한미 양국의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는 확대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의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추세적으로 축소에서 확대로 전환됐던 시기는 각 국가별로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던 2023년 1월(한국)과 2023년 7월(미국)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던 시기부터 채권시장에서는 꾸준히 향후에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긴 호흡으로 볼 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시점 이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평균적인 눈높이나 컨센서스는 한 쪽으로 꾸준히 쏠렸다.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으니, 이제 인하 시기를 조율하자는 것이 시장의 공감대였다. 그 결과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 격차는 단순히 인하 횟수를 어디까지 보느냐의 정도에 국한됐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함에 따라 시중금리는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려운 레벨까지 낮아진 이후 다시 변동성을 키웠고, 2분기 이후 금리의 절대 수준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동시에 이제는 단순히 인하 폭이나 시기에 대한 차이가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보는 시각의 차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불거졌다.

마치 지난해 연초에 강하게 형성됐던 인하 기대가 시간이 갈수록 ‘인하에 대한 의구심 → 인하 불가 → 인상 재개’로 확대 재생산됐던 상황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상기할 정도였다. 게다가 다른 통화당국들과는 달리 자신의 견해를 거리낌 없이 밝히는 연준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인해 일부 인사들이 내놓은 매파적인 발언은 불안감을 야기했다. 이에 금리의 변동성 역시 커졌고 시장의 혼선 역시도 확대됐다.

다행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동안 높았던 불확실성 요인을 진정시킬 수 있는 통화정책 이벤트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파월 의장이 직접 “향후에 기준금리 변경이 있다면 인상이 아닌 인하일 것”이라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5월 파월 의장의 발언 역시도 금리의 급격한 변동성 분출을 제어하는 정도에 그쳤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적어도 인하가 목전에 임박했다는 징후를 드러내지는 못함에 따라 금리를 곧바로 하향 안정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상당한 시간차를 수반하며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시중금리의 본격적인 하향 안정화에는 역시나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당분간 금리의 변동성 확대가 지속되는 국면을 예상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