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배우 강동원이 그간 연기해 온 캐릭터 중 가장 묵직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연기력에 방점을 찍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설계자' 속 영일(강동원 분)은 냉철한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 의심의 싹을 피운 자아마저 의심하며 스크린 밖 관객들까지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영화는 영일(강동원)의 동료이자 친동생과 같은 짝눈(이종석)의 의문스러운 죽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사고사를 조작하는 청부살인팀 '삼광보안'의 설계자 영일은 짝눈의 죽음 뒤에 자신들과 같은 청부살인을 하는 거대 세력 '청소부'가 있다고 믿으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영일이 이끄는 삼광보안 팀은 주영선(정은채)으로부터 검찰총장 후보이자 영선의 아버지 주성직(김홍파)의 살인 의뢰를 받게되고, 스토리는 더욱 복잡미묘해진다. 짝눈의 죽음에 이어 주성직(김홍파)의 설계 살인이라는 단일한 사건을 따라가며 큰 액션이 없어 자칫 단조로울 뻔한 이야기는 영일의 심리를 치밀하게 따라가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찍는 영화마다 비주얼적인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강동원은 그동안의 캐릭터와는 결을 달리하는 연기력으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보인다. 조명 없이도 후광이 비치는 효과를 발휘하던 강동원은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극의 중심 역할을 오롯이 해낸다. 영일은 시종일관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로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표정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후반부에는 어느것도 믿기 힘든 혼란스러움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일과 함께 삼광보안 팀원으로 일하는 노련한 베테랑 재키(이미숙 분)와 변신의 귀재 월천(이현욱 분), 어리숙한 막내 점만(탕준상 분), 죽은 짝눈 등의 끈끈하게 얽힌 서사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더욱 입체적인 스토리를 완성시켰다.

범죄물로서는 드물게 총, 칼은 나오지 않지만 사고를 조작하는 과정 속 일상적인 공간에서의 흔한 사물들이 흉기가 되어 익명의 누군가를 위협하는 장면은 오히려 신선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느와르적인 분위기 속 청부살인을 둘러싼 범죄 사건을 다루지만 유려한 심리물에 가깝다. 역동적인 추격 액션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 것 하나 믿기 힘든 심리적인 공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