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인천‧파주 등 민간사전청약 단지 2곳 사업취소
공사비 급등에 사업성 악화…시공사 찾기 ‘하늘의 별따기’
청약당첨자, 내집마련 꿈 사라져…“애꿎은 수요자만 피해”

지난 2022년 2500가구 규모로 사전청약에 들어간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 2500가구 규모로 사전청약에 들어간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무주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사전청약 단지들이 줄줄이 좌초되고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허가가 지연되고,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시공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청약제도는 주택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해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 공공·민간 단지가 사전청약 공고를 내면 짧게는 1년, 길면 2~3년 후 본청약을 시행한 후 2~3년 후에 입주하는 구조다.

지난 2021년 7월 1차 공공 사전청약에서 인천 계양신도시 공공분양주택 특공 경쟁률이 최고 240대 1에 달할 정도로 수요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사업이 취소되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최근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문자로 사업 취소를 통보했다.

DS네트웍스는 "최초 안내와 같이 본 청약을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불가피한 이유로 사업 취소를 안내드린다"면서 "사업 취소로 인한 사전공급 계약은 별도 방문 없이 취소된다"고 안내했다.

총 944가구 규모로 계획된 이 단지는 2022년 6월 사전청약을 받을 당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운정역에서 약 200m 떨어진 초역세권 단지로 주목받았다.

시행사는 당시 총 804가구를 사전청약으로 받았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하며 사업 여건이 악화됐고, 급기야 시행사는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또 한국토지공사(LH)에 토지비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해 인천시 가정2지구에 사전청약으로 공급된 민간분양 ‘인천 가정2지구 B2BL 우미린’ 아파트도 연초 본청약을 앞두고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308가구 규모로 계획된 인천가정2 우미린은 2022년 4월 278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접수한 민간 사전청약 아파트다. 당초 2023년 3월 본청약을 진행하고 내년 11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0월부터 본청약과 입주 시기가 차일피일 연기됐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하자 결국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사전청약으로 공급된 아파트들의 사업이 무산되면서 아파트 본청약과 입주일을 기다리며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던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커뮤니티에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전청약 당첨자라고 밝힌 A씨는 “다른 곳에 청약 한 번 넣지 못하고 이곳 본 청약만 기다려왔는데 문자 한통으로 사업 취소 통보를 받으니 기가 막히다”면서 “갑자기 사업을 취소하면 어디로 가서 살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당첨자 B씨는 “다른 곳 청약도 못 넣고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 동안의 시간과 놓친 기회들은 어떻게 보상 받느냐”면서, “‘사전청약’이라는 거창한 말로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정부의 숫자 놀음에 결국 애꿎은 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선 다수의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공사비가 천정부지 뛰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공사비를 올릴 경우 시세 보다 저렴한 사전청약 단지의 장점이 무색해 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처럼 사전청약 단지들의 사업 지연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5월 사전청약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긍정적 효과보다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가 보는 피해가 크다고 판단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본 청약이 늦어지고 있는 단지의 경우 국토부·LH 간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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