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연기는 나를 잘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매 작품마다 연기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죠."

배우 천우희는 연기 20년 차 경력에도 매번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를 통해서는 종잡을 수 없는 통통 튀는 매력의 ‘8층’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는 사랑스러운 침입자이자 구원자 ‘도다해’ 역을 맡아 또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끊임 없이 노력하는 천우희의 변신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지난 23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와 현재 방영 중인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공개 후 넷플릭스 국내 TOP 10 시리즈 부문 1위와 2위를 나란히 기록 중이다. 두 작품 모두에 출연한 천우희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3주차(5월 13일~5월 19일) 화제성 조사에서 출연자 화제성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순위에 올라온 게 감사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 자체가 전혀 다르다 보니 ‘얘가 얘였어?’ 이런 멘트를 받았을 때가 제게는 가장 큰 찬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죠. 내 모습은 없이 극 중 인물로 비쳤을 때 가장 만족감이 들거든요. ‘더 에이트 쇼’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속 동일인물이 맞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물론 저 혼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런 부분들을 잘 담아준 감독님, 스태프분들 덕분이죠.”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천우희가 맡은 8층 역은 8명 중 가장 문제적 인물이다. 돈이 아닌 흥미에 이끌려 쇼에 참석하게 된 8층은 독특한 행동과 파격적인 의상으로 시선을 모으더니 종국에는 남들보다 더 많은 돈, 물질을 가진 것을 이용해 지배자적인 면모를 보인다. 천우희가 이러한 8층 역을 선택한 이유 역시 ‘흥미’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너무 재밌는데 한번 해볼까?’ 싶었죠. 작품을 선택할 때는 대본을 처음 보고 제 마음에 동요가 있는지가 중요해요. ‘더 에이트 쇼’는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죠. 사회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8명으로 상징적인 인물들을 만든 것 자체가 흥미로웠고, 지금까지 해본 연기와 다르게 호기심이 들기도 했어요. 8층 캐릭터는 전사가 없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 불안함이 있었어요. 전사가 없으니 도움 받을 수 있는 파트도 없고 인물을 구축하는 데 있어 정서적, 관계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죠. 반면에 8층이 너무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요.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페이소스가 보이기도 했죠. 8층은 쇼가 진행되는 공간을 떠나고 싶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에요. 사회에 대한 부적응,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의 아픔이 있는데, 다른 층을 골랐다면 쾌감을 얻거나 나가고 싶지 않을 만큼 갈망이 있지 않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8층은 내적인 부분만큼이나 외적인 부분들도 다른 캐릭터들과 결을 달리한다. 행위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기행을 일삼기도 하고 플라잉 요가,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한 종류의 옷만을 입는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게 매 장면 패션쇼를 하듯 옷을 바꿔 입어가며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의상과 관련해서는 분장과 의상팀, 감독님과 의견조율을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도 많은 의상들을 공수해 왔죠. 정말 많이 갈아입었는데 편집된 부분도 많아요. 선택은 거의 감독님 픽이었죠. 스스로도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좋았어요. 가장 좋았던 의상은 아무래도 첫 장면이에요. 8층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가장 각인이 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작품에서 의외로 모든 인물들이 각각 해야 하는 미션들이 있었는데 코피리, 춤, 탭댄스 등이었죠. 저는 플라잉 요가와 그림이었어요. 최대한 미흡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죠. 액션페이팅(그림 기법)이라는 게 해방감을 주는 부분도 있기도 했고. 색이 뭉치고 모여져서 또 다른 색을 만들어 내는 걸 보고는 ‘예술가의 창작은 또 다르구나’하고 느끼기도 했어요. 꽤 괜찮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쇼는 8층 건물,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체력 소모가 많은 장면이 의외로 많다. 8층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이권을 위해 싸우고 고문을 당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8명이 한 공간에 모이다 보니 배우들 간의 정신적인 유대감이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육체적으로는 의외로 괜찮았어요. 계단 신은 몸을 쓰니까 힘들기보다는 즐거웠던 부분이었죠. 오히려 좁은 공간에 8명이 함께 있다 보니 정말 내가 이 쇼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도 들고 몰입감이 강했어요. 배우들끼리 호흡도 잘 맞았죠. 8명이 한 공간에 있는다는 건 엄청나게 큰 도전이라고 봐요. 다른 공간을 보여주면 그 부분에 기댈 수 있는데 이건 오롯이 인물로만 표현된다는 게 부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배우들끼리 호흡이 잘 맞았어요. 서로 힘든 걸 아니까 현장에서 유쾌하게 풀기 위해 각자 노력했어요. 볼꼴 못볼꼴 다 보기도 했는데 서로 대기실도 같이 쓰다 보니 농담도 하고 어울린 게 도움이 됐죠.”

벌써 데뷔 20년 차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에게 꾸준한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역시 한결같다. 최근에는 그가 13년 지기 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축사를 전했다는 미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제가 연기하는 이유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연기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연기를 통해 내가 모르는 새로움을 접할 수 있기도 한데 저는 연기를 통해 저 자신을 잘 알아가고 싶은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내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내가 툭 튀어나온다거나 나와는 상대적인 모습들이 나오거든요.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더 잘 알 수 있게 돼요. 팬분들은 언제나 만나고 싶은데 그동안 코로나도 있고 여러 이유로 가깝게 대하지 못했어요. 팬들이 원한다면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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