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에 붙은 대출 전단지. ⓒ연합뉴스
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에 붙은 대출 전단지. ⓒ연합뉴스

어느덧 상반기 마지막 달이다. 다가올 하반기를 준비할 시점이다. 계절은 바뀌지만 투자 난이도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이다. 시장을 흔들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게 고금리다. 그동안 시장은 주가를 압박하는 금리가 낮아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 충족은 요원하다.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 코멘트만 봐도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졌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은 현 상황에서 제한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해당 문구에서 느낄 수 있는 바는 명확하다. 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3.50%다. 11회 연속 동결한 수치다. 모든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가 1년 이상 멈춘 가운데,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 발언까지 더해짐으로써 고금리 기조가 좀 더 연장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미국도 금리 인하 기조가 후퇴한 건 마찬가지다.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둔화를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공개된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선 다른 뉘앙스의 문구가 확인됐다. ‘다양한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정책을 더 긴축할 의지가 있다’ 라는 내용이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장의 화두인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FOMC 의사록 공개 후 3분기에서 4분기로 늦춰졌다.

결국 투자자들은 하반기에도 변하지 않을 통화정책과 높은 시장금리를 고려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 적용 가능한 전략은 다양하다. 이번에는 여러 전략 중 고금리에 대응하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f Equity)과 자기자본비용(COE: Cost of Equity)을 비교하는 것이다.

ROE는 자기자본 대비 이익 비율을 의미한다.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잘 내는지를 보는 척도다. COE는 자기자본 조달에 필요한 비용이다. 달리 말하면 주주 지원에 대한 보상이다. 기업 입장에선 보상이 비용이지만 투자자인 주주 입장에선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이다.

그래서 자기자본비용은 요구수익률과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ROE와 COE 관점에서 주주가 기업에 투자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ROE가 COE보다 높은 것이다. 투자의 전제 조건이다. 투자대상이 될 기업은 무조건 비용보다 이익을 많이 내야만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전체 시장뿐만 아니라 개별 업종에도 적용 가능하다. ROE가 COE를 상회하는 업종에 투자를 한다면 언제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부터 방법을 하나씩 소개해 본다. 먼저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포함된 업종을 분류해야 한다. 업종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건강관리, 금융,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유틸리티 등 10개로 구분할 수 있다. 추가로 한국 특성에 맞도록 업종을 세분화할 수 있다. IT는 반도체와 하드웨어로, 산업재는 기계, 조선, 방산 등으로 하위 항목을 뽑아낼 수 있다.

최근 코스피에서 각광 받는 업종인 방산을 살펴보자. 지난달 24일 기준 동 업종의 12개월 선행 ROE는 12.6%다. 4주 전 ROE는 11.9%였다. 과거보다 0.7%포인트가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좋아졌다. 한편 COE는 5.8%였다. 개별 업종의 COE는 구하는 방식이 따로 있다.

전체 시장은 COE를 무위험이자율과 리스크프리미엄 합으로 나타낸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손실이 없는 투자자산의 이자율과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 부분의 보상을 더한 것이다. 하지만 개별 업종은 무위험이자율에 리스크프리미엄과 업종 고유 움직임을 나타내는 계수인 베타를 곱한 수치를 더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 방산의 COE가 5.8%다.

처음에 언급한대로 ROE와 COE를 비교해 보자. 방산 업종은 ROE 12.6%에서 COE 5.8%를 빼면 6.7%포인트가 나온다. 즉 방산업은 수익에서 비용을 빼고도 돈이 남는다. 주주에게 돌아갈 돈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 이런 산업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 추가로 ROE는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이익 모멘텀이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코스피에서 방산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업종은 다수인데, 음식료, 자동차, 비철금속 등이 대표적이다. 방산과 마찬가지로 투자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반면 ROE가 COE보다 낮을 뿐더러 4주 전에 비해 내려간 업종도 존재한다. 디스플레이, 철강, 에너지, 유통 등이다. 이들은 경쟁력 약화로 수익성이 훼손된 산업이다. 공교롭게도 돈을 못 버는 상황에서 고금리 악재까지 겹쳤기에 투자 관점에선 피하는 게 맞다. 혹시라도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의 주가가 오르더라도 단기 움직임에 불과할 것이다. 즉 해당 업종의 투자 비중을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근 HBM을 중심으로 반도체 쏠림 현상이 나타나 타 업종으로 자금 유입이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양호한 업종을 찾아서 수급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주가 흐름은 한 순간에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고금리 환경으로 COE가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ROE를 보는 시각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수익을 내는 기업을 선택해 오래도록 보유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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