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더랜드'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우린 꿈속에 있는 거예요."

어딘가 꿈결 같은 영화다. 우주선, 사막 등을 배경으로 한 감각적인 미장센은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운 누군가를 영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SF적 상상력을 뿌리로, 가까웠던 누군가의 부재를 '원더랜드'를 통해 채워 나가는 이들의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고뇌가 탄탄한 가지를 이룬다.

영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태주(박보검 분)를 두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정인(수지 분), 불치병에 걸린 뒤 남겨진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바이리(탕웨이 분),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대신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한 원더랜드 서비스 수석 플래너 해리(정유미 분)와 신입 플래너 현수(최우식 분)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펼쳐진다.

원더랜드는 남겨진 이들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서비스지만 세 갈래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갈등 상황에 내던져지며 관객들에게 생각지 못한 화두를 던진다. 누군가는 더 낯설어야 할 AI에서 익숙함을 찾고, 또 누군가는 이미 죽은 이와 대화한다는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화면 속 AI와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죽은 이와의 동화된 일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원더랜드 서비스가 마냥 남은 이들을 위로하고 떠난 이와의 행복한 순간들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억은 새로운 추억으로 덧씌워지거나 훼손된다. 영화는 사랑과 그리움, 헤어짐을 극복하는 과정을 따뜻한 감성으로 어루만지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원더랜드'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더랜드'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나무랄 데 없는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호연은 이렇듯 완벽한 서사에 또 다른 정당성을 부여한다. 수지와 박보검은 비주얼만큼이나 완벽한 연기 호흡으로 애틋한 연인 케미를 선사한다. 수지는 연인인 태주와 갈등 속 복합적인 감정표현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박보검은 티 없이 맑고 쾌활한 가상 세계의 태주 역과 어딘지 처연한 분위기를 풍기는 현실 태주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탕웨이는 AI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바이리 역을 이질감 없이 완성한다. 화면 속 원맨쇼에 가까운 상황들의 섬세한 감정들을 몰입감 있게 그려낸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내공이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극의 흐름을 이끈다. 특별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공유는 AI 캐릭터들를 모니터링하는 AI 성준 역으로 탕웨이와 의외의 로맨스를 완성한다.

김태용 감독은 특유의 감성으로 SF적인 상상력과 다채로운 소재에 온기 가득한 감성을 덧씌우며 의외성을 더하는 풍부한 재미를 선사한다. 소중한 사람과의 헤어짐을 준비 중인, 또 누군가를 잃어버린 이들의 상실감을 어루만져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는 오는 5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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