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잘했다.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만할 필요는 없다. 상대는 싱가포르였다. 피파랭킹이 130계단 이상 차이나는 팀이다.

자신감을 얻은 것에 의의를 둬야지 이것으로 축구 대표팀이 완전히 안정화되거나 앞으로 모든 팀을 이기겠다는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약팀을 상대로 확실하게 이긴 것. 그리고 대표팀 새내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닌 경기일 수밖에 없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5차전 싱가포르 원정경기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5차전 승리로 한국은 4승1무(승점 13)로 6차전 홈 중국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전반전에는 이강인과 주민규가, 후반전에는 손흥민, 이강인, 손흥민, 황희찬, 배준호가 골을 넣었다. 이강인과 손흥민은 멀티골, 주민규는 A매치 데뷔골과 3도움을, 배준호는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넣었다.

조규성이 부상 이탈하고 황의조 역시 없는 상황에서 축구 대표팀 최전방은 새롭게 재편될 필요가 있었다. 주민규와 오세훈 모두 A매치 경험이 적기에 골을 통해 자신감을 가져야했는데 주민규가 해리 케인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로 자신은 골도 골이지만 2선 선수들을 살려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또 배준호라는 어린 재능이 좋은 시즌을 보낸뒤 A매치 데뷔전 데뷔골로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싱가포르를 7-0으로 이겼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산술적으로는 승점 1점이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최종예선행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싱가포르에 7골을 넣었다고 해서 대표팀 공격력이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평가받을 것도 없다.

냉정하게 상대는 너무 약한 팀이며 피파랭킹도 130계단 이상 차이난다. 체급차이가 확연하다. 원정의 힘듦을 이기고 대승을 거뒀고 자신감이 필요한 선수들이 원하는걸 얻은건 긍정적이지만 싱가포르에 대승을 거뒀다고 한국 대표팀이 갑자기 강해진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홈경기에서는 싱가포르가 사실상 텐백으로 나와 5골이 나왔고 이번 경기는 싱가포르의 홈이고 감독 성향상 압박과 공격을 주문하다보니 자연스레 뒷공간이 열려 한국이 수월하게 공격할 기회가 많았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이기고 한껏 자만했던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던가. 너무나 쉬웠던 홈에서 열린 베트남-싱가포르전은 오히려 한국 대표팀에게 자만심만 올리는 독이었는지 모른다.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심은 가질 필요 없는 딱 그정도의 승리다. 언제 한국이 싱가포르에 대승을 거뒀다고 어깨가 올라갈 팀이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