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체인 국산화 성공 부친과 함께 공동대표 활약
'제조기업은 열악' 선입견 없애 젊은 세대 모시기 박차

"기술혁신 멈추면 끝" 아버지 뜻 이어 연구개발 올인
대만 TSMC 계열사에 남품추진 등 글로벌 공략 잰걸음

김혜정 씨피시스템 대표[사진=씨피시스템]
김혜정 씨피시스템 대표[사진=씨피시스템]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케이블체인 국산화에 성공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93년도에 설립된 씨피시스템은 수입에 의존했던 전선 보호용 케이블체인 제품 국산화에 성공한 제조기업이다. 씨피시스템의 케이블체인들은 삼성디스플레이·현대차·기아 등 국내 유수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기업에까지 납품되고 있다.

케이블체인 국산화는 김혜정 대표의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김경민 대표의 업적이다. 김혜정 대표는 지난 2022년 아버지와 함께 공동 대표 자리에 올랐다. 

30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이어받게 된 김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전략’으로 아버지가 키워온 씨피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케이블체인은 반도체 설비공장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우연히 TSMC 계열 공장과 인연이 닿아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대만을 필두로 인도, 미국 등으로 지사를 설립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외지사 설립 추진 배경에는 김 대표의 과거 경험이 주효했다. 과거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 인천과 경기도 대리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지점을 운영하면서 체계적 물건관리과 원활한 공급 수량 조절이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실제 씨피시스템은 약 21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중국 외 지사가 설립된 곳은 없다. 이는 해외의 경우 재고 관리 및 수량 조절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케이블체인 시장만 놓고 봤을 때 한국의 시장 규모는 글로벌 대비 약 4% 수준이다”라며 “해외시장 진출 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로 진출을 꿈꾸고 있는 김 대표는 향후 씨피시스템의 경쟁사로 독일기업인 이구스를 꼽았다. 이구스는 전 세계 케이블체인 시장 점유율 약 40%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업체다. 김 대표는 씨피시스템의 제품들이 이구스의 버금갈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자부했다.

실제 씨피시스템은 축적된 소재 배합 및 성형 노하우로 국내 최다 특허인 41건을 보유하고 있다. 또 주력 제품인 G클린체인은 국내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 최초로 케이블이 입선된 상태에서 독일 프라운호퍼의 IPA 기관으로부터 ISO Class 1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씨피시스템 회사 전경(사진=씨피시스템)
씨피시스템 회사 전경(사진=씨피시스템)

김 대표는 “씨피시스템 제품들은 VDE, UL, ISO 인증 등 공신력을 갖춘 여러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품질력을 확보했다”면서 “그러면서도 이구스 제품 대비 낮은 단가로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이 만들어갈 씨피시스템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기까지 김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김 대표의 경우 20대 젊은 나이부터 가업승계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14년 씨피시스템에 입사한 그는 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올라온 사례다.

대표이사까지 올라오면서 김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업무 스타일이 다른 아버지와 충돌하기도 하고 오너일가인 탓에 동료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상황도 겪었다. 김 대표는 그 모든 과정이 성장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다른 젊은 CEO들과 교류했던 경험이다.

김 대표는 “우연히 40대 이하만 신청할 수 있는 연세대 ‘영CEO’ 프로그램 수업을 듣게 됐다”면서 “비슷한 나이 또래 혹은 조금 더 경험이 있는 분들과 함께 경영수업을 들으며 자극받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가업승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가업승계는 단순히 기업을 물려주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성장, 미래까지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피시스템의 미래를 위해 김 대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젊은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그래서 유진스팩 8호와 합병을 완료한 뒤 코스닥에 상장한다. 합병 기일은 11일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27일이다. 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인재 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제조기업은 열악할 것이다’란 선입견이 있어 MZ세대들이 선호하지 않는 다”라면서 “다방면으로 노력해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로 인식을 바꾸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김 대표 취임 이후 씨피시스템은 연구개발부 직원을 4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등 젊은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또 이번 코스닥 상장을 진행하며 대표이사 개인 지분을 무상으로 직원들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대표이사의 젊은 감각에 힘입어 해외시장 진출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씨피시스템 내부에서도 올해 중 대만지사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아버지께서는 중소기업은 기술을 멈추면 그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고 경영이념을 정하셨다”면서 “그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현재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늘 도전하는 기업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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