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최상호 프로가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PGA
2024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최상호 프로가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PGA

 

 

[골프한국] 최상호 선수(69)는 내가 직접 인사를 나누고 한 테이블에서 식사한 프로선수 2명 중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최경주 선수(54)로 관훈클럽 토론회를 계기로 인사를 나누었다.

 

2002년 초로 기억된다.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시즌 개막 직전 선수들을 모아 원활한 투어 활동을 위한 교육을 겸한 교양 강좌에 외부 강사로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골프에 입문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기량 면에선 사실상 초보나 다름없었던 내가 강사로 초청받은 것은 졸저 ‘달마가 골프채를 잡은 까닭은’ 덕분이었다.

 

지인의 권유로 골프에 발을 들여놓은 뒤 그 무궁무진한 밀림에 빨려 들어간 나는 특히 골프가 품고 있는 심오한 정신세계에 매혹되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달마가 골프채를 잡은 까닭은’이었다. 내 책을 읽은 협회 관계자의 초청을 받은 나는 흔쾌히 특강을 수락했다.

 

서울 시내 한 호텔로 기억되는데 꽤 넓은 연회장에 1백여 명은 넘어 보이는 투어 선수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연단에 올라 아래를 보니 TV 중계방송에서 낯익은 유명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연단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잡은 최상호 선수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최상호 선수는 강연 내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때때로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특강이 끝나고 유일하게 손을 들어 내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하지만 강연 내용이 선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덕담도 빠뜨리지 않았다, 

 

강연이 끝난 뒤 한 테이블에서 식사했는데 그는 식사 중에도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경쟁을 하면서도 쟁투심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 등을 물었다. 이런 인연으로 최상호 선수의 활약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그는 운동선수 치곤 얼굴이 하얀 편이다. 표정도 밝다. 갤러리와 만날 때도 예의 바르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이런 바탕 위에 성적까지 좋으니 ‘전설’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최상호의 프로 생활 자체가 KPGA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8년 KPGA가 설립되었을 때 그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중학 3학년 때인 1970년 경기도 고양에 있는 뉴코리아CC에서 골프와 만났다. 그의 골프 역정이 KPGA와 2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농사짓던 부모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입장 쿠폰을 받고 공 줍는 일을 했다. 이 인연으로 고교를 졸업한 뒤 실내 연습장에 취직해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

 

7번 도전 끝에 1997년 프로테스트를 통과하고 1978년 10월 여주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0년 연속 매년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981년부터 19년간 상금 랭킹 톱10 유지, KPGA 상금왕 9회, KPGA 대상 9회, KPGA 덕춘상(최저타수상) 11회 등 독보적인 입지를 지켰다. 코리안투어 43승에 이어 50세 이상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 15승, 60세 이상 참가하는 그랜드 시니어투어 11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2005년 매경오픈에서 최고령(50세4월25일) 우승기록을 세웠는데 이 기록은 최경주가 만 54세 생일인 지난달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박상현(41)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면서 깨졌다.

 

최상호는 7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PGA투어 KPGA선수권 with A-ONE CC 이틀째 라운드에서 2라운드 합계 10오버파로 컷(1언더파) 통과에 실패했다. 그가 KPGA투어 정규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이후 약 13개월 만이고 KPGA선수권 대회 출전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대회에는 나오지 않지만 주 3~4회 라운드한다는 그는 KPGA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이틀이 자신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이었다고 했다.

후배들과의 비거리 차이가 40~50여m나 되어 컷 통과가 싶지 않다면서도 후배들이 자신으로 인해 힘을 얻는다는 말에 내년 대회 참가 여부를 단정하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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