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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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을 치료해오는 동안, 의료 상황도 환자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30년 전에만 해도 자율신경실조증을 병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불편 증상들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위축돼 사회생활, 가정생활, 부부생활이 불가능한데도 병이 아니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으라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는 조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함을 넘어 억울하기까지 한 일이었습니다. 

병으로 인정받기까지

언제부터인가 자율신경실조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검색에도 정확히 증상이 나오고, 병원에서도 자율신경이 실조되었다는 진단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환자들은 드디어 병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면에서 기뻐해야 하는 웃픈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이 다양한 검사를 통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어진 상태를 점검하는 기술은 많이 연구돼 다방면으로 검사와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환자 스스로 균형을 잡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잘 치료할 방법은 아직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증치료 vs 근본치료

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켜 주기 위해 처방되는 안정제, 신경차단술, 신경이완주사 등의 대증치료로 당장의 증상 호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궁극적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눈에 보이는 심장 두근거림, 수면불량, 열감, 가슴답답, 전신통증이나 등통증, 호흡불편감, 안면홍조, 불안, 긴장, 초조 등의 증상을 당장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몸 상태를 바꿔주는 치료와 생활 교정이 돼야 자율신경기능이 제대로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승화강(水升火降)이 근본치료

자율신경기능을 회복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수승화강( 水升火降 )’이 잘 되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수승화강이란 신수(腎水)는 위로 올라가고 심화(心火)는 아래로 내려간다는 한의학 원리로, 원래는 음양오행설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말 그대로 차가운 기운은 올라가게,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게 해야 건강이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수승화강이 잘 돼 있는 몸은 음양의 균형이 잘 이루어진 상태이고, 이것은 몸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되면, 생체 에너지의 통로가 원활하게 열려 있고 림프 순환, 대사 순환도 잘 되기 때문에,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잘 유지됩니다. 그래서 머리는 맑고, 호흡은 깊으며, 손발은 따뜻하고, 정신이 맑고, 기력 유지도 잘 되고, 식사 후에 속도 편한 것은 물론이고 배변 상태가 좋고, 수면의 질도 좋아집니다. 즉, 수승화강은 신체의 상하 순환이 잘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어서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뇌파도 회복돼야

자율신경은 뇌에서 나와 척수를 통해 손, 발, 전신으로 분포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나뉘어집니다. 자율신경 균형이 깨어진다는 것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데, 이 두 가지 신경은 뇌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뇌파는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증상들을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의 화학적인 매개체를 통해 전달받기 때문에, 자율신경 실조로 인한 다양한 몸의 이상 반응들은 그대로 뇌파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뇌와 자율신경의 상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연결돼 움직이기 때문에 자율신경실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뇌파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자율신경기능 치료를 위한 한약을 처방하고 순환체계를 회복해 수승화강을 돕는 다양한 약침 치료, 활성 에너지를 돕는 보조 치료 등의 방법을 통해 자율신경기능을 회복시킵니다. 또한 수승화강의 명약인 사향을 포함한 공진단 처방을 통해 활성에너지를 끌어올려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뇌파를 회복하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온 몸의 이상 증상 종합체인 자율신경실조증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대증치료로만 시간을 끌거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균형은 더 깨어지기 쉽습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안티에이징시크릿. 생활습관만 바꿨을뿐인데, 직장인 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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