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크게 활약한 캐리 웹, 렉시 톰슨.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크게 활약한 캐리 웹, 렉시 톰슨.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슨(29)이 지난 달 29일 US여자오픈 대회장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1주일 뒤 호주의 살아있는 전설 캐리 웹(49)은 미국 뉴저지주 갤로웨이의 시뷰 베이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샵라이트 클래식에 출전했다. 한창나이의 한 선수는 은퇴를 얘기하는데 그보다 20세나 많은 노장은 현역에 복귀한 것이다.

 

톰슨은 US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계속 카메라 앞에 서고 열심히 연습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비판받아 힘들었다. 골프선수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며 외롭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우리가 프로골퍼로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잘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다. 말은 상처를 주고 때론 이를 극복하기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그의 은퇴 결정은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포트워스 콜로니얼CC에서 개막한 PGA투어 찰스 스왑 챌린지대회에서 그레이슨 머레이(30)가 2라운드 도중 기권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슨 머레이는 애리조나 주립대를 나와 2015년 PGA투어에 들어와 2017년 바바솔 챔피언십과 올 1월 소니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두었다.

 

렉시 톰슨은 누가 뭐래도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다. 12세 때이던 2007년 US여자오픈에 최연소 출전해 주목받은 톰슨은 2010년 15세의 나이로 LPGA투어에 뛰어들어 이듬해인 2011년 나비스타 LPGA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 LPGA투어 통산 15승을 올렸다.

 

2017년 ANA인스퍼레이센 최종라운드 도중 그린에서 마크를 제 자리로 옮기지 않아 벌타를 받고 연장전에서 유소연에게 패하는가 하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60cm 퍼트를 놓쳐 에리야 주타누간에서 역전패하고 2018년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도중에 기권하는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샵라이트 LPGA 클래식이 마지막 우승이다. 은퇴선언을 한 US여자오픈에서 그는 컷의 벽을 넘지 못했다.

 

캐리 웹은 아니카 소렌스탐(54) 박세리(46)와 함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삼각 라이벌 구도를 그리며 LPGA투어를 견인해 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4년 프로로 전향해 LPGA투어에서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41승을 올렸다. 5종의 메이저 우승을 기록해 특별히 ‘Super Grand Slammer’로도 불린다. 세 명 모두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1993년 LPGA투어에 뛰어들어 2008년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 10승을 포함해 통산 72승을 올린 소렌스탐과 1998년 LPGA투어에 뛰어들어 2016년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올린 박세리는 특별 이벤트대회에만 제한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캐리 웹은 LPGA투어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호주와 뉴질랜드 골프 꿈나무 육성에 적극 나서 리디아 고, 이민지, 오수현 등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대회에만 참가하고 최근 몇 년 LPGA투어에는 출전하지 않던 캐리 웹이 LPGA투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의 골프 열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44명이 출전한 샵라이트 LPGA클래식에서 캐리 웹은 1~2라운드 합계 6오버파로 컷(3언더파)을 통과하는 데는 실패했다. 컷 탈락자 명단에 직전대회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사소 유카를 비롯해 브리타니 린시컴, 아디티 아속(인도), 이정은5, 김아림, 아나 노르드크비스트, 스테이시 루이스, 김인경, 박희영 등이 포함된 것을 절망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2019년 LPGA투어에 데뷔한 린네아 스트룀(27·스웨덴)이 최종 3라운드에서 11언더파 60타를 치며 최종합계 14언더파로 데뷔 첫승을 올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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