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문제로 펀드 판매 라이선스 반납
중소형 보험사는 고정 지출 감당 어려워
반납에도 '먹거리' 찾기 위한 투자 계속

사진=KDB생명.
사진=KDB생명.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연이어 반납하고 있다. 전산 유지비 등 고정비는 매달 지출되고 있지만 상품 판매로 얻는 수수료 이익은 거의 없어 실익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10년 이상 라이선스를 유지하던 보험사들도 연달아 철수하면서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저출산·고령화로 불안한 업황이 지속되면서 중소형 생보사들의 '선택과 집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선 펀드 판매 라이선스가 확산됐을 당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보험사들의 비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생명은 집합투자증권 투자 매매업·중개업(펀드 판매 라이선스) 면허를 반납했고 금융위원회도 지난 4월 면허 반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5월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인가받은 지 15년 만이다.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인해 KDB생명은 앞으로 펀드 매매나 중개에 관련한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집합투자증권은 투자신탁의 수익증권, 투자회사(뮤추얼펀드) 주식 등과 같이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아 자산운용회사가 운영하고 그 결과를 분배하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대부분 1금융권인 은행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만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으면 보험사도 취급할 수 있다. 보험사는 홈페이지나 플라자에 방문한 고객에게 상품을 중개(판매)하고 수수료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최근 중소형 생보사들은 시장에서 연이어 철수하고 있다. KDB생명에 앞서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해 6월, 흥국생명은 올해 1월 각각 금융 당국에 라이선스를 자진 반납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보사들이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만 이 사업을 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형 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펀드를 판매하지 않았다"며 "더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으로 인해 라이선스를 반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수익 창출 문제로 라이선스 반납은 필연적

중소형 보험사들이 연이어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이유는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펀드 판매는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자사 고객에게 판매하고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주로 취급하는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는 외부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품 판매량이 많다면 '박리다매'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은행, 증권사에 비해 매력이 없고 대형사와 경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판매량 역시 저조한 수준이 이어지면서 수수료율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라이선스를 반납한 KDB생명의 경우 10여 년간 펀드를 거의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주기적으로 금융 당국에 펀드 판매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점 역시 중소형 보험사들이 라이선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펀드 판매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런 고정 비용을 소모하며 라이선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펀드는 원금손실 가능성도 있어 수익성 확보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도 크게 신경 써야 하는데 과거 DLF나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같이 불완전판매 논란에 자칫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선 각종 신고는 물론 인력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펀드 관련 상품 판매를 종료하고 보험업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소형 보험사들이 연이어 라이선스를 반납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보유한 생보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만 남게 됐다.

또 10여년 전 수백명의 전문가를 채용하며 펀드 판매와 동시에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보험사들이 연이어 라이선스를 반납하자 보험뿐 아니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되겠단 비전마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라이선스는 반납했지만 보험사들은 이미 요양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부에서 재무컨설팅 확대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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