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 사진=기아
기아 EV3. 사진=기아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앞도적인 판매 1위를 기록한 브랜드는 중국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브이-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중국 BYD는 올 1분기 58만4714대를 판매하며 2위 테슬라(38만6825대)를 약 20만대 차이로 앞섰다. 특히 BYD는 테슬라를 포함해 3위 BMW(11만7204대), 4위 현대차·기아(10만9524대) 등 2~4위의 판매량을 모두 합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다. BYD의 전기차 시장 장악 전략은 단순했다. 보다 싸게 만들어 보다 많이 판매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BYD는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한 저가 전기차를 찍어내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실제 BYD의 주요 전기차 라인업은 1만달러(약 1350만원) 수준에 팔리고 있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전기차 시장에 집중해 왔다. 2010년 친환경차 산업을 ‘7대 신흥 전략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중국은 자국 전기차 브랜드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내연기관 차량 시장을 장악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 맞서기 위해선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선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체없이 새로운 정책을 수립, 성장을 이어갔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전기차 시장은 구매보조금 축소와 지급기준 강화 등으로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0년 보조금 기한 연장과 수입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보조금 대상 차량가격 제한 변경, 신제품 및 비즈니스 개발, 대중교통 전동화 등 새로운 전기차 지원정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중국 브랜드가 생산한 보급형 전기차의 수요와 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전기차 시장도 성장하는 효과를 얻었다.

BYD 전기차. 사진=BYD
BYD 전기차. 사진=BYD

중국 전기차 공세에 세계 각국 대응책 마련

세계 각국도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를 손 놓고 보고 있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에 핵심 전략산업 관련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 이번 관세 인상의 핵심은 중국 전기차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내년부터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됐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자국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이번 관세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중국 브랜드들이 최근 자국 전기차 시장 포화와 과잉 생산에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인상 결정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관세 부과를 준비 중이다. 현지 외신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과 관련 이미 결정을 내렸으며, 이르면 7월 중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글로벌 브랜드들도 중저가 전기차를 출시하며 중국 전기차 견제에 나섰다. 먼저 기아는 이달 3일 ‘더 기아 EV3’의 계약 시작을 알리며, 국내 ‘전기차 대중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대중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을 보인 것은 EV3가 ‘가격경쟁력’에 특히 신경을 쓴 모델이기 때문이다.

EV3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4208만원(스탠다드 모델, 에어 트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기아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완료 후 세제혜택을 적용할 경우, 판매가격을 3995만원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까지 감안하면 EV3 고객의 실구매가는 3000만원 초중반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EV3 롱레인지 모델도 3000만원대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측은 “EV3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해 더 많은 고객이 전기차를 접하게 됨으로써 기아의 전동화 선도 브랜드 지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테슬라 모델Y.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Y. 사진=테슬라

테슬라 역시 2025년 하반기 생산 예정이었던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앞당겼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코드명 ‘레드우드’ 소형 크로스오버 전기차의 생산 목표를 2025년 6월로 수립했다. 레드우드는 현재 테슬라 엔트리 모델인 ‘모델 3’보다 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형 전기차다.

스텔란티스도 저가형 전기차 생산에 돌입했다. 스텔란티스의 지프 브랜드는 지난달 2만5000달러(약 3400만원)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3년 안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비용 구조를 동등한 수준으로 달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자동차 브랜드가 홀로 중국 전기차 공세를 버텨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 지원책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중국산 전기차의 덤핑 공세를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관세 등 조세제도를 통해 보다 능동적으로 중국 전기차의 시장장악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동차 브랜드들도 체계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전 등 인프라 수준이 향상돼 전기차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시점에는 정부 보조금도 결국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 시기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은 충분히 보장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