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산업과 파생 산업 성장 전망…국민 일상은 얼마나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 정책 수립과 연구개발, 산업을 담당하는 우주항공 전담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지난달 27일 경상남도 사천시에 문을 열었다. 한국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주항공청 설립이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청에는 연간 예산 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4% 수준으로 2030년 2조원(GDP 대비 0.1%), 2040년 4조원(GDP 대비 0.2%) 수준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주항공청 출범을 통해 우주항공 산업은 물론, 관련 파생 산업의 성장도 예상된다. 더 나아가 지역 경제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와 국민 일상의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미 성과 나오는 ‘달 탐사’
달 착륙은 언제쯤 가능할까

한국은 지난해 5월 자체 개발한 로켓 ‘누리호’를 발사해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들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앞서 2022년 8월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미국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이용, 달 궤도에 안착해 중요한 정보를 보내오고 있다. 2032년까지 무인 달 탐사선, 2045년까지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열린 개청 기념식에 참석해 “2032년 달에 우리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기 위한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2027년까지 우주 관련 예산을 1조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45년까지 약 10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달과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등 국가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중점 지원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길러낼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주항공청 출범 첫해인 올해 정부가 확정한 ‘우주개발진흥시행계획’을 살펴보면 우주 개발 5대 임무인 우주 탐사, 우주 수송, 우주 산업, 우주 안보, 우주 과학 등에 올해 총 9923억원을 투자하는데, 이 가운데 위성 발사와 관련한 우주 수송(2221억원), 우주 산업 창출(5494억원)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이 중에서도 달 탐사는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다누리호는 지난해 달 주변 궤도를 하루 12번 돌면서 부여된 과학 기술 임무를 수행하고 안테나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지상국으로 보내고 있다. 다누리호의 대부분 임무는 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향후 달 착륙을 위한 후보지 탐색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누리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달에 착륙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라며 “그럼에도 다누리호가 향후 달착륙선을 보내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고, 실제로 정부가 2030년대 초까지 1.5톤급 이상의 달착륙선을 개발, 달 표면에 착륙해 자원 탐사, 자원 활용 등 다양한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인데,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만큼 구체화된 청사진이 조속히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 연계한 시너지 효과
국민 체감 기술 한 단계 도약

우주항공청 출범으로 당장 국민의 일상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으로 인해 우주항공 분야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또 파생 기술 확산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2045년까지 25만개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먼저 우주항공청이 자리 잡은 사천시는 도시 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한 미래도시 ‘사천형 스마트도시’를 조성한다. 사천형 스마트도시는 ‘모두가 풍성한 삶을 누리는 도시, 더 스마트 스페이스 사천’이라는 비전 아래 우주항공청 및 우주항공복합도시와 연계한 도시로 조성된다.

사천시는 2027년까지 국비와 민자 645억원을 들여 남일대 바닷가와 가까운 향촌동 3만 6000여㎡에 우주항공청 개청 등에 따른 유입 인구와 청년이 정착하는 복합 주거단지도 조성한다. 사천시는 87개 사업 발굴에도 나섰다. 사천시는 교통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두고 ‘진주∼사천 우주항공선 국가철도망’ 건설을 추진한다.

우주항공청이 우주항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기술이 국민 일상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NASA의 우주선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신소재와 기술이 탄생했던 예도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도 핵심 기술은 1960년대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의 디지털 영상 처리를 위해 개발된 것이다.

실제로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위성 기술과 정보기술(IT) 서비스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 분야에서는 초고해상도 위성, 차세대 통신위성, 우주 광통신·인터넷 개발 등이 추진된다. 기존에 추진되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각종 관측 위성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위성 서비스 산업’ 육성 지원책도 추진된다.

최경일 KT샛 전무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우주 IT 서비스는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서비스들과 관계가 깊다”며 “우주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무는 이어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위성 서비스가 없다면 작동이 불가능하다”며 “위성에서 찍은 사진으로 일기 예보를 하거나 지구에서는 쉽게 닿지 못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지상에서 우주로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대로 우주 IT 서비스를 이용해 지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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