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장 채비...파두 사태 여파에 추가 기재 이어져
2년 연속 적자에 공공 분야 치중된 실적...정부 정책 변화 시 타격 가능성
상장 첫날 주식 절반 이상 풀려...한 달 후 16% 추가돼 오버행 우려 존재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토종 클라우드 기업인 이노그리드가 올해 초 코스닥 상장 준비를 마쳤으나 잇따른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무려 4개월여 만에 상장에 나선다. 그간 6번의 정정 과정에서 실적 악화 가능성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 등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 이번에 상장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13일부터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24일부터 이틀간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 분야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지난 2006년에 설립됐다. 현재 주력 사업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및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솔루션 개발 및 공급이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뒤 무려 1년여 만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규정상 거래소는 심사 신청 이후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하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거래소의 예심 승인 이후인 지난 2월 상장 준비를 마쳤으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을 이유로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회사의 사업 내용과 그에 따른 리스크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추가 기재하라는 금감원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불거진 파두 사태의 여파로 해석된다. 이노그리드와 마찬가지로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가 지난해 예상 매출을 1200억원으로 책정하고 상장을 진행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매출이 3억원에 그쳐 뻥튀기 상장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파두 논란 이후 금융당국은 기술특례 상장을 중심으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이노그리드는 실적을 비롯해 여러 우려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이노그리드의 실적은 2022년 영업적자 47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한 차례 흑자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다음 해 적자전환했다.

특히 이노그리드의 실적이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분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이 걸림돌이다. 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의 수혜로 인해 지난해 매출 중 무려 72%가 공공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에 정부의 클라우드 관련 정책이 변화될 경우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노그리드 매출의 절반 이상이 4분기에 몰려있는데 이는 공공 분야에서 내년 사업을 위해 연말에 입찰을 진행하고 회사가 수주를 따내는 경우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136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 당기순이익은 31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193억원, 영업손실 35억원, 당기순손실 40억원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이로 인해 올 1분기까지 상장을 마쳤으면 직전 분기 호실적을 기반으로 높은 기대 속에 상장할 수 있었으나 상장 일정이 연기돼 다소 악화된 실적으로 상장에 나서게 됐다.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41억원, 영업손실 22억원, 당기순손실 20억원을 기록했으며 더군다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63억원) 대비 약 35% 감소됐다.

또 이노그리드는 오버행 이슈도 존재한다. 코스닥 상장 첫날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의 52.6%이며 상장 1개월 후에는 15.97%가 추가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상장 이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0.07%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회사 내부통제 이슈, 과거 최대주주와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오너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다만, 실적의 경우 2022년 영업적자 47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으로 감소돼 향후 개선을 기대해 볼만 하다. 이노그리드 측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내년 영업이익 100억원, 2026년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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