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재편하고 R&D 비용 늘려 돌파구 마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장기간 불황으로 시름하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하반기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원재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와 세계적인 경제 둔화로 당장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던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분기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 분기 1170억원 적자 대비 규모가 축소됐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1분기 1353억원 손실로 전 분기 영업손실 3158억 원에 비해 적자 폭이 개선됐다.

완전히 반등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업황이 점차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에서 “저탄소 기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기술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지금 석유화학업계가 어렵긴 하지만 길게 보면 성장 기회는 반드시 있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이어 “LG화학은 그동안 산업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범용 제품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벌이다 보니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역대급 위기라는 우려 속에서도 석유화학업계가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거나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는 등의 돌파구 마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하반기 반등 여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트폴리오 재편하는 주요 화학사들

LG화학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강공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매출을 30조원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특히 LG화학은 친환경 전력 공급망을 확보하며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다. LG화학은 ST인터내셔널, 신한자산운용과 영덕·영양 리파워링 풍력발전단지(241MW) 발전설비의 재생에너지에 대해 20년 간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확보한 재생에너지는 연간 최대 615GWh로 국내 민간기업이 구매한 풍력 발전 재생에너지 중 최대 규모다. 이는 14만 6000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LG화학은 그동안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선언하고 탄소 감축 목표로 2050 넷제로를 선언하는 등 산업계의 탈탄소 전환 메가트렌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LG화학 CSSO(Chief Sustainability Strategy Officer) 이종구 부사장은 “LG화학은 전지 소재, 친환경 지속가능 소재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속가능성에 기반해 구축할 뿐만 아니라 사용 에너지까지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도 포트폴리오 재편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는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가 참여해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전략 방향을 밝혔다.

이 총괄대표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의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의 5개 사업으로 재편해 운영하고자 한다”며 “각각의 포트폴리오별로 전략 방향을 재정립하고 거버넌스를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전략사업단위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트랜스포메이션의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체질 개선 위한 역대급 R&D 투자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 효율화와 구조 재편 등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대신 SM 공장 철거를 완료하고 IT 소재 사업부 내 편광판과 편광판 소재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저수익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다만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미래 신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1조 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증가했다. 연구개발비가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3월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청정수소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사업인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R&D 조직을 개편했다.

구체적으로 기초소재와 함께 ▲배터리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리튬 기술 등 신소재 분야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롯데케미칼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기초소재사업과 첨단소재사업 특성에 맞춘 별도의 AI 조직도 신설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기업과 합작해 2009년부터 운영해 왔던 라텍스 공장 지분 50%를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대 신성장 사업으로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 소재 등을 꼽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630억원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공급이 크게 늘어난 범용 제품보다는 고부가 제품이나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면서도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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