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조원 이상 자금 필요, 내년 중 투자 검토 가능성
삼성디스플레이·BOE·비전옥스 등은 이미 투자 발표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비전옥스가 앞서 8.6세대 투자를 발표한 가운데 티엔마도 준비에 나서면서 미래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연내 8.6세대 OLED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황이 회복되고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내년은 돼야 결정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가 시급한 이유는 애플의 OLED 확대 계획 때문이다. 애플은 태블릿인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OLED를 올해 처음 탑재한 데 이어 2026년에는 노트북인 맥북 프로 모델에도 OLED를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 패널 생산을 위해 6세대(1500㎜×1800㎜) 라인을 이용하고 있다. 6세대 라인에서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할 수 있는 아이패드용 OLED 패널은 연간 500만대가 한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내년 나올 아이패드에 OLED 탑재량을 더 늘린다고 해도 여기에 대응할 생산능력(캐파)을 갖추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450만대의 패널을 공급할 전망이다.

8.6세대(2290㎜ⅹ2620㎜)는 유리원판 크기가 6세대보다 크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다. 만약 8.6세대에서 14.3인치 기준 태블릿용 OLED를 연간 1000만대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6세대에서는 연간 450만대 정도를 만드는 데 그친다.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제공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투자에 나서려면 최소 3조원 이상의 자금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월 1만5000장 규모의 캐파를 확보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익시스템의 증착기를 사용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최근 BOE가 8.6세대 라인 구축을 위해 선익시스템으로부터 증착기 여러 대를 발주한 점도 LG디스플레이 투자를 늦어지게 만드는 원인이다. 증착기는 1년에 생산 가능한 숫자가 한정적이고, 공급하는데 걸리는 물리적 기간을 감안하면 LG디스플레이의 투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1조3000억원 중 상당액은 재무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현재 추진 중인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매각에 성공해 1조원 중반 수준의 자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이 자금이 8.6세대 OLED 투자에 사용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돈 대부분은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이라며 "내년 실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시점은 돼야 8.6세대 투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시간은 촉박하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8.6세대 OLED 투자를 공식화한 가운데 중국 비전옥스도 투자를 발표했다.

허페이시 정부와 손잡고 550억위안을 들여 8.6세대 OLED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 티엔마도 연내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OE, 비전옥스, 티엔마는 모두 OLED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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