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21시즌 정규리그 2위로 K리그2(2부리그) 플레이오프, 2022시즌 3위로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FC안양은 2023시즌을 6위로 마치며 예년보다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시점에서 팀의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지자, 안양 팬들은 응원과 우려가 섞인 반응을 표했다. 코치로는 경력이 있지만 감독 경험은 없었기 때문.

하지만 그 ‘초보 감독’이 이끄는 안양은 16라운드까지 '1위(14경기 9승3무2패 승점 30점)'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고 있다. 안양의 ‘꽃봉오리 축구’에서 ‘보랏빛 꽃향기’가 나는 순간이었다.

스포츠한국은 프로 정식감독 부임 ‘6개월’ 만에 안양 팬들의 마음은 물론 성적까지 사로잡은 유병훈(47) 감독을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나 이른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소회와 더욱 치열하게 증명해야만 하는 사정을 들어봤다.

프로 사령탑 데뷔 시즌에 팀을 K리그2 선두로 이끌고 있는 유병훈 FC안양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프로 사령탑 데뷔 시즌에 팀을 K리그2 선두로 이끌고 있는 유병훈 FC안양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경력직 같은’ 신임 사령탑, K리그2를 뒤흔들다

유병훈 감독은 약 6개월 전 안양 사령탑 부임 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 당시 팬들의 걱정을 하루빨리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자신이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운 ‘꽃봉오리 축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

유 감독의 자신감은 허무맹랑하지 않았다. 그는 수년간 3백을 써왔던 안양에 4백을 입힌 후, 짧고 빠른 패스로 중원을 거쳐 공격을 전개하는 주도적인 축구를 펼쳤다. 안양은 그 결과 초반 6경기에서 5승1무로 K리그2 깜짝 선두를 달렸고, 16라운드 이후 휴식기까지 보낸 현재도 1위를 유지 중이다.

“안양이 최근 몇 년간 3백을 주로 썼지만, 4백 역시 훈련하고 실전에 적용시킨 경험이 있었기에 선수들 역시 어색해하지 않았다. 3백으로는 승격 문턱까지 갔지만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엔 다르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4백 형태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한다면, 3백에서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며 발생했던 부상, 후반기 체력 저하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안양은 심지어 수원 삼성, 전남 드래곤즈 등 상위권 경쟁팀에 패하며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바로 다음 경기를 잡고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냈다. 유 감독이 13년 동안 코치로서 쌓은 내공이 위기에 빛을 발했기 때문. ‘경력직 부럽지 않은 신임 감독’인 셈.

“K리그에서는 팀의 흐름이 꺾이면 이를 다시 살리는 게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감독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패배 이후 맞이하는 일주일에 많은 신경을 쏟는다.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졌을 때는 고참들을 모아 회식을 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팀 분위기를 다지는 과정에서 주장 이창용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창용이가 팀 미팅 시간 외에도 선수들을 따로 모아 감독의 주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를 만드는데, 이게 팀 결집에 많은 힘이 된다. 선수들도 지난 시즌 승격과 멀어졌던 부분에 대해 통감하고 열심히 해주며 안양의 선두 질주 원동력이 되고 있다.”

ⓒFC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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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각하는 ‘덕장’의 진심, ‘보라색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다

올 시즌 안양의 긍정적인 변화에서 ‘줄어든 실점’을 빼놓을 수 없다. 안양은 지난 시즌 58득점으로 K리그2 13팀 중 득점 2위를 차지했지만, 실점은 5번째로 많은 51실점을 기록했다. 많은 골을 넣었음에도 실점 역시 많이 허용해 승점을 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4경기 동안 고작 13실점만을 허용하며 최소 실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주장 이창용이 중앙 수비수로서 전 경기에 출전했지만, 그 파트너 자리에 김영찬-박종현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고 최근에는 2002년생의 ‘프로 2년차’ 김하준이 나올 정도로 변화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실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감독이 된 후 선수단과 첫 미팅에서 ‘실점을 반으로 줄이자’고 했고, 첫 훈련도 실점이 많이 나오는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수비 훈련부터 했다. 동료가 원래 있던 공간을 비웠을 때 다른 선수가 메워주는 것, 수적 열세 상황에서의 수비를 많이 연습했다. 모든 선수들이 잘 이해하며 여러 수비 상황에서의 내성을 키운 덕에 실점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공은 둥글고 축구는 모른다지만, 시즌 전 예상과 달리 선전을 펼치는 팀은 좋은 성적을 낼 때도 의문부호를 받기 마련이다. 안양 역시 동계 비시즌부터 지금까지 의심의 시선과 싸워 이겨내고 있는 상황.

ⓒFC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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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감독인 나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해서는 아니다. 내가 코치로서 수년을 지켜본 안양 선수들은 실력 면에서 다른 팀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감독이 초보라는 이유로 팀과 선수들에 대한 시즌 전 평가가 절하되는 듯해 미안하더라. 그 평가를 뒤집고 싶어서 코치들과 밤새 준비한 게 다행히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14경기 만에 승점 30점을 따내고 있는 안양은 2020년의 제주 유나이티드, 2022년의 광주FC가 그랬듯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물론 위기가 찾아올 테지만 초반에 많이 벌어놓은 승점은 계속 승격 문턱에서 무너졌던 안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코치 경험 끝에 감독으로 승격한 유 감독의 지도력은 K리그2 최고 이슈로 떠올랐고, ‘초보 같지 않은 초보 감독’은 더 큰 이슈를 만들 준비가 돼 있었다.

“안양이 지금 잘하고 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처지는 팀이라는 시선 역시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도 자신의 역할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 그렇게 연속적으로 위기를 타파하다보면 안양이 꿈꿔온 구단 최초의 K리그1 승격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FC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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