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여자 유도가 마지막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조민선이 금메달을 따낸게 마지막. 무려 28년전.

28년간 올림픽 금맥이 끊긴 한국 여자 유도에 한줄기 빛이 비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허미미(21‧경북체육회).

일본인으로 고교시절까지 살다 할머니의 유언에 마음이 동해 일본 국적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라는 사실까지 뒤늦게 알게 된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허미미는 이제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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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유언따라 한국온 日유도 천재, 알고보니 독립운동가 후손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 조부모는 한국인,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재일교포로써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모두 보낸 ‘일본인’으로 살아갔다. 아버지가 유도를 했기에 유도를 일찍 접한 허미미는 재능을 드러냈고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각광받는 천재로 중학교 3학년때 전일본 중학 선수권 우승을 차지할 정도였다.

일본인으로 평범하게 살아오던 허미니는 2021년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미미가 꼭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3년여간 한국에서 먹고 자며 배운 끝에 이제는 인터뷰도 능숙하게 한국어로 한다. 여기에 허미미가 더 한국에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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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에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년)을 기리는 순국기념비가 있다. 허석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독립투사.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인데 알고보니 허미미가 허석의 후손이었다는 것이 허미미의 국적 회복과 선수 등록 과정에서 드러났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왔지만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에 돌아왔고 알고보니 일본에 맞선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기구한 스토리는 허미미를 더욱 특별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허미미는 과거 인터뷰에서 “태극마크에 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선수권서 제대로 사고 친 허미미… 올림픽 金 유력후보로

한국에 오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57kg급을 평정한 허미미는 빠르게 한국 생활에도 적응하며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 대표로 첫 국제 무대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처음부터 남달랐던 허미미는 지난 5월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꺾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유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무려 29년만의 일.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이 마지막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선전에 올림픽을 직전에 둔 체육계가 놀랐고 큰 경사를 맞았다. 특히 침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던 유도계는 허미미에 이어 남자 100kg 이상의 김민종도 금메달을 함께 따내며 단숨에 올림픽 금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을 탈바꿈했다.

허미미는 유도 전문가들로부터 올림픽에 나서는 모든 한국 유도 선수 중 가장 금메달권에 가까운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히 직전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고 일본 유도의 탄탄한 기본기와 한국 선수 특유의 끈기를 모두 합친 ‘완성형 선수’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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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유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딱 두 번. 유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첫 대회였던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미정, 그리고 마지막 여자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의 조민선이다. 마침 딱 두명밖에 없는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의 경험자 중 한명인 김미정 감독이 현재 여자 유도 대표팀의 감독으로 허미미를 지도 중이다.

한국 특유의 지옥 훈련과 김미정 감독의 금메달 노하우 전수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허미미는 29년만에 한국에 여자 유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긴 것처럼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조민선 이후 26년만에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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