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31)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팔꿈치 부상 이후 등판한 7경기 중 6경기에서 3실점 이상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는 것.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올 시즌 최악의 투구로 단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오는 굴욕을 겪었다. 

라울 알칸타라.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 ⓒ두산 베어스

알칸타라는 3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동안 61구를 던져 6실점 4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3탈삼진으로 크게 부진했다. 두산은 알칸타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롯데에 13-8로 승리했다. 

알칸타라는 애초 지난 2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다. 그러나 2일 경기가 우천 취소됨에 따라 하루 휴식을 더 취한 뒤 이날 마운드에 올라왔다.

추가 휴식이 독이 된 것일까. 알칸타라는 1회부터 실점하며 흔들렸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준우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은 것. 시속 151km의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전준우의 먹잇감이 됐다. 알칸타라는 이후 빅터 레이예스를 2루 땅볼로 잠재우고 이닝을 마쳤다.

문제는 2회였다. 알칸타라는 2회초 선두타자 나승엽에게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흔들린 알칸타라는 최항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알칸타라는 후속타자 박승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잠재우고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손성빈에게 볼넷을 줘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이날 33일 만에 선발 출전한 노진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추가 실점을 내줬다. 

노진혁.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 ⓒ롯데 자이언츠

알칸타라는 계속되는 투구에서 황성빈을 3루 땅볼로 돌려세웠으나 윤동희에게 볼넷을 헌납했다. 제구가 전혀 되지않는 모습이었다. 알칸타라는 결국 전준우에게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맞고 빅이닝을 허용했다. 알칸타라는 레이예스를 1루 땅볼로 잡은 뒤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알칸타라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다. 두산은 3회초 수비를 앞두고 알칸타라를 내리고 김민규를 올렸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최소 이닝, 최다 실점으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종전 올 시즌 최소 이닝은 3.1이닝, 최다 실점은 5실점이었다.

알칸타라는 시즌 첫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맹활약했다. 지난해 13승9패 평균자책점 2.67로 두산의 1선발을 맡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알칸타라는 이후 우측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국내 검진 결과 단순 염좌로 밝혀졌지만 알칸타라는 불안을 떨치지 못했고 미국으로 가 주치의에게 검진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도 동일한 소견을 받았고 이내 국내로 복귀해 재활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5월26일 KIA 타이거즈전에 전격 복귀했다. 

알칸타라. ⓒ두산 베어스
알칸타라. ⓒ두산 베어스

하지만 알칸타라는 복귀 후 180도 달라졌다. 에이스의 위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부상 복귀 후 첫 등판에서 3.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3경기 도합 17이닝 10자책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지난달 2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음 등판에서 곧바로 3.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알칸타라는 이날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이날 알칸타라와 호흡을 맞췄던 양의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알칸타라가 지난해에 비해 볼카운트 싸움을 못하고 있다. 몰리는 공이 많고 중심에 맞으면 타구가 멀리 뻗는다”며 제구와 구위 모두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두산도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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