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과감히 재편, 결단력 보여줘
환골탈태 수준 '딥체인지' 추진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은 전략가로 통한다. 투자 전문가인 박 사장은 2018년부터 SKC에 합류하기 전까지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업 발굴 업무를 맡았다. SK그룹의 베트남 마산그룹 및 빈그룹 투자, 일본의 친환경 소재기업 TBM 투자 등을 이끌었다.

박 사장은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SKC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SKC의 필름사업부를 매각했다.

박원철 SKC 사장. 사진=SKC 제공

SKC가 한앤컴퍼니에 넘긴 필름사업은 회사의 모태사업으로, 한 때 회사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다. SKC는 사업 매각을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박 사장은 SKC의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사업구조를 과감히 재편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0월 SKC는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렌우드PE)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어 이 회사는 SK엔펄스의 반도체 기초소재 사업인 웨트케미칼과 세정사업을 정리하고, 파인세라믹스 사업도 팔아치웠다.

◇ 최태원 회장 신임 두터워, 사업구조 재편 특명

1967년생인 박 사장은 1998년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시카고대 MBA를 마쳤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 GS에너지, 하나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 SKC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SK그룹에서 동남아투자법인을 이끌기도 했다.

박원철 SKC 사장이 지난해 3월28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경영 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SKC 제공
박원철 SKC 사장이 지난해 3월28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경영 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SKC 제공

다양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박 사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SK그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이다. SK 글로벌사업개발팀 상무를 거친 그는 GS에너지 에너지지원사업본부장 전무로 자리를 이동했다.

박 사장은 투자가로서의 면모와 함께 화학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당분간 SKC의 사령탑을 맡아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22년 1월 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SKC에는 짧은 기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SKC는 비핵심 업무를 매각하는 것 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아울러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SKC는 지난해 7월 반도체 테스트소켓 기업 ISC의 경영권을 총 5225억원에 인수했다. ISC는 국내 1위 실리콘 러버 소켓 제조사다.

앱솔릭스의 반도체 글라스기판. 사진=SKC 제공
앱솔릭스의 반도체 글라스기판. 사진=SKC 제공

2차전지 소재 분야에도 힘을 싣고 있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지난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800억원을 조달했다. 확보한 재원은 유럽 헝가리 동박공장 증설에 투입된다.

실리콘 음극재 자회사 ‘얼티머스’도 설립했다. 얼티머스는 2021년 1월 지분투자로 최대주주가 된 영국 기술기업 넥세온의 기술을 활용해 이달부터 시범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SKC는 고성능 컴퓨팅용 글라스 기판과 ISC의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SKC의 글라스 기판사업 투자사 앱솔릭스는 양산 공장을 완공했다.  

◇ 환골탈태 수준 '딥체인지' 추진

박 사장은 전임인 이완재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회사의 체질개선을 이끌고 있다.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뜻하는 '딥체인지'다. 2차전지, 반도체 소재, 그리고 친환경 생분해 소재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박원철 SKC 사장. 사진=SKC 제공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차전지와 반도체,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확장, 초격차 기술 우위를 통해 차별적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ESG 소재 솔루션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동박의 글로벌 확장과 판매 확대, 반도체 소재 및 화학사업의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적극적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규 성장사업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SKC는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SKC의 옛 이름은 선경화학으로 SK그룹에서 3번째로 오래됐다. 최대주주는 SK㈜로, SK㈜가 보유한 SKC 지분율은 40.6%다(지난해 9월말 기준). SK㈜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으로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5%다.

◇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 실적 악화일로

2021년 9월 박 사장 전임인 이완재 사장은 2025년까지 이익의 80% 이상을 모빌리티 소재에서 창출하는 등 사업구조를 모빌리티 소재 중심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소재사업 매출은 내년까지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박원철 SKC 사장이 'SKC 테크데이 2022'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SKC 제공

하지만 박 사장이 최태원 회장이 부여한 미션을 그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C를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차전지 음극 집전체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인 동박은 중국의 물량 공세를 주요 원인으로 현재 공급과잉 상태다. SKC의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30억원을 써내며 전 분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SKC는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SKC의 대표이사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지난 정기 인사에서 박 사장은 유임됐다. 박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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