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골프 스윙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선수 로리 맥길로이. ⓒAFPBBNews = News1
뛰어난 골프 스윙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선수 로리 맥길로이.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도자기박물관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도자기의 문외한이라 해도 한번 돌아보면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다.

 

흙으로 빚어 600~800℃의 불에 구운 조악한 수준의 토기(土器)에서부터 800~1,000℃의 온도로 구운 도기(陶器), 1000℃ 내외의 온도로 구운 석기(炻器), 1,100℃ 이상의 고온에 구운 것을 자기(瓷器)라 부른다. 총칭해서 도자기(陶瓷器)라 한다. 청자는 1,100℃, 백자는 1,400℃의 고온에서 굽는다.

 

좋은 도자기를 만들려면 좋은 재료(고령토)가 필수적이다. 이것을 원료로 도자기를 빚는 성형 과정을 거쳐, 건조 후 초벌구이를 거친 뒤 유약을 발라 다시 굽는다.

 

나는 어릴 적 실제로 산골의 도자기 공장을 구경할 기회가 있어 전체 과정을 유심히 볼 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과 광주 도자기박물관 관람으로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체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도자기 굽는 것은 바로 골프 스윙 만들기, 아니 골프 그 자체임을 절감했다. 훌륭한 도자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보면 골프와 너무나 닮았다.

 

골프에서 좋은 재료라면 골프를 익히려는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조건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재료가 반드시 뛰어난 도자기로 탄생한다는 보장은 없다. 좋은 재료와 훌륭한 스승의 지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쓸만한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보기 좋고 쓸모 있게 빚는 것에서부터 무늬를 그리거나 새기고, 초벌구이를 거쳐 유약을 발라 고온으로 구워내려면 스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좋은 재료란 나의 신체적 정신적 조건만이 아니라 처음 골프와 접하는 자신을 인도하는 지도가까지 포함된다고 봐야 옳겠다. PGA투어의 톱 클래스 선수들 곁에 늘 훌륭한 지도자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주말골퍼의 경우 처음 골프에 입문할 때나 특별한 문제가 생겨 교정이 절실할 때가 아니면 레슨프로와 가까이하기 어렵다. 초보 시절 좋은 레슨프로를 만난다면 행운이다. ‘자신만의 도자기’를 구워낼 수 있는 최상의 기회다. 나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해 내게 최적화한 스윙 구축을 도와주고 지속 가능한 골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레슨프로라면 금상첨화다.

 

좋은 지도자로부터 기초를 다져놓으면 혼자서라도 고장 난 스윙을 고쳐나갈 수 있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할 능력이 생긴다. 처음에는 토기 도기 수준의 도자기를 만들다가 청자나 백자 수준의 명품 스윙을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골프 스윙 구축이 도자기 굽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정성을 들여 구워낸 도자기라 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깨버리고 다시 빚고 구우면 되지만 골프에서는 다르다. 자신의 스윙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고질병만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를 믿고 맡길 훌륭한 지도자 찾기도 쉽지 않다.

 

이미 구운 도자기를 깨버리고 다시 빚을 용기를 내볼까 싶은 요즘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