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홀연히 골프 코스를 떠났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38)이 거의 12년 만에 선수로 돌아온다. 왼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수술한 뒤 더 이상 골프를 안 한다는 조건으로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받고 골프채 놓았다가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의 부름을 받고 LIV 골프대회에 출전한다. 미국 국적의 앤서니 김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존재다. 한국 토종 선수 최경주는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받아들이지만 앤서니 김은 멀리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우선 국적이 미국인 데다 한국말은 할 줄 알지만 굳이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인
[골프한국] 고진영은 2021년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대회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CC에서의 연습라운드에서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킷(당시 21세)을 처음 만났다. 당시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은 다이나쇼어 토너먼트코스 10번 홀에서 투어 2년 차 신인 패티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눴다. 패티는 LPGA투어 2년 차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대회가 취소되면서 고진영과는 라운드할 기회가 없었다. 둘은 서로 반갑게 포옹하며 연습라운드를 시작했다. 고진영은 화이트티에서 하이브리
[골프한국] '자기류의 골프’를 구축하지 못한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폼이 좋습니다.” “파워가 대단하십니다.” “방향성이 좋으시군요.” “페어웨이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자신만의 경기를 펼치지 못하는 골퍼들이 이 말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액면 그대로 자신의 스윙이 좋거나, 힘이 넘치며, 방향성이 좋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여기서 ‘자기류의 골프’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골프의 이치를 깨달아 나름대로 골프를 즐길 줄 알면서 남부끄럽지 않은 스코어도 낼 정도로 일정 수준에 이른
[골프한국] 2021년 4월 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GC에서 열린 지구촌의 골프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에서 마쓰야마 히데키가 18번 홀에서 우승 퍼트를 마무리 지은 뒤 홀을 떠나는 모습은 마스터스 토너먼트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을 만했다. 마쓰야마는 나흘간의 성스러운 구도의 여정이 비로소 끝났음을 실감하며 감회어린 얼굴로 캐디와 포옹을 했다. 마쓰야마의 품에서 벗어난 캐디는 깃대를 홀에 꽂고 나서 코스를 향해 모자를 벗고 목례한 뒤 마쓰야마의 뒤를 쫓았다. 캐디가 모자를 벗고 코스를 향해
[골프한국] 정통적인 골프스윙을 정착시키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골프교습서나 레슨프로의 도움으로 올바른 스윙 방법을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배운 것을 내 몸의 일부로 육화하기 위해서는 각고면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배운 것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드디어 완전히 익혀 내 것이 되었다고 자신하는 순간 골프 관련 기억들은 뒷문으로 달아나기 시작하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배운 것을 쉽게 재현하고 지속 가능한 기량으로 굳히는 데는 ‘이미지 만들어 내기’가 매우 효과적
[골프한국] 계약금 4억5,000만 달러(약 5968억 원)를 받고 LIV 골프로 옮긴 존 람(30·스페인)이 두 달도 안 돼 PGA투어를 그리워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영국 BBC스포츠는 지난 8일 “존 람은 LIV골프 선수들이 PGA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이 얼른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스포츠는 “PGA투어에 다시 돌아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존 람의 발언을 전하며 “대회에 출전할 방법이 있다면 그게 초청 선수 자격이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거액을 받고 LIV골프로 옮긴 존 람이 P
[골프한국] 대형 선박은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라는 것을 배 밑바닥에 담아 운행한다. 적재물이 적을 때에는 바닷물을 채워 균형을 잡고 짐을 많이 실었을 때는 바닷물을 배출해 적절한 평형수 비율을 유지한다. 선박의 중간 좌우나 하부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지는 평형수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아주어 심한 풍랑에도 침몰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트 같은 가볍고 작은 경선박 외에는 대부분 평형수를 싣는다. 고대 선박들은 바닷물 대신 돌을 바닥에 실어 평형수 역할을 하도록 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 평
[골프한국] 아름다운 샷은 빈 마음에서 나온다. 힘찬 샷이 힘이 빠진 상태에서의 부드러운 동작에서 나오듯 아름다운 샷은 거의 투명에 가까울 정도의 빈 마음에서 태어난다. ‘오늘은 잘 해봐야지!’ ‘저 친구한테는 지지 말아야지!’ ‘지난번 참패를 설욕해야지!’ ‘오늘은 기어코 90대를 깨야지!’ 등의 각오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어김없이 쓰디쓴 맛을 보게 되는 게 골프다. 골프에서 욕심만이 만병의 근원은 아니다. 욕심 대신에 다른 생각이 차 있다면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스스로 감탄이 나올 정도의 멋지고 아름다운 샷은 우연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프로당구협회(PBA)가 출범한지 어느덧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PBA는 2019년 출범 당시 많은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단 몇 년 만에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한 축을 이루는 리그로 발돋움했다.이렇게 PBA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있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절치부심하며 PBA를 탄생시킨 주역 중 한 명이 장상진 PBA 부총재다. 당시 브라보앤뉴(現
[골프한국] ‘볼레로(Boléro)’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1875-1937)이 1928년 중순 러시아 출신 안무가 이다 루빈스타인(Ida Rubinstein·1885-1960)에게 위촉받아 작곡한 발레 음악이다. 그러나 발레보다는 연주회의 인기 레퍼토리로 각광 받았다. 곡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마지막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네어 드럼의 스페인 볼레로 리듬 위에 두 가지 선율이 악기를 바꿔가며 계속 반복되면서 작은 음량에서 큰 음량까지 온갖 악기들이 드나들며 점진적으로
[골프한국] 인간이 만들어낸 놀이 중 가장 불가사의한 운동이 골프라고 한다. 한번 골프의 매력에 빠지고 나면 그 치명적 중독성에서 좀처럼 헤어날 수 없다. 아마추어 골프애호가는 물론 골프를 생업으로 삼는 프로선수들까지 수없이 많은 불가사의를 경험한다.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불가사의 자체가 골프 매력의 정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대만의 골프 스타 쩡야니(35)가 골프채를 놓은 경우는 골프 불가사의성의 대표적인 예다. 그는 한때 LPGA투어 통산 59승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스웨덴의 살아있는
[골프한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6·한국이름 고보경)가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버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프로로 전향한 지 11년 만에 LPGA투어 통산 20승 고지를 밟으면서 그의 LPGA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LPGA에서 10년 이상 투어활동을 하면서 각종 포인트가 27점이 넘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 영원히 기억되는 영예를 얻는다. 메이저
[골프한국] 앨라배마대학 2학년인 닉 던랩(Nick Dunlap·20)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개최 2주 전 어느 날 PGA투어닷컴의 선임작가 폴 호도워닉(Paul Hodowanic)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골프전문 저널리스트인 호도워닉은 던랩에게 “혹시 다음 주 일요일 밤에 해야 할 숙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던랩은 “네”라고 대답했으나 곧 “그래도 아마 숙제를 하고 있진 않을 거예요”하고 말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해 2020 도쿄올림픽 우승자 잰더 쇼플리, 메이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 등 PGA투어 강호
[골프한국] 40여년 전 골프에 한창 매료되었을 때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다. 지독한 골프광인 장인이 라운드하고 집에 들어설 때 장모와 나누는 대화 내용에 골프의 수수께끼가 담겨있다. “오늘 잘 치셨지요?”“그럼, 잘 쳤지. 그런데 여보, 이제야 골프가 뭔지 알 것 같아!”“언제부터 그 얘기 하신지 알아요?”“요즘 아니던가?”“벌써 십수 년은 되었을걸요?”“허, 그런가. 어쨌든 골프가 뭔지 이제 겨우 깨달아지는 것 같아.”“그 참, 골프란 운동이 별나기도 하네요. 당신처럼 머리 좋은 사람을 계속 깨닫게 하다니!” 이번 겨울 ‘노 볼
[골프한국] 안병훈(32)만큼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선수도 흔치 않을 것이다.그의 부모 안재형(59)과 자오즈민(60·焦志敏)부터가 한중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88 서울올림픽에서 국적을 초월한 로맨스로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안재형은 탁구 복식 동메달, 자오즈민은 단식 동메달과 복식 은메달을 땄다. 경기장에서 자주 마주친 두 사람이 나눈 호감은 곧 사랑으로 발전했고 이듬해 결혼으로 꽃을 피웠다. 부모로부터 뛰어난 스포츠 DNA를 물려받은 안병훈은 어릴 때부터 뛰어난 스포츠 감각을 보여주었다. 6세
[골프한국]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절대 하루 1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는다고 한다. 목 즉 성대 보호를 위해서다.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되 성대가 상할 정도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이 직업인 선수들도 매일 일정한 시간 반복해서 연습하지만 중요한 시합이 있는 날은 몸을 풀 정도의 가벼운 연습만 하고 본 경기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둔다. 끊임없는 연습을 요구하는 골프에서도 이런 원칙이 필요함을 최근의 라운드에서 경험했다. 평소 ‘연습만이 살길’이란 생각에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편인데 최근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는 중요한 라운드를
[골프한국] ‘신화의 섬’ 마우이에서 시작된 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의미 있는 선전’을 했다. 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섬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96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올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대회에서 안병훈이 최종 합계 26언더파 266타로 단독 4위, 임성재(25)가 25언더파 267타로 스코티 셰플러, 브라이언 하먼, 콜린 모리카와 등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이어 김시우가 20언더파로 공동 25위, 김주형이 14언더파로 공동 45위에 이
[골프한국] 골프처럼 핑곗거리가 많은 스포츠도 없을 것이다. 풍성한 포획을 상상하고 사냥에 나서는 사냥꾼처럼 골퍼 역시 기대와 희망을 품고 필드로 향하지만 골프 코스는 결코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코스 자체는 파라다이스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지만 코스를 걷는 골퍼의 마음은 코스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 많은 핑곗거리만큼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와 징크스가 운명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trauma)는 의학 병리학에서만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간단히 정의해 ‘외상 후 정신적 스트레스 장
[골프한국] 즐겁자고 들판으로 달려 나간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즐겁기는커녕 유별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맛봐야 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기대치와 실제와의 괴리, 연습을 게을리 한 자신에 대한 실망, 꾸준한 연습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한 절망,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신력, 동반자에 대비되는 형편없는 스코어에 따른 자기비하 등 그 이유와 까닭을 찾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불가(佛家)의 108번뇌를 원용해 골프가 안 되는 이유가 108가지나 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이니
[골프한국] 연습할 짬을 내기 힘든 주말골퍼들이 필드에서 만들어 내는 미스 샷들은 십중팔구 빠른 스윙에 원인이 있다. 골프가 요구하는 기본을 아무리 제대로 터득했다 해도 막상 필드에서 볼 앞에 서면 그동안 익혀왔던 스윙 템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눈 깜짝할 사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샷을 날려버린다. 귀중하기 그지없는 샷을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해치워버린다. 볼을 눈앞에 둔 골퍼가 가능한 한 빨리 볼을 눈앞에서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반응이다. 양발 앞에 놓인 볼을 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골퍼가 겪는 혼